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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Dec 09. 2023

"형"이 거기서 또 나와?-"한국형"은 늘 등장해

"국산화"의 명과 암

툭하면 나오는 '한국형'


IT업계에서 커리어 마지막은 KISTI(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진행한 슈퍼컴퓨터 SMS(시스템 관리 모듈) 국산화 프로젝트였다. 말이 국산화이지 모듈의 핵심 하드웨어는 대만의 조립서버 업체에 OEM으로 생산하게 하고, 소프트웨어의 핵심 어셋은 "오픈 소스" 이용한 기성품을 변용하였다.  프로젝트는 내홍이 제법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프로젝트의 명칭이었대. 고위 공무원이 고집한 "" 넣어 달라는 것이었다. 바로  유명한 "한국형".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출처=AI가 그린 그림. 어반브러시)


"한국형" 또는 "한국식"의 사전적인 뜻은 '한국 특유의 형식이나 방식'이란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떠한가 해외에서 시작된 뛰어난 기술이나 효용가치가 있는 제품이나 콘텐츠 앞에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그냥 붙인다. 기술의 오리지널리티 같은 것이 중요하지 않다. "KORANDO"라는 SUV가 생각난다. 이 브랜드는 "Korean Can Do"에서 착안한 명칭이라니까. 딱 그 정도의 의미다 "봐라, 우리도 있어~!"라는. 영어로는 그놈의 "K~"이다. 기사의 헤드라인은 "추격의지"와 "게섰거라"로 대변되는 일이다. 일종의 슬로건이자 마케팅 피칭에 가깝다.


이것은 사실 명과 암이 우리 역사와 생활에 공존하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추격의지"와 "도전정신"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러시아 국민차와 이탈리아 디자인을 사들여 만든 현대차의 "포니 신화"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가 되는 "아파트"도 그러하다. 한국의 한옥 구조인 판상형은 중복도식의 일본 유럽의 가옥과 달리 아파트에 정착시키기 수월했다. 비용도 반감이 되는 구조이기에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다.


그리고, 대표적인 성공은 "콘텐츠"에 있다. 뽀로로, 타요 같은 것도 일종의 한국식으로의 컨버전이다. 그뿐인가 K-POP이야 말로 수입이 금지되어 손쉽게 모방 가능했던 80~90년대를 통과하면서 고유의 오리지널티를 확보하게 되었다. 일본의 수많은 당시의 노래를 들으면 반가운 마음이 들 정도로 베껴 대었다. 그리고 드라마, 영화도 도약의 시대를 지나 이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큰 타워를 구축하고 있다.


형들이 참 많다 (사진=교보문고, 예스24, 리디, 알라딘, 환경부, 법률신문)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많다. 사실 실패의 사례를 되짚어 보는 것을 꺼려하는 정서상 우리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졌을 뿐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에서 도드라지는 흑역사들이 있다. 우선 윈도즈 운영체제 이전의 'K-DOS'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한국형 알파고'까지  부끄러운 기억들이 있다.



IT생태계에서 '국산화'  고전 


K-DOS나 미들워어인 웹애플리케이션 서버라는 K-WAS는 사실 아픈 손가락이다. 관이 주도하거나 전폭 지원하여 시장 진입을 노렸으나 좌초되고 말았다. 기술적인 한계와 차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유저 프렌들리 한 환경에 사용자들은 제법 만족했다. 그러나 "산업의 생태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PC의 운영체제는 그야말로 향후 정보통신 시장의 헤게모니 싸움이 뜨거웠다.


IBM이 독점하고 있던 호환모델에 IBM은 자신들의 메인프레임과 중형 서버 OS인 OS390이나 OS400을 구겨 넣으려 했다. 그래서 DOS라는 어정쩡한 운영체계가 시장에 자리 잡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IBM의 DOS개발 하청업체인 빌 게이츠의 MS였다. 그들은 종속성이 약한 MS-DOS를 시장에 풀었다. 그야말로 "풀었다". 그 결과 MS-DOS는 PC OEM, ODM 제조업체에서 디폴트로 탑재 출시하는 형국이 되었고, 그 제조업체들이 1990년대 초반의 한국에서 만든 K-DOS에 협조할 일이 만무했다. 자본은 늘 기술을 무릎 꿇게 만든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0/0003076699?sid=105

이동통신 3사가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AI)을 활용, 한국형 AI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한국어에 좀 더 친숙하고 사람에 가까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간 친화형' AI 기술 확보가 목표다. 이를 통해 개인고객(B2C)의 모바일 이용을 더욱 편리하게 돕고, 기업고객(B2B) 업무 효율성도 높인다는 접근이다. -기사 본문 중-


최근 ChatGPT가 화제이고 핫이슈이다. 사용자와 한때 업계 관계자로서도 놀라운 포인트가 제법 된다. 그런데, 우려하던 뉴스가 들린다. "한국형"이 다시 또 등장한 것. "한국형 GTP"라니.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한국의 산업이나 기술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거대언어모델링(LLM) 같은 연구와 개발은 현재 진행형으로 차근차근 민간 주도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금 ChatGPT가 보여 주는 한계 - 시스템의 불안정성, 2021년까지의 학습 한계, 웹 브라우징 기능의 전무-를 극복할 기술도 예견되고 있었다.


