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속의 공주

잘만큼 자고 나면

by 이우주

무기력함이 심할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잠을 많이 잤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정확히는 그럴 힘도 없었다.

몸도 마음도 모두 힘이 없고 한 가지를 오래 하는 것도

힘겨웠다.

그냥 누워만 있고 싶었고 그러다 잠들기 일쑤였다.

우습겠지만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자는 일이 잦아졌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잠만 잤었다.

정신과 진료를 보는 날 의사 선생님은 10시간을 자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셨다.

수면시간을 6-7시간으로 지켜야 하고, 일어나면 그냥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다시 돌아와서 잔다고 해도 그래도 나가야 한다고 했다.

머리로는 수긍했지만 그때의 나에겐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너무도 힘겨웠다.


그러다 오랜만에 상담 선생님을 만나 뵈었다.

선생님은 언제나 마치 어제 본 듯 편안했고 따뜻하셨다.

나는 일상이랄 것 없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그래도 나가서 운동을 해야 한다느니,

움직여야 한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시겠구나 생각했다.


"잠을 필요로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자도 돼요.

저는 우주씨를 믿기 때문에

잘만큼 자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잘만큼 자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잘만큼 자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잘만큼 자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그 한마디가 계속 마음속에서 울려갔다.

메아리가 되돌아오는 것처럼 귓가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눈을 떴다.

이제 더는 잠들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내게 필요했던 건,

무기력함에 도움이 되는 일련의 행동들보다 누군가의 믿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외치고 싶다.

그때의 나처럼 자는 것만이 유일한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당신이 잘만큼 자면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운동도 산책도 좋지만

단 한 사람일지라도 당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거라고,

그리고 그 한 사람이 기꺼이 내가 되어주겠다고 외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