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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record Apr 05. 2022

그의 아드벡과 나의 아드벡은 다르다.

후쿠오카 바(bar) 라이카도(LEICHHARDT)에서의 아드벡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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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벡은 2005년 루이뷔통 모엣 헤네시에서 인수를 했고, 그 유명한 BTS가 좋아하는 위스키라고 한다. 우리가 아드벡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내가 처음 아드벡에 맛을 들인 것은 역시나 바 키친(Bar kitchen)에서였다. 사실 그 전에도 맛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푹 빠져들게 된 건 한정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위스키의 한정판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라이카도에서의 아드벡 향연.

지인의 소개로 가게 된 라이카도는 우리에게 또 다른 바(bar)의 매력을 알게 해 준. 아마도 우리의 위스키 라이프에 있어서 가장 멋진 장소 중 한 곳이 되지 않을까.


후쿠오카의 와타나베 도리와 야쿠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라이카도는 텐진 코어에서 도보로 20분 정도로 택시를 탄다면 당시 6~700엔 정도의 거리이다.




해가 저물고 한 잔이 절실히 생각나는 딱 그 시간.

며칠 동안 열심히 돌아다닌 덕분인지 그새 익숙해진 후쿠오카의 골목을 여전히 배회하고 있었던 히스 씨와 나는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기가 아쉬웠다. 사실 이대로 들어갈 우리가 아니지.


마침 헤매던 야쿠인 주변에 라이카도가 있다고 했던 것떠올랐다. 만약 우리가 이때 떠올랐던 그곳을 그냥 지나쳤다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아무튼 이 날은 그만 볼 것 같았던 지도 앱을 다시 켰다.

도보로도 멀지 않은 거리기도 했고, 술을 마시기에는 조금 이르게 느껴졌기에 주변 구경도 할 겸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이 어렵지 않아 그런 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그곳은 너무나 익숙한 상가 건물들 중 한 곳으로 주변의 비슷한 건물들이 많아 약간의 의심이 들었던 우리는 입구 벽면에 붙어있는 가게의 크지 않은 간판들 중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심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렸다.

몇 발자국 앞에는 묵직해 보이는 나무 문이 눈에 들어왔는데 영업장의 입구라기보다는 어느 저택의 안쪽 문 같은 느낌이었다.


특별한 간판 없이  옆에 작은 명함꽂이가 있을 뿐이다. 히스 씨와 나는 들어가기 전에 기념 삼아 명함을 하나씩 챙겼는데 지금도 사장님이 주신 명함과 함께 지갑 안쪽에 뿌듯한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다.




설렘과 호기심.

그리고 왠지 모를 긴장감을 가득 안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의외로 둥근 소파와 테이블의 아담하고 조금은 프라이빗해 보이는 공간이었다.


짧은 통로를 지나자 보이는 벽면 가득한 진열장의 수많은 술병과 조명들은 무대의 커튼이 드디어 열리고 공연이 시작될 듯한 설렘이 드는 조금 화려하면서도 안정된 느낌의 장소였다.


어정쩡한 걸음으로 들어온 어리숙한 여행객들에게 지금 막 오픈 준비를 끝낸 듯한 바텐더 분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시며  자리를 안내해주셨다.


흰 양복에 보우타이를 하고 계셨는데 마른 체구에 인상 좋으신 모습은 왠지 모르게 멀지 않은 곳의 다른 바(bar) 사장님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건 글쓴이가 방문한 곳이 그곳이 유일해서라는 이유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도 바(Bar)를 꽤 여러 곳을 방문했던 히스 씨와 달리 나는 이제 막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였다.


참고로 이곳은 일본 내에서 꽤 주목받고 있는 곳으로 약 3천 병의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으며 1,500병씩 교대로 내놓고 나머지는 카탈로그를 통해 주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역시나 피티드를 히스 씨는 쉐리를 추천받았다.

사장님이자 바텐더 분은 한 잔 한 잔 너무나 친절하고 세세하게 설명하시며 추천해 주셨는데, 나는 위스키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부족했을 때라 일본어를 알아도 위스키를 몰랐고, 위스키를 알아도 영어를 몰랐다. 또 어쩌다 아는 영어가 나와도 위스키를 몰랐던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캐스크 설명을 들었는데 어떻게 숙성했느냐 같은 어이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사장님은 불편한 기색도 없이 일일이 설명을 다 해 주셨다. 핑계를 대자면 캐스크가 희귀해서 설명이 길어졌던 위스키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너무나 아찔하고 귀가 뜨거워지는 상황이다. 아마도 우리가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데 알아듣는 척을 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사실 이런 생각이 더 낯뜨거워지긴 하지만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있나.


어쨌든 내어주신 위스키들은 하나하나 오감에 오래도록 담아두고 싶을 만큼 맛이 좋았다. 모두 귀한 것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위스키들이 맛이 좋으란 법은 없다. 아마도 아니 분명. 그 와중에 바텐더 분의 선택추천이 훌륭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여섯  정도 비우고는 이제 자리를 일어나려고 하는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진열장의 가운데 칸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아드벡이었다.


