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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Oct 28. 2020

학습만화 괜찮아요?!

한국사능력검정 2급의 비밀


초등학교 때 방학을 하면 서울에 있는  작은아버지 댁에 다녀오곤 했다. 사촌들과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시골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한 물건이 넘쳐났고 침대에서 자는 것이 너무 좋았다. 특히 파란 옹달샘이 화장실에서 나를 반겼다. 재래식 화장실만 사용하던 나에게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남산타워, 서울랜드, 자연농원(에버랜드) 같은 놀이시설에서 신나게 놀고 처음 보는 만화책을 읽으며 밤늦도록 서울을 즐겼다. 일주일이 어찌나 빨리 지나는지 문경새재와 이화령 고개를 넘어 시골집에 내려가는 것이 싫었다. 그 맘을 알았는지 사촌은 가방에 만화책을 몇 권 넣어주곤 했다. 그 만화책이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모른다.     




시니차니도 학습만화를 즐겨본다. 마법천자문, 내일은 실험왕,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인간탐구보고서, 하이에나 패밀리, 보물찾기 시리즈가 집에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다가 엄마에게 졸라서 하나씩 사더니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 중에는 학습만화라도 읽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고 학습만화만 읽고 이야기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얼마 전에 읽은 <공부머리 독서법>에서는 학습만화는 사고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읽히지 말라고 강조했다.


초등 학부모 독서모임인 '사랑방/사랑ON'에서 공부머리 독서법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 최승필 작가는 학습만화는 언어능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습만화를 집과 도서관과 학교에서조차 읽는다. 몇 명의 부모는 학습만화가 이야기책에서 채우지 못하는 지식의 빈틈을 잘 매워주기 때문에 찬성했지만 반대로 학습만화를 전혀 읽지 못하게 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만화는 이야기책과 같이 머릿속에서 구조화할 기회가 없고 언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재미를 위해서 학습만화부터 시작하면 이야기책을 읽을 힘이 생기지 않아 오히려 독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두 가지 관점이 모두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나는 학습만화는 피할 수 없으니 읽는 시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먼저 이야기책으로 기본 언어능력과 뇌 기억의 구조를 만든 후에 학습만화의 재미와 지식으로 세밀한 정보를 채우는 것이다. 마치 큰 돌이나 자갈 사이에 모래가 촘촘히 채워져 땅이 단단하게 다져지는 것과 같다. 


우리 집도 학습만화를 집에 두지 않는다고 해결될 수 없었다. 스마트폰 게임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보다 학습만화가 유익해 보인다. 그래서, 학습만화와 이야기책의 비율을 연령에 따라서 조정해보았다. 독서습관을 잡아야 하는 초등 저학년은 1:1로 하고 고학년이 되면 1:3 정도가 어떨까. 학습만화를 읽는 요일이나 시간대를 정하는 것도 괜찮겠다. 만화만 보는 것 같아 매일 보더라도 1시간으로 한정했고, 차니의 경우 3학년 2학기에는 주중 3일만 허락했다. 4학년이 되면 2일로 줄여가면 5학년부터는 주말에만 읽자고 협의를 해놓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공부를 하다가 이야기책을 읽다가 혹은 밥을 먹다가 자연스럽게 학습만화를 펼친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을 관찰하고 적절하게 피드백을 하는 것이다. 만화에 치중하면 공부나 이야기책도 슬쩍 권해보고 미래지향적인 제안을 하는 것이다. 학습만화를 보더라도 한 권의 내용을 말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기억을 높이려고 집중할 것이다. 당장 읽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는 학습만화의 책장을 넘겨보는 것도 필요하다. 학습만화도 재미와 지식은 물론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요즘 시니차니는 두 가지 학습만화 시리즈를 즐겨본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지식이 어마어마하다. 어른도 읽기가 쉽지 않다. 언어능력이 안되면 읽기 힘들지만 아이들은 곧잘 읽는다.
조선왕조실록도 어른들이 쉽게 읽을 수 없다. 조선의 역사가 체계적이다. 시니의 한국사능력검정 2급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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