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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Oct 28. 2020

아이의 책을 읽어보자

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책이다.

중학교 때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누나가 어린 왕자를 선물로 사 왔다. 난생 첨 받은 책 선물이라 행복했다. 기쁨도 잠시,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힘들었다. 며칠 지나서 읽으면 앞에 내용이 기억나지 않고 뒷장의 내용도 기대되지 않았다. 끝까지 꾸역꾸역 읽고는 책꽂이에 두었다. 두 번 다시는 읽지 않았다. 책이  재미가 없는 물건이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어린 왕자라는 제목 때문에 어린이가 읽을 책으로 오해를 했을까. 사실 어른을 위한 동화다. 최근 어른용 동화나 그림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바쁜 직장에서 지친 아빠나 워킹맘에게 위안을 주는 영혼의 샘터가 필요하다. 아이 같은 동심을 느끼면 말라버린 감성 샘물이 퐁퐁 솟아오르지 않을까. 



    

“아빠, 인간탐구보고서 정말 재미있어요. 제 인생 책이에요. 아빠도 읽어보세요.”


뭐가 그리도 재미있을까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두 해 전 저자 강연에서 사인을 받았던 정재승 교수님이 청소년을 위해서 쓴 책이다. 뇌를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고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아빠, 하이에나 패밀리 말장난 너무 웃겨요.”


또 읽었다. 아이들이 어떤 부분에서 웃는지 알고 싶었다. 읽다 보니 썰렁한 말장난이 미소를 짓게 하지만 내용도 재미있었다. 자기가 읽은 책을 아빠가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친구가 생겼다. 퀴즈를 풀어보는 책놀이도 괜찮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책을 읽다 보면 나의 상상력도 좋아지는 것 같다.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 가보는 것도 꽤 괜찮았다.

      

“아빠, 아이네이스도 재미있어요.”


이번엔 그리스 고전이다. 독일의 칼 비테가 아들에게 가장 먼저 읽게 했다는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아이네이스를 사주었더니 둘째가 며칠째 읽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한참을 보고 베란다에 누워서도 읽었다. 그림이 없는데도 몰입을 잘했다. 영화를 본 듯한 흥분 된다고 이야기했다.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트로이 전쟁과 트로에 목마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차니가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를 좋아한 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두 아들 학연, 학유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을 읽었다. 아빠가 읽는 책이 궁금했는지 차니도 따라서 읽었다. 아빠는 아이의 책을 읽고 아이들은 아빠의 책을 읽는 상황이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독서모임 사랑방 회원 중에 유찬이라는 초등 1학년생 어머니가 있는데, 엄마는 아이가 읽는 책을 빠짐없이 읽는다고 한다. '아이는 이 대목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탐문하다 보면 아이의 책도 재미와 감동이 있다고 한다. 나도 아이들이 읽는 책을 유심히 본다. 오늘은 어떤 책으로 재미있게 놀아볼까 생각하면서...


아빠의 자녀 책 읽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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