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i record Apr 29. 2022

아일라 섬에서 취향을 찾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

위스키를 알아가면서 꼭 듣게 될 조언 중 하나가 바로 '취향 찾기'이다. 전 세계 수만 가지 위스키를 모두 맛볼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맛본다 하더라도 분명 내 입 맛에 다 맞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거 맛있다더라.' 하는 웬만한 위스키들의 가격을 생각하면 한 달치 월급으로 몇 잔이나 맛볼 수 있을까. 이것저것 따져보면 결국 그저 술술 넘어가는 대중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몇 종류로 평생을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는 좀 더 현명한 방법으로 위스키를 즐길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취향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취향만으로도 위스키의 범위를 상당히 좁힐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브랜드나 지역에 대해 편견을 갖고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없다. 그 와중에 보석 같은 것이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이전에 다시 덧붙인다면 투박한 글을 좀 더 써야겠다. 우리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참으로 앞 뒤가 안 맞는 거 같아 쓰면서도 당황스럽지만, 이 만큼 정확한 답변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방법에도 투박함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다. 정통적인 방법으로 다가갈 수밖에.

좀 더 속도를 올리고 싶다면 본인보다 경험치가 높은 지인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다.

아무리 책을 읽고 정보를 찾아본다 해도 사람의 혀만큼 정확한 건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 지인과 당신의 입맛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고 앞으로의 당신의 선택력에 도움을 줄 것이다. 히스 씨와 글쓴이가 입 맛이 다른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쪽이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 또한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면서 시나브로 각자의 취향을 찾을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나는 위스키를 접할 때부터 피티드 위스키에서 매력을 느꼈고,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옥토모어라는 위스키다. 아직도 그 강렬한 첫인상이 뚜렷하게 떠오르는 추억 속의 그 무엇으로 이를 계기로 더욱 피티드 위스키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사실 그동안은 어렴풋이 라가불린 증류소의 피티드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피티드 위스키에 들어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글을 쓰며  이런저런 추억들을 끄집어내어 보니 내게 피티드 위스키를 강하게 각인시킨 것은 다름 아닌 옥토모어였다.


 피트의 대명사로 알려진 옥토모어 피티드 타입이 원래가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려지는 위스키이고 그중에서도 강 피티드라면 그 경계선은 더욱 극단적일 것이다. 글쓴이는 그중 호에 한 표를 던지며, 원래가 피티드가 잘 맞는 체질인 지 최고의 피트 함량인 309ppm의 옥토모어 8.3을 한 잔 마시고는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더랬다. 물론 이것으로 나의 취향을 찾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때에는 옥토모어가 브룩라디 증류소의 위스키인 것도 몰랐고 아일라 위스키의 개념 또한 너무나도 얄팍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가 꽤나 호들갑을 떨었는지 그다음부터 바텐더 분은 내게 피티드 위스키 위주로 추천을 해주셨고 덕분에 나의 취향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또 우리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위스키 보틀을 집에 들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고 여러 위스키를 즐기면서 내가 좋아하는 향은 아일라 섬의 피티드 위스키에서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여기서 더 나아가 숙성방법이나 오크통은 어떤 걸 쓰는지 등등 여러 가지 면에서도 나름 내가 좋아한다 싶은 취향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여러 맛을 경험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혀지기 마련이다. 우선 어떤 지역의 위스키를 좋아하는지 감을 잡았다면 그다음부터는 위스키를 고르는 것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도 즐겨마시는 아일라 위스키 중 하나가 킬호만이다. 굳이 킬호만을 소개하고자 한 것은 비교적 아일라에서도 신생 증류소에 팜(Farm) 디스틸러리인 것이 우리의 호기심을 꽤나 자극했던 것이기에 독자들의 흥미를 좀  더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다. 팜(Farm) 디스틸러리란 것은 말 그대로 자가 농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사용하는 재료들을 직접 채취한다는 것이다. 이러니 아일라 러버(Islay Lover)로써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100% ISLAY MADEIRA MATURED SINGLE CASK.

