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라는 강박을 버리자.
Ready~Fire! & Aim." "준비하고 바로 쏘세요! 그리고 조준하세요."
나는 무언가를 하기 전에 망설이고 또 망설이기만 하다 백발이 무성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만 같아서 블로그를 시작할 때 무엇이든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마음으로 블로그 주소를 'ready-fire-aim'으로, 블로그 이름을 'Now or Never'로 야심 차게 정했더랬다. 그래도 여전히 무언가 새로운 일을 벌이려고 하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갈림길을 마주한다. 점심때 중국집에 가서 짜장으로 할지 짬뽕으로 할지 고민하고, 어떤 물건을 살까 말까 하는 사소한 것부터 퇴사를 할까 말까 하는 먹고사시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문제까지 그 종류도 실로 다양하다.
인류가 사냥을 하고 살던 시절에는 주변의 수많은 변수(위험군)로 부터 예를 들면 매머드나 호랑이 악어와 같은 맹수들의 공격, 가뭄, 홍수 그리고 혹한의 추위 같은 것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여야 했다. (과거에 맹수들의 공격을 받았다면 현재는 자동차 사고, 환경오염, 파산 그리고 권력자들의 만행과 값질 등과 같은 것들로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고, 위험에 자주 노출된다는 말은 곧 번식(후손을 남기는 일)에 성공할 확률이 떨어진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몸에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안전' 유전자가 남아있어서 새로운 도전을 해서 위험에 노출되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고 안정을 택하는 쪽으로 자연선택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위험보다는 안전을 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어떤 새로운 일을 하기에 앞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결국은 생각으로만 그칠 뿐 결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적이 사열 종대 앉아 번호 연병장 두 바퀴 정도는 되지 않을까. 물론 이런 류의 고민들은 '오늘은 짜장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어. 내일을 짬뽕을 먹어야지.'처럼 간단하지 않으며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정을 보류한 채 이것저것 재며 돌다리만 주야장천 두드리는 바람에 귀한 시간만 축내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땅을 치며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
돌다리만 계속 두드리는 삶은 안전하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원을 부수고 나가지 않으면 자신에게 향하는 리스크는 현저히 준다. 그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과 마주하고 극복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실패에 취약하다. 실패를 경험하게 되었을 경우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보다 회복의 속도가 현저하게 느릴 수밖에 없다. 바로 실패 경험의 부재 때문인데 이것은 회복 탄력성과도 관련이 있다. 바닥을 치고 (역경을 딛고) 올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원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자신에게 향하는 리스크는 현저히 준다. 그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과 마주하고 극복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게 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지.'
잘 아는 길이어도 다시 한번 세심하게 살피고 혹시 잘못된 것은 없는지 짚어본 후 안전하게 다리를 건너라는 말이다. 또 어떤 일을 할 때 일단 저지르고 나서 뒤늦게 다시 고민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 행동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그 말대로 하는 게 안전한 길이라는 걸 나도 잘 안다. 그러나 나는 안전하고 실패 없는 삶도 좋겠지만, 우리의 삶에서 안전이 가장 큰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읽은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삶은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삶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패 없는 삶은 어디 있겠는가. 만약 우리가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끝내 걷지 못하고 네 발로 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넘어질 것을 각오하고 두 발로 서는 쪽을 택했기에 오늘의 인류가 있었다.
_상식이 정답은 아니야, 박현희
때로는 안전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누군가 놓아둔 돌다리를 한 두어 번 두드리고 그냥 건너보자. 그러다 헛디디거나 돌다리가 엉성하게 놓아져 있어 물에 빠진다면 물에 젖은 김에 물장구나 치고 나오면 그만인 것이다. 적어도 그다음에는 눈에 보일 것이다. 어떤 다리가 허술한 것인지. 생각만 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물에 빠지는 편이 났다. 그러니 일단 저지르고 보자. 그리고 생각하자. 그리고 보완하자. 그리고 또 저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