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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Jul 22. 2024

이름을 '예수'라 하였다.

이름의 모든 것 #03 | 지상 모든 사람들의 구호 신호 'Jesus'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찾아냈다. 여드레 뒤
그 아기는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루카 복음 2장-


사람들이 곤경에 처할 때 찾는 젖은 이름 중 하나가 "예수"일 것이다. "오! 예수님"하는 절규는 어느 누구에게 기달 사람이 없는 인간의 마지막 구호 신호일지도 모른다. 서양 사람들도 "Oh My God"과 함께 "Jesus Christ"를 위기와 당황의 순간에 날숨처럼 뱉어 내곤 한다.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나은 아기의 이름을 여드레 후에 '예수'라 칭하였다고 하였다. 오늘의 복음 말씀이다. '예수'는 '여호수아'라는 흔한 유대인의 이름이 기원인데 성경 복음사가들의 손을 거치며 특별한 이름으로 거듭났다.


캡쳐=가톨릭 매일미사


예수라는 이름의 뜻은 "하느님이 구원하신다"라는 뜻이다. 기원이 된 여호수아는 모세의 후계자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광야 횡단을 마치고 마침내 가나안을 정복한 지도자다. 그 가나안 정복이 하느님의 구원이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수많은 세기가 지나 다시 그 땅은 구원의 힘이 필요해진 것이다. 내재적인 광야의 방황을 겪는 백성에게 각성과 회개라는 구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의 아들이 사람의 모습으로 이 땅에 왔다. 그리고 이름을 '예수'라 했다.



예수, 그리고 그리스도


"Jesus!"라는 외침과 따라오는 호칭이 있다. 바로 "그리스도"이다. '그리스도'(Χριστός)는 메시아(מָשִׁיחַ, mashíakh)라는 히브리어의 그리스어 번역이다. 발음을 굳이 표기하자면 '흐리스토스'정도 되는데, 이를 유럽 라틴어 계열에서 Christos라고 옮겨지고 이것이 한문 음차로 '기독'이 되어 지금의 기독교가 되었다.


그리스도라는 뜻은 '기름 부음을 받은 자(the anointed)'이다. 왕이나 제사장, 선지자, 예언자들이 보통 기름 부음을 받지만, 예수의 경우 '다윗의 후손'이라는 뜻이 강하다. 기름 부음을 세 번이나 받은 통일 이스라엘의 왕이 다윗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라는 말은 예수가 이스라엘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왕, 대제사장, 예언자라는 이스라엘 민족 내부의 매우 중요한 소임을 통합적이고 최종적으로 부여받은 유일한 존재라는 의미가 된다. 이 '기름 부음' 의식은 유대교는 물론, 천주교와 일부 개신교 등에 남아 있다.

십자가와 사람들, 히에로니무스 보스 (사진=국민일보)


예수는 30년 동안의 나자렛의 평범한 사람으로 살다가 공생의 결심을 하고 스스로 그리스도로 거듭난다. 거룩한 변모라고도 하는데,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은 그리스도 이전의 예수라는 인격의 존재와 예수 이후의 그리스도라는 신격의 존재가 공존하는 신학적 이중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예수를 믿으라"는 말 보다 "그리스도를 믿어라"가 더 정확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예수


예수에게는 이름이 다양하게 있다. 나자렛 출신이라는 의미로 나자렛 또는 나사렛 예수라고도 칭한다. 늘 성경 이야기를 하면 혼동이 있는데, 나자렛이나 나사렛이나 한 가지다. 이 혼동을 피하기 위해 신구교가 공동번역성서를 편찬사였지만 개신교 측에서 가톨릭 교회를 '마리아의 교회'라고 폄하 비판하면서 현재 공동반역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가톨릭 번역에서는 '나자렛'을, 대부분의 개신교 계열 번역에서는 '나사렛'을 사용한다. 개신교의 번역이 더 "예스럽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예수가 살던 시절 로마 표기, 라틴어로는 예수스 나자레누스(Iesus Nazarenus)라고 읽힌다.


기원 원년 전후로 세상에는 성(姓)이라는 개념은 정착되지 않았다. 수십 세기가 지나야 사회 문화로 자리를 잡는다.(성(姓)에 대한 것은 언젠가 다음 콘텐츠에). 유대인들이 당시 성(姓)에 대해 구별하는 방법이 2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우선 누구의 아들 누구 의 방식이다. 12제자 중 야고보는 동명이인인데, 이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라고 불렀다.


