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새만금 잼보리, 그리고 준비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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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이다. 올해만 유독 더운 날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뜩 "작년은? 재작년은?"이라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때도 "덥다, 더워"하는 푸념들이 여러해 거듭 지난 SNS에서 넘실 거렸다. 무려 8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삶은 나아지는 것보다 퇴화되고 역행하는 것에 더 민감하기 마련인가 보다. 작년 더위를 생각하다가 그 말 많았던 '새만금 잼보리'가 떠올랐다. 일 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세상은 금세 잊은 듯 보인다. 이 나라 무능의 통치자가 주무 부서 장관 임명을 뒤로한 채 검은 기억을 지우기 애쓴 결과가 아닐까 싶다. 대중은 늘 기억 상실의 존재일 뿐이다.
1.
대학을 진학하고 자연스럽게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찾았다. 선택은 고민 없이 중고등부 교리 교사였다. 수주 간의 연수와 시험을 치르고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녀석들의 선생으로 보낸 경험은 제법 오랫동안 남아 대인관계, 강연, 교수, 조직 구성의 유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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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행사의 꽃은 여름방학에 실시하는 '코이노니아'였다. 일종의 하기 수양회로 캠핑 야영지나 지방 분교, 시골 공소 등을 찾아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보통 300~500명이 참가하는 제법 규모 있는 행사였다. 이 모든 일을 19~30세 사이의 청년들이 기획, 운영, 집행하였다. 돌이켜 보니 무모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였다.
3.
추적놀이, 미니 올림픽, 각종 포스팅 프로그램, 물놀이, 조별 연극 스턴트, 그리고 정점을 찍는 캠프파이어로 이루어지는데, 매년 다른 주제를 정해 주제에 맞는 기획을 하는 일은 보통 연초부터 준비하였다. 캠프파이어 점화도 낙하점화, 전기점화, 원격 트랩점화 등 각자의 전공을 살린 어리고 젊은 교사들이 머리를 짜내어 마련하였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그런 기획과 집행이 신묘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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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봉사하는 청년들이 특별하게 영특하거나 엄청난 예산이나 외부조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바로 '연습으로 이룬 준비'였다. '워크북'이라는 일종의 Q시트를 만들어 분단위, 어쩔 때는 초단위로 집행계획을 하고, 코이노니아 행사 한 달 전부터는 모든 상세가 확정된 채로 거의 매주 2~3회 '리허설'을 하곤 했다. 특정 시간에 소임자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리와 몸이 기억하도록 준비하고 준비한 결과를 바라보았다. 모든 운영의 핵심은 '준비'에서 나온다.
5.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점은 늘 '안전'이었다. 성당 청년 중 의사, 의대생, 간호사, 간호대학생들이 의무팀으로 봉사를 했다. 바다에서 물놀이가 잡히면 체육과나 수영 잘하는 청년들이 먼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펜스를 지켰다. 그리고 늘 시행되지 않지만 긴 시간 공들이는 것이 '우중 프로그램'이었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오롯이 폐기되는 이 프로그램 담당자는 6~7개월을 이 준비에 몰두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그를 존중하여, 우중에는 작은 컨트롤타워가 되어 안전하지만 무료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하였다. 이것이 '준비'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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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사실 국민학교) 4학년이 되자마자 고민 없이 스카우트에 입단하였다. 친형이 입고 다니던 단복이 부러워 시작한 스카우트 활동에 최선이었다. 보장(일종의 분대장? 소대장?)까지 역임하고,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한국판 스카우트인 한국청소년연맹, 누리단에 입단하였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학교 단장이 되고 서울지역 회장까지 하기도 했다. (관욕이 참 많았던 청소년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 배운 것들이 바로 '준비'가 가장 '최선'이자 '최고'라는 것이었다.
7.
스카우트의 인사구호는 '준비'로 잘 알려져 있다. 잼보리가 되었든 앞뜰야영이 되었든 스카우트 활동은 절대 '극기훈련'이 아니다. 극한 상황을 최대한 회피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준비'의 활동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구호의 공수부대도 33도 이상의 폭서기에는 훈련을 금지한다. 전쟁시기라면 말이 다르겠지만, 잼보리는 전쟁상황이 아니라 그동안 준비한 스카우트 활동을 점검하고 나누는 축제다. 이 지점이 빠진 행사라는 것이 작년 참사의 근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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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에 처음 입사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대표이사의 키노트 연설이었다. 지난해를 리뷰하고 잘된 점, 개선 점, 그리고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는 당시 신재철 사장의 스피치는 황홀했다. 종이 한 장 들고 나오지 않은 신사장은 큰 무대를 종횡활보하며 쉽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몇 년 후 사장님과 면담 시간에 그 'PT의 비기'를 청한적이 있었다. 그때 사장님은 한마디로 답을 주었다. "첫 째는 연습, 둘 째도 연습, 셋 째도 연습" 그러면서 20분 PT를 위해 리허설만 2~3시간을 할애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끔 달변이라 작은 칭찬을 듣는 나의 비즈니스 토크의 뒤에는 '연습으로 준비'가 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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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준비가 다 된 것일까? 그 예산의 800억이 일반운영비다. 말하자면 조직운영위의 인건비인 것이다. 야영장에 직접 투입된 시설비용은 160억으로 보도되었다. 시설비용의 과부족을 따지기 전에 직접목적사업비 보다 일반 운영비가 3배나 쓰였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일종의 눈먼 돈이 누군가에게 수혜를 준 셈이다. 시민단체, 모금단체가 이런 회계를 유지한다면 수사의 대상이거나 최소한 감사거리가 된다. 이미 예산 편성에서부터 문제가 '준비'된 셈이다.
10.
준비의 책임을 정쟁으로 삼는 것에 반대하고 혐오한다. 운영 집행이 망작 수준인 현 정권의 수장들의 무능과 무지는 은 예견된 일이 아니던가. 실무 운영진들은 문재인 정권에서부터 현 정권까지 수백억의 운영비를 소진한 동일 주체들이다. 이 시점에서 공직과 공무에 임하는 자들의 병적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주의를 상기시켜야 한다. 더 이상 고시나, 공시로 이들 대부분을 선발하는 인적 구성의 패러다임부터 바꾸어야 한다.
관이 망친 것을 겨우 기업이 수습하는 형국에서 공직 사회, 1 섹터(공공, 정부)의 후진성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무당이든 괴승이든 정권놀이를 하더라도 이 사회는 버티는 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니까. 허약한 1 섹터의 펀더멘털을 두껍게 하는 것이 진짜 개혁이 아닐까 싶다. 1 섹터가 두텁고 단단해야 거지 같은 권력자의 핫발질도 버틸 수 있다. 정치인들은 흐릿하고 답답한 공무원들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형편없음이 조금 가려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