그 와중에 라벨들을 보니 하나 같이 한정판인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 기회를 그냥 지나친다면 위스키 애호가라 할 수 없지.

이미 술이 달아오른 상태여서 한 잔씩만 더 하기로 하고 다시 자리에 눌러앉았다.

그나저나 이 좋은 기회에 한 잔이라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드벡이 우리 앞에 줄을 섰다.

전에 아드벡 19를 너무 맛있게 맛 본터라 21, 22를 먼저 맛보기로 했다. 21과 22는 캐릭터가 확실히 달랐는데 21은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푸릇티한 향에 적당한 우디가 입안에 퍼지며 역시나 피트가 함께한다. 그리고 22는 그와 확연히 다르게도 부드럽지만 스모키함이 꽤나 묵직하게 올라온다.  개인적으로는 21이 더 인상 깊게 남았다. 솔직히 21이 더 맛있었다.



그 뒤로 맛본 달큼한 과일향과 커피 향이 좋았던 '아드복(Ardbog)'은 넘긴 후 찝찔한 초콜릿 느낌과 스모키.

스모키함과 바닐라의 부드러운 맛이 기억에 남는 '갈릴레오(GALILEO)'는 약간의 짠맛이 남는다.


그리고 지금도 히스 씨가 가장 좋아하는 아드벡인 '다크코브(Dark Cove)'는 부드러운 쉐리 향과 달큼함. 그 뒤에 오는 스모키함과 팍 하고 짧게 넘어가는 피트가 일품이다. 쉐리를 좋아하는 히스 씨의 선택답다.


나의 경우에도 의외로 이 중 다크코브가 가장 좋았지만 왜인지 지금도 아드벡하면 단연 19를 꼽게 된다. 내가 느끼는 19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묵직하면서도 복합적인 향미가 굉장히 균형이 잘 잡혀있다. 물론, 모든 테이스팅 노트는 주관적인 것으로 독자가 맛볼 아드벡에서는 색다른 맛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글쓴이는 정말 뜬금없는 노트가 아니라면 모든 노트는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에겐 스토리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내 경우 위스키를 넘기고 비 온 뒤의 숲에 있는 거 같다고 하는 정도는 흔한 일이다.


지금도 아드벡을 논할 때면 나와 히스 씨는 서로가 가장 좋아하는 아드벡을 내세우며 소리를 높인다. 이렇듯 우리는 이렇게 훌륭한 위스키에서도 취향이 다르다.




우리는 꽤 이른 시간에 방문한 덕분에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아드벡을 따를즈음에는 어느새 자리가 꽉 차서 웨이팅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서도 정돈된 분위기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옆 자리에는 외국 분들을 접대하는 듯한 비즈니스 자리가 이루어지는 듯했는데 훌륭한 영어실력을 구사하시는 사장님이 대화를 이끌어내는 듯한 모습은 신기하고도 감탄스러웠다. 또 그분들은 꽤나 즐거워 보였고, 만약 어떤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분명 잘 풀리지 않았을까. 참고로 나는 평생 영어울렁증에 시달리는 중이다. 


아무튼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여자 바텐더 분이 한 분 더 나오셨다. 우리는 후회 없이 즐겼다 싶었고, 더 마시면 내일이 힘들어질 거 같아 그만 일어나기로 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사장님이 나오셔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시며 명함을 건네주셨다. 사실 들어가면서 문 옆에 있는 명함을 챙기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받은 명함은 다른 법이지. 참고로 명함꽂이에 있던 거는 라이카도를 다른 분께 추천해드리면서 한 장 드렸다. 너무 좋은 곳이라 추천을 안 할 수가 없었고 거기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아무튼 응대도 죄송스러울 만큼 정성스럽게 해 주시고, 손님들이 붐비는 와중에 나오셔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고개 숙여 배웅을 해주시는 걸 보고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귀하고 훌륭한 보틀이 많은 것을 떠나 바텐더 분의 응대는 그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그곳의 인상으로 깊게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렇게 완벽한 응대라니!

어디에서든 같은 보틀을 만난다 해도 아니 더 좋은 술을 만난다 해도 그곳과 그곳의 바텐더 분이 그리울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간다면 그곳의 우리도  나이스 한 손님이 되고 싶다. 사실 마음에 드는 곳이라면. 단골이 되고 싶다면. 우리도 그곳의 반가운 손님이 되고 싶은 것이 하나의 욕심이지 않는가. 그만큼 훌륭한 바텐더(bartender)와 바(bar)를 만난 거다.




실제 모습과 그림이 다를 수 있습니다.


작고 외진 스코틀랜드 섬인 아일라(Islay)는 고대의 땅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적인 곳이다. 켈트의 수도사들이 노르인의 습격을 피해서 발견한 은신처이며, 초기 증류 업자들은 그들의 불법적은 독주를 '아드벡'의 울퉁불퉁한 바위투성이의 작은 만에 숨겨두