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하는 내가,
한국도 아닌 외국에 그것도 혼자 여행을 간다는 건 엄청난 도전임에 틀림없었다.
MBTI의 'P' 유형에 속하는 나는 여행계획을 짠다는 것도 큰 난제였다.
"여행을 가서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기대하고 간 카페가 볼 게 없을 수도 있고,
음식이 맛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그럴 수도 있다' 하는 거예요."
선생님은 늘 내가 대쪽 같다고 하셨었다.
'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다'는 마인드로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그런 나에게 그럴 수도 있는 마음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내가 여행일정을 계획하고 그대로 실행하는 건 '통제'하는 거거든요.
여행을 너무 통제하려고 하면 힘들어져요.
내 계획대로 해내지 못해도 괜찮아요.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와요."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게 선생님이 쥐어주신 마음이었다.
"여행일정을 계획하고 수정하는 걸 20대 인생에도 적용해 볼 거예요.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고 고쳐야 할 수도 있어요.
20대도 그래요.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아요. 잘하고 있어요."
이제 나는 20대를 지나왔다.
만 나이가 적용되면서 20대이면서 30대이기도 한 어정쩡한 나이에 놓여있지만 말이다.
이제와 보니 20대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게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가고 싶던 길에서 때론 우회하기도 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내야 한다.
그런 독한 인생살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는 마음'은 긴급구호품과 같다.
그럴 수도 있는 마음은 줏대 없는 것이 아닌 강한 마음인 거다.
그러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는 거다.
앞으로도 그럴 수도 있는 날들이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