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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근 Mar 07. 2023

[그 해, 제주] 프롤로그

내 차 타고 제주도 가족 여행


족 여행

한번쯤은 내 차를 타고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해외에서 두 번 정도 로드트립의 경험이 있는 나는

국내 여행에서도 늘 로드트립을 갈망해 왔다.


두번째 만들었던 유튜브 채널인 마이미니라이프도 사실

그런 현실을 반영한 채널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하였던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애마는 생겼지만


막상 내 상황의 '변화' 때문에 여행다운 여행의 기회가 쉽게 생기지 않았다.



아이슬란드(2016) 내 차 아님




이유는 단순하다.


1. 지금은 조직을 떠나 내 일을 하는 사람인 점. 

2. 이젠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다는 점.


전자를 해결한다 해도, 후자의 경우는 세상 어떤이라도 쉽지 않을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엔 여러 준비와 시점이 맞아야 했다.






강원도 쪽으로 종종 여행을 다녔다

1. 아이가 충분히 준비가 되어야 할 것.

아무래도 어린아이가 함께 가야 하다 보니 장거리 여행도 전무하고, 통통 튀는 승차감과 좁은 뒷자리에 적응되어야 했다. (22년 5월 당시 SUV차량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제주도 하면 컨버터블이지! 하는 생각에 미니컨버터블을 고려하고 있었다.)

1~2시간 거리는 문제없는(?) 점을 강원도 부근 여행들로 확인했고, 차 타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걸 발견했다.

희망이 보였다.



2. 나와 아내가 휴가를 낼 수 있어야 할 것

자영업이나 다름없는 내 사업체 업무와 아내는 직장인이기에 둘의 시간이 절묘하게 맞아야 했다.

흔히 자영업이나 프리랜서는 시간 내기 좋지 않냐지만, 반은 맞고, 반을 틀리다.

나는 내 회사 업무가 아닌 경우에도 컨설팅이나 강의 같은 건들이 자주 있는 편이다. 분야와 능력에 맞는다면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는데.. 꼭! 이런 때 큰 건들이 들어온다. 아내는 회사가 바쁘지 않은 시기라 적절히 휴가를 낼 수 있었다. 



3. 차량 컨디션 체크 및 준비

이번 제주 여행의 주인공은 미니 컨버터블(정확힌 2019 연식 MINI Convertible JCW) 제주도에서 흔히 빌릴 수 있는 흔한 오픈카 모델이다.(JCW모델은 없겠지만)

그러다 보니 컨버터블 후석에 적당한 카시트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후방 블랙박스를 준비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선 데일리 차량이지만 이전에 SUV가 있었을 땐 거의 주말용이었다. SUV를 떠나보내고서야 본격적으로 이 차량과 정이 들고 있다. (하하;)



포브 보네떼 휴대용 카시트(좌), 후방 블랙박스




위의 요소들이 딱 알맞았던 시기가 바로 2022년 5월이었다.


5월 20일을 출발일로 잡고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 갔다.



직접 차를 가지고 제주도 가는 옵션은 출발지로 인천과 목포가 있었는데,

나의 선택지는..


1. 가까운 인천에서 배로 간다.

목포에서 가는 것보다 2배 경비 필요. 그것 보단 예약이 꽉 차서 버린 선택지.


2. 아이와 아내는 비행기로, 나 홀로 차량으로 내려간다.

내가 너무 외로워서 패스.


3. 목포에서 배 타고 제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가족 여행은 함께지! 아빠 손 꽉 잡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결국 3번으로 결정했다.


2019년 MINI RUN

나와 아내는 앙쥬가 생기기 전에 2019년에 차를 몰고 제주도를 가 본 적이 있다.

당시엔 동호회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동행했었지만, 우리만의 여행은 어떨까 기대했었다.






우리는 5월 20일 오전 9:00 출발 배 표를 끊어놓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전날 오전부터 아이가 구토를 하고 장염 증상을 보였다.

병원에서 진료 후 경과를 지켜보는데 간헐적으로 가슴을 움켜 쥐는 모습에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했다.


초기 증상에는 그래도 어떻게 괜찮아지겠지 싶었지만, 출발하기 전  마지막 밤까지도 지속되는 모습에 어쩌면 못 갈 수도 있겠단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대로 떠나면 평생 큰 과오로 남을 것 같았다.



당일 새벽 1시 출발을 바로 앞둔 시각!

정말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멘붕에 빠지고 마는데..


앙쥬의 상태가 적어도 더 나아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지금 그냥 출발해 버리면 더 나빠질게 뻔해보일정도로..


나 : 여보, 이거 안 되겠다. 응급실 가야 할 거 같아. 

아내 : 병원 어디로 가?

나 : 제일 가까운데로 가야하지 않을까? 고대 병원 가자. 옷 대충 입히고 빨리 가자.


순간 들었던 느낌이..


이대로 떠나면 평생 큰 과오로 남을 것 같았다.



전날 싸놓은 짐은 다시 다 내려놓고 병원으로 향했다..



-

플랜B, 플랜C...


사실 이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아이가 아픈데.


숙소고, 배편이고 여행이고


아이가 아프면 다 필요없다.







새벽에 도착한 고대 안산병원


병원에 도착해보니, 응급실에 소아과 전문의가 없었다.


당직의에게 전반적인 증상을 설명하고 어느정도 의심가는 병명이 나왔다.

실제 시술은 아침이 돼서야 진행할 수 있었다.


고작 몇 시간이지만, 정말 내 인생에서 초조하고 불안했던 시간이었다.


앙쥬가 아픈 이유는 장중첩증이었다. (장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현상.) 


보통 항문을 통해 공기를 주입해서 장을 펴내는데 우리 앙쥬는 2번이나 시술했음에도 불구하고 펴지지가 않아 결국 전신마취와 복강경술을 진행했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전신마취라니.. 



장중첩증은 너무 늦게 발견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장을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나마 우린 초기에 잘 잡은 것에 위안 삼았다.





회복하는 중 병원 식사


제주여행은 포기했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에 확신을 준 앙쥬에게 고마웠다.


"우리 빨리 낫고 건강해지면 제주도 가자!! 알았지?!"







다사다난했던 지난 5월의 일들도 흐릿해져갈 9개월 후,


 우린 다시 한번 제주로 떠난다.


아이들이 병원과 약을 달고 다니는건 일상이지만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그 때와 비슷한 증상이 있을때면 간담이 서늘했다.


다행히 그 사이 우려했던 장중첩은 재발하지 않았고, 앙쥬는 건강히 컸다.

물론 예전보다 더 잘 먹고 더 튼튼해졌다.



과연 이번엔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



_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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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제주> 인트로 무비

https://youtu.be/BlA8a9ubR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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