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군마현까지 02

코베 롯코산, 일본 3대 야경을 보기 위해

by Dali record
오사카 ▷ 코베 ▷ 교토 ▷ 히루가노고원 ▷ 타카야마 ▷ 시라카와고 ▷ 쿠사쯔 ▷아리마온천 ▷ 코베


우리는 오사카에서 코베로 넘어가기 전 또다시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그때는 참 신기했던 것이 모텔을 골라간 것도 아니었는데 모텔마다 인상 깊었던 부분들이 하나씩 있다는 거였다. 이때 묵은 곳은 입구에서부터 커다란 공룡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니면 우리가 그 공룡을 보고 들어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거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티라노사우르스의 커다란 모형이 있는 어느 모텔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숙소 안까지 공룡이 있지는 않았다.


날이 밝자 우린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가의 식당에 들러 끼니를 때우고, 지나가다 들르고 싶은 곳이 보이면 차를 세웠다. 그렇게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롯코산에 올랐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앞을 보기도 힘 것이다. 랍게도 이 강행군에 참여한 것은 우리뿐이 아니었다. 심지어 차가 줄지었다. 시 줄지어 내려오는 옆 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어딘가에 부딪혀 범퍼가 부서지거나 크게 흠집이 나는 등 엉망인 차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이었다. 특히 뒤쪽 범퍼가 통째로 떨어져 겨우 매달린 채 달랑 걸리며 내려오는 차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충격적인 장면이다.



다행히 나의 베스트 드라이버 히스 씨는

온전한 모습으로 차를 롯코산의 정상에 세워주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뭘 볼 수 있을까!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 야경이 보이지 않을 텐데 괜찮겠느냐는 안내원의 말에도 불구하고 입장료를 지불하고 전망대에 오른 관광객들은 우리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에 안개가 자욱한 정상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히스 씨도 전망대의 조형물 앞에서 내 모습을 담아주었다.


이곳은 야경을 가장 꼭대기에서 볼 수 있는 Light Scape in Rokkp라는 곳으로, 밤에 1000만 색 이상의 빛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우린 한참을 안갯속에서 헤매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쉬이 떼지 못했다. 날씨는 무심하게도 계속해서 희뿌연 풍경만을 남긴 채 어두워져만 갔다. 결국 우리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처참했던 차사고의 풍경을 떠올리며 옆 자리의 나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내려가는 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수많은 드라이브로 히스 씨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었기에 우리에게 사고가 일어날 거란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이다. 문득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히스 씨에게 그때 많이 긴장하지 않았느냐 물었던 적이 있다.


"아니. 내가 그때 운전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런 걸로 긴장하겠어? 나 그때 전성기였어!"


"그랬구나..."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히스 씨에게 인생을 맡기겠다 다짐한 것은 그의 그 파이팅 넘치는 대답을 들었을 때였다는 것을. 어찌 됐든 이대로 일본의 3대 야경을 지척에 두고 지나쳐 버리게 되면 이 날을 두고두고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린 집에 가려면 다시 돌아와야 했기에 그 길에 한번 더 도전해 보기로 했고, 결국 쿠사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음을 다잡고 해가 떨어지기 전 롯코산에 올랐다.


다행히 이 날은 날씨가 좋았다. 주변 관광을 하고는 기념품 샵에 들러 코베의 상징 중 하나인 포트 타워 모양을 하고 있는 물과 코베야경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들고 차에 들어가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우린 또다시 전망대에 올랐다.

이전엔 아무 빛이 안 들어왔던 라이트 스케이프도 화려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일본의 3대 야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한 번의 실패를 겪어 그런 지 감회가 새로웠던 그 풍경은 가히 3대 야경이라 꼽힐 만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당시 꼽히던 일본의 3대 야경을 모두 눈에 담을 수 있었는데, 나름의 고난 뒤에 맛본 풍경이여서인지 이전에 봤던 나가사키의 야경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의 짧은 감상을 옮기자면 끝없이 펼쳐진 양탄자 같았다.

빛으로 만들어진 양탄자 말이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본 풍경은 당연하게도 사진으로는 모두 담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당시 우리가 들고 다녔던 카메라는 나름 값이 나가던 것이라고는 해도 지금의 것과는 - 아, 그러고 보니 여기 분수대에 그 좋은 카메라를 빠뜨렸었지! 그래 맞아. 이곳이었다. 나는 항상 탑재하고 있던 덜렁거림에 신난 발걸음을 더해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며 돌아다녔고, 마치 정해진 일이라는 듯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의 수많은 여행을 함께한 그 카메라가 무심한 렌즈로 분수대 안에서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오빠!"

내가 떨어뜨린 거 맞다.


"괜찮아. 어쩔 수 없지."

정말 괜찮았다.


나름 고가의 그 카메라는 사실 우리가 처음으로 장만한 카메라로 당시 중고샵에서 한참을 고를 끝에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했던 물건이었다. 그리고 정말 정이 많이 들었었다. 그것의 렌즈로 얼마나 많은 풍경들을 담아냈던가. 얼마나 많은 우리의 모습들을 담아줬던가.


니까 쓸 만큼 썼다는 거다.


히스 씨는 이런 일을 예상했었는지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에 새 카메라를 주문했었고, 나는 중고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것이다. 아무리 정이 든 물건이라고는 해도 사실 새 카메라를 떨어뜨린 것보다는 나았을 테다. 나는 나름 실리는 따지는 사람이니 말이다.


게다가 새 카메라를 사지 않았다면 이때의 추억을 남기기란 힘들었을 테다. 더군다나 당시 우리의 예쁘장한 폴더 핸드폰 카메라는 지금의 스티커 사진 수준이었겠지.


말도 탈도 많았던 우리의 코베 야경 투어는 그렇게 무사히 끝이 났다.

어찌 보면 이곳이 당시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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