기업 동향 (사진=문화일보, 조선일보)


최근 메타와 MS 합작을 보고 구글과 삼성도 나서게  이유가 국내 포털기업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한국어 서비스에서는 특화될 것이 분명하다.  계획대로 차근차근 접근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다시 불을 지폈다. 대통령은  분야를 얼마나 이해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보다 이해가   것이다. "한국형" 여기서 나오면  되는 일이다. 이제 기술산업계는 기술과 자본, 그리고 다층적 시장이 얽힌 고차 방정식이   오래이다. 조심스럽고 치밀한 Go To Market전략이 튼실해야 한다. 계획이 없는 실행은 나침반 없이 태평양을 건너는 일이다.



'국산화' 아닌 한국 중심의 'K-생태계' 필요


어릴 적 "국산품 애용"의 시대를 살았다. 수시로 필통과 가방을 검사하여 "일제 학용품"을 적발하던 시대였다. 그 시대의 몸부림은 유의미했다. 그러나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리다. 현대 소나타가 자랑하던 "람다 엔진"은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엔진을 카피한 것이다. 그뿐인가 한국의 반도체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삼성과 LG는 IBM, HP, EDS, 제니스 같은 전자산업의 카피 제품부터 시작한 기업이 지금의 위치가 되었다. "바이오"로 뜨는 제약산업은 어떠한가 우리가 막는 약의 80~90%가 해외 제약사의 카피이거나 거울상 제품이다. 한국형이 없어도 충분히 누리고 만족했으며, 그것을 발판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제발~ ;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 (사진=과기정통부)


업계에서는 농담처럼 "한국형이 돌아가셔야 한국이라는 집안이 산다"라고 이야기한다. 최근 조사에서 ‘한국형'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데이터 분석했었다. 이 단어가 어떻게 쓰이나 봤더니 연관 단어들이 부정적인 감성 보였다. ‘부실', ‘졸속', ‘예산 낭비' 등이었다. 2008년 이전까지 약 12년간 ‘한국형’이란 키워드가 등장한 건 200여 건에 불과했는데, 2008년 이후 올해까지 8여 년 동안 무려 2000여 건 등장했다. 10배 이상 급한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에 주로 쓰인 것을 확인했다. 묘하게도 이 시기와 맞물려서 ‘부정적' 감성도 함께 증가한다. 정부에서 '한국형 OO’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 '우선 한국형 OO’를 어떻게 만들지 연구용역을 준다. 눈먼 돈이 돌기 시작한다. 정부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을 만들고, 관련 인력을 양성한다고 교육기관에 지원을 해주고, 이런 과정에서 예산이 증발해 버린다. 한국형이 튀어나와 소리 없는 아우성식의 결과가 도출된다. 사과를 이야기했는데 배추가 나온 격이다.


러시아 척박한 곳 전자상가에서, 해외에 출장을 처음 나갔을 때, 삼성과 LG의 로고와 광고를 보고 가슴이 웅장해진 적이 있었다. 그 성공의 후면에는 반드시 "한국형"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은 곱씹어 볼 일이다. 2009년 티맥스라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한국형 윈도즈"를 만들겠다 하고 결국 기술적 평가보다는 포디움에 울려 퍼진 아리랑만 회자되는 일을 떠 올렸다. 반드시 모든 것이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될 필요는 없다.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1512010003

여하간 ‘한국형’의 기원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노랫말에서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라며 청중의 정체성을 따져 묻던 가수 배일호의 노래 ‘신토불이’가 등장한 1992년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괴테의 말을 살짝 바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며 목청을 높이던 2000년대 초반부터였을 수도 있다. 기원은 알 수 없되, 이 빌어먹을 전염병은 모 전 대통령 부인의 50억 원짜리 ‘뉴욕 한식당 사업’이라는 처참한 모습으로까지 실로 유구한 세월을 이어오며 연명하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본문 중-


* 참조: [데이터 정치분석] "한국형 키워드, '부실'·'졸속'·'예산 낭비'  부정적 - YTN

https://v.daum.net/v/2016072920540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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