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지름길

자기학대

by 이우주

나의 감정의 디폴트값은 늘 슬픔이었다.

슬프지 않은 날이 내겐 드문 날들이었다.


나는 읽고 싶은 책을 사두고도 읽지 못하는 똥멍청이였다.

몇 달이 지나도록 책 표지를 쳐다보기만 할 뿐 읽지 못하던 바보였다.

누가 읽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다.

아, 나 자신이 읽지 못하게 했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나는 한가롭게 유희를 즐길 사람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노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계발서나 읽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그 행동을 '자기 학대'라고 정의하셨다.

그러니까 감정의 기본값이 늘 슬픔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 저는 편안하게 쉬면 제 인생이 망할 것 같고

진짜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자기학대하면 정말 망하는 거예요."


선생님은 내게 늘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야 한다'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것이 참으로 어려웠다.

아직도 여전히 노력하는 중이다.


"저는 우주씨 아무 걱정 안 해요. 우주씨를 믿어요."


어쩌면 처음이었다.

내게 확신이 담긴 믿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 말을 듣는다는 것.

그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벌써 죽었을지 모를 내가, 이렇게 살아서 글을 쓰고 있다.

세상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사람은 살게 된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읽고 싶었던 그 책을 가장 위로 꺼내어 올려두었다.

그날 다짐했다.

자기 학대는 그만하겠노라고.


여전히 여유는 나와는 어색한 단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랬다.

20대 내내 조마조마하면서,

내가 빨리 가고 싶다고 해서 빨리 가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선물들을 받는 것이

내가 알게 된 인생이었다.


오래오래 걸어가려면,

정말 망하고 싶지 않다면,

너무도 잘 살고 싶다면,

나와 같은 자기 학대를 멈춰야 한다.

그 시작이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는 것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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