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군마현까지 01

오사카 도톤보리 大阪 道頓堀

by Dali record
오사카 ▷ 코베 ▷ 교토 ▷ 히루가노고원 ▷ 타카야마 ▷ 시라카와고 ▷ 쿠사쯔 ▷아리마온천 ▷ 코베


일본 여행을 얘기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오사카에서 군마현까지 갔던 일이다. 사실 출발지는 오사카가 아니라 당시 일본인들에게도 야마구치라고 하면 거기가 어디냐며 되묻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외진 흔한 촌구석 시골이라 해도 손색없는 그 야마구치였다.


딱히 계획이 있었던 게 아니다.


잠이 안 오던 새벽녘 갑자기 출발했다. 마침 한 달 동안 장기렌트를 해뒀던 것이다. 이것도 딱히 계획이 있어서 렌트를 한 건 아니었고 그저 하도 돌아다니기를 좋아해 매번 렌트를 하는 것보다 장기렌트가 좀 더 저렴해서였다. 아마도 그 장기렌트가 불쏘시개가 되었던 것이다.


야마구치에서 출발한 우리의 체력은 오카야마에서 동이 나고 말았다. 도로변의 가장 눈에 띄는 무인모텔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그 모텔에서의 계산하는 방법인데 객실에 있는 작은 문까지 캡슐 같은 것이 올라오면 그곳에 돈을 넣는 방식이었다. 돈을 넣으면 캡슐은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파서 음식을 잔뜩 시켜 먹었다.


단잠을 이룬 뒤 우리는 또다시 움직였다. 그다음 도착지는 시가현 비와호였다. 비와호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다름 아닌 휴게소였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밥을 먹었고, 휴게소에서 세수를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정말 무계획의 여행이었던 것이다. 사실 목적지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계속해서 가던 방향으로 달려갔고, 마침 가게 된 곳이 오사카와 가까웠던 것이다. 그렇다. 우린 드디어 갈 곳을 정한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차를 돌려 오사카로 내려게 되었다.


긴긴 도로를 달려 시내에 들어섰을 때는 어찌나 반갑던지!

화려한 오사카의 밤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오던 잠이 달아나는 기분에 나는 차 안에서 화장을 했다. 오사카는 이전에 들른 적이 있었지만 인상 깊었던 곳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복잡한 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에 그리 달가운 분위기가 아니었음에도 당시의 나는 설레기까지 했다.


아마도 누구와 함께인가가 문제이지 않았을까.


우리는 어렵게 좁은 주차장을 찾아 차를 세우고 오사카의 상징 도톤보리의 구리코 아저씨를 만났다. 육상경기장의 트랙을 달리는 러너의 배경에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4개의 건물로 꼽히고 있는 오사카 성, 카이유 칸, 오사카 돔, 통천이 그려져 있다.



끊이지 않는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곳에서 사진을 연신 찍었다. 그리고 나도 지금의 남편 덕에 처음으로 구리코 아저씨와의 추억을 남겼다. 그리고 의식의 흐름대로 다른 관광객들의 발길에 따라 들어선 거리에서 봤던 커다란 대게가 다리를 움직이는 식당과 가는 발길들을 붙잡아 세우고는 함께 술 마시자며 저렴한 가격에 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던 머리가 삐죽삐죽한 검은 앞치마를 두른 사내들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그 대게집은 오사카에 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을까. 맛집으로 유명하다지만 우리는 조금 떨어져 있는 포장마차에서 집게 다리 구이를 사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아직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복작복작한 거리를 지나오다 보면 자전거들이 늘어진 한산한 거리가 나온다.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는 면세점이 반가웠고, 심심할만하면 대게 못지않은 인상 깊은 간판들이 나와 재미를 더해주었다. 하지만 그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눈앞을 사람들이 매워온다. 그리고 도톤보리 간판이 요란스레 빛을 내며 반겨주는 또 다른 긴자가 보였다. 그 네온사인이 또 마음을 간질거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늘어나는 듯한 곳. 어느새 눈에는 미키마우스가 환하게 웃어 보이는 간판이 들어왔다. 징하게 좋아하던 디즈니 스토어를 한참 동안 구경하고 나와서는 다른 매장들도 들어갔다 나오기를 몇 번. 결국 세일가에 마음에 드는 가방을 하나 사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가방은 찢어질 때까지 야무지게 들고 다녔더랬다.


복잡한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복잡하디 복잡한 오사카의 거리를 아주 신나게 슥슥 돌아보았고, 그곳의 분위기는 아직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만 그 이후로 우리가 오사카를 찾는 일은 없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우리의 또 또또 일본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