그중에서도 킬호만의 '100% Islay'는 보리의 재배, 증류, 숙성, 병입의 모든 공정을 아일라 섬에서 진행한 극소량으로 생산된 싱글몰트이다.  물론 피트도 직접 채취한 것만 사용하였다고 하며, 킬호만의 '100% Islay'는 이 외에도 몇 종류가 더 있다. 해당 보틀의 경우 쓰인 설명에 의하면 미디엄 피트 맥아에 의한 스모키함과, 프룻티함의 조화를 즐길 수 있으며, 사진 속 테이스팅 노트는 글쓴이의 개인적인 감상이다.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 남겨두고 싶은 위스키를 찾으면 짧게나마 기록해두곤 하는데 사실 좋아서 하는 작업이었지 굳이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기록해둔 위스키와 비슷한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비교를 해보고 싶어 지거나 궁금해질 때면 이런 작업을 해둔 것이 뿌듯할 때가 있다. 반대로 남겨두지 않은 것들이 조금 아쉬울 때도 있더라.


아무튼 이렇게 아일라에 대해 구구절절 쓰는 이유는 단지 좋아하고 그만큼 나의 위스키 라이프에 있어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피티드 위스키를 경험하고 본인은 '별로다.'라고 한다면 다음부터는 다른 지역의 논 피티드 위스키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아예 배제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한 예를 들자면 우연히 술을 마시다가 알게 된 어떤 분은 여태까지 피티드 위스키에 대해 좋은 기억이 한 번도 없는 데다 거부감을 갖고 계셨는데, 우리가 권해드린 피티드 위스키를 마셔보고는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졌으며 너무 좋다고 말해주셨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은 의견이지만 그 자리에는 약 5명이 있었고 모두 다 훌륭한 위스키라며 한 병을 순식간에 비웠다.


사실 복잡할 건 없다. 그저 당신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면 될 뿐. 반대로 싫다면 당신의 인생에서의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면 된다. 훌륭한 위스키 라이프를 위해 다른 이의 취향은 존중해주는 정도의 매너는 지키자. 그리고 더 나아간다면 가끔의 도전정신은 의외의 수확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집착이라는 게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일라의 피티드를 찾지만 언제나 아일라(Islay)의 위스키만을 찾는 것은 아니고, 피티드(Peated) 위스키만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글쓴이와 히스 씨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위스키를 바라보며, 숙성연도 등에서도 항상 새로운 자세로 즐기려 한다. 언제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은 아니며 언제 어디서든 깍두기 같은 예외가 나올 수 있다. 단지 본인의 취향을 안다면 수많은 위스키 중에서 또는 예외 중에서도 입맛에 가까운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킬호만이 아닌 커호만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실제 증류소 설립자 아들이 내한하여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을 때 그가 발음에 대한 종지부를 찍었다고 한다. 킬호만이다.


스코틀랜드의 130여 개(현재는 더 늘었다고 한다.) 위스키 증류소 중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증류소인 킬호만은 2005년부터 증류소를 가동하기 시작한 신생 증류소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작은 증류소이며, 지난 125년간 아일라 섬에 생긴 유일한 증류소라고 한다.


또한 짧게 설명했듯이 팜 디스틸러리, 즉 농장 증류소로 정통적인 방식의 플로어 몰팅을 실시하고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보리를 사용하여 보리의 재배와 병입에 이르기까지 위스키 제조의 모든 과정을 증류소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킬호만은 숙성 3개월을 거친 한정판 발매 Sprit과 매년 한정적으로 출시된 Sprit과 3년 숙성 위스키가 매번 호평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였다.


포트엘런의 맥아를 사용하며, 2005년 12월 14일 날 첫 통입을 했다.


@달리레코드 dali.rec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