영화 <나자렛 에수 (1977)>, (사진=네이버 영화)

다른 방법은 지명이 들어간 경우다. 예수의 수제자이며 베드로라고 불리는 이의 본디 이름은 시몬이다. 시몬이 흔한 이름이라 베드로를 갈릴래아의 시몬이라고 한다. 또 한 명은 예수가 십자가를 드는 것을 도와준 시몬이다. 그는 퀴레네의 시몬이라고 부른다. 예수의 고향은 베들레헴이지만 "나자렛 예수"라고 부르는 이유는 유년기를 보낸 실질적 고향이고 당시 세속법적 아버지 요셉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요셉의 예수"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에수는 동정녀에게 잉태된 하느님의 아들이기에 금기된다.


예수는 '임마누엘'(עִמָּנוּאֵל)이라고도 불린다. 수많은 기독교 세례명 중 '예수'는 없다. 감히 신의 이름을 따지 못한다는 경외의 마음과 전례에 의해 그러하다. 그래서 '임마누엘'을 대신 사용한다. 이름의 뜻은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의미이다. 위대한 예언자 이사야의 예언의 예표 된 아이의 이름이라는 주장도 있다. 성경학적 해석이니 그런 것이 있다 정도 기억하면 좋겠다.


십자가 고상을 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십자가 위에 "INRI"라는 표지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수의 죄명은 바로 로마 제국에 반역하는 역모죄였다. 그래서 그의 죄명이 십자가에 함께 달리는데, 스스로 민족 지도자라 사칭했다는 의미인 '유대인의 왕'이 그 죄의 표식이 되었다.


십자가 "INRI" (사진=inforbae)

당시 유대인들은 로마의 통치로 로마법으로 통치를 받았다. 사형, 그중에 극형인 십자가형은 무자비한 죄에 내려진 형벌이었다. 비인간적인 살인이나 국가 체제를 전복할 쿠데타 등이 해당되는데, 예수는 '쿠데타 모의자'가 되어 십자가형을 받은 것이다. 이 십자가의 의미는 '구원'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낡고 썩은 앙시앙레짐(구체제)에 대한 '혁명'의 의미도 늘 있는 셈이다.


당시 좀도둑이 아닌 예수는 명패를 십자가 머리에 붙이고 형을 받게 되었다. 고상이나 이콘 등을 '또 다른 우상'으로 기피하는 개신교 일부를 제외한 그리스도교의 십자가 고상 성물에는 그 죄명이 적혀 있다. 'INRI'는 'IESVS NAZARENVS REX IVDÆORVM'라는 "나자렛 사람 예수, 유다인의 왕"의 머리글자이다. 최초 희랍어로 쓰인 성경 기록이 라틴어 음차가 되어 약자로 바로 유추하기란 쉽지 않다.



이름엔 역사의 주름이 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을 가장 쉽게 체감할  있는 것이 '예수' 체험일지도 모른다. 예수가 사람이며 신이라는 매우 어려운 신앙 고백을 뒤로하고서라도, 그의 말씀 기록과 생애가 인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만은 사실이다.  예수를 믿는  믿든, 결핍과 난망 중에는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에게 무언가 바라고 원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다른 말로 '기도'라고  것이다.


예수는 가장 낮고 낯선 이들에게 첫 모습을 내 보이고, 이나 '예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왕도 예언자도 선지자도 유추할 수 없는 가장 흔한 이름으로 서른 해를 보냈다. 우리로 따지면 철수쯤 되는 이름이랄까. 거룩한 변모와 각성을 거쳐 그리스도로 거듭난 그의 3년이 지금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의 핵심 '신약성경'이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엔 인류의 깊고 넓은 의미가 앉아 있는 것이다.


인류의 최대 발명 중 하나가 '이름'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그저 지칭하는 수단이 아닌, 그 속성과 의미를 품고 있는 존재가 이름이 된다. 그 이름 주인의 생애와 역사가 들어 있다. 비싸게 지었든 오다 주었든 이름의 주인이 되는 순간 그 이름은 운명의 공동체이자,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이름에 대한 이야기들 올 한 해 차근차근 나누어 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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