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선생님 Apr 03. 2022

프롤로그



저는 공부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책 제목처럼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까지는 아니지만, 몰랐던 것을 새롭게 배우고 그것을 온전히 나의 지식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 꽤나 즐겁습니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 속에서도 공부는 그럭저럭 할 만했고, 힘들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니 고된 시간들을 끝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대학에 입학하니 저와 비슷한 부류의, 혹은 저보다 더한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한때 TV에 자주 나오던 서울대 출신 유명 연예인의 취미가 ‘수학 문제집 풀기’라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요. 실제로 제가 대학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방식은 다르지만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익히고 배움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어떠신가요? 과는 다른 범주의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공부는 스트레스 유발 원인이지 즐거움의 대상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공부를 즐기는 사람과 피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 차이는 언제부터 생겨나는 걸까요?     




오랜 기간 아동발달과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또 유치원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유아기에 처음으로 공부를 접하는 방식’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첫인상이 아이의 일생에 걸쳐 학습, 배움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요.    

  

만 0~2세 영아기 아이를 둔 부모의 관심은 대체로 아이가 건강하고 튼튼하게 성장하는지, 바른 기본생활습관을 형성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보육 중심이지요.


그런데 만 3세, 그러니까 우리 나이로 5세가 되면서부터는 ‘교육’이라는 키워드가 새롭게 등장합니다.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지 유치원으로 옮길지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유치원이라면 공립을 보낼지 사립을 보낼지, 사립을 보낸다면 독서 중심이 좋을지 예체능 중심이 좋을지 학습 중심이 좋을지,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 영어 학원은 어떨지 등 자녀 교육에 관한 현실적인 고민이 눈앞에 나타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웬만큼 확고한 교육관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이처럼 많은 선택지 앞에서 대다수의 부모는 굉장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주변을 둘러보는 것일 테지요. 조금 앞서간 육아 선배의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요. 누구는 처음부터 공부 습관을 잘 잡아놔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는다고 하고, 누구는 유치원 교육과정이 너무 놀이 위주라 공부는 엄마가 따로 시키거나 학원을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업체에선 지금부터 A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태블릿을 들이밀고, 공부 자극을 제대로 줄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며 학습지 홍보 전단을 뿌립니다. 이렇게 부모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무엇이든 ‘지금 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빠지게 돼요. 바로 여기에서부터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첫인상이 형성됩니다.     


유아기에 진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이고 이 시기의 발달 특성과 그에 따른 적절한 학습 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초등 이후의 학습법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사교육 업체의 광고에 혹하여, 또는 남들이 많이 한다는 걸 따라가는 식의 교육 방식은 아이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이미 ‘공부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배움의 즐거움은 맛도 보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는 배움 추구의 욕구마저 꺾어버리지요.      


잘못된 학습 방식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아이들입니다. 앞으로 최소 12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공부와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런 공부를 싫어도 참고 버텨야 하는 것,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것, 최대한 안 하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 게 공부인데,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좋은 성적을 바랄 수 있겠어요?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엄마도 아이도 힘은 힘대로 드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마저 기대하기가 어려운 이런 학습 방식이 일반론처럼 널리 퍼져 있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거든요.


한편으로는 저 또한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런 현실을 거스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임을 체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사람도 ‘내 아이’에 관해서라면 그 평정심이 유지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니까요. 자칫 중심을 잃으면 금세 이 흐름에 합류하여 허우적거리게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유아기의 쉽고 편안한 공부가 결국은 이후의 긴 학습 여정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님들께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원 없이 느끼며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고요.     


배움을 즐기는 태도는 단순히 학업과 입시를 위한 공부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채워주며,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하며 지금부터 우리 아이 첫 공부, 즐겁고 편안하게 시작해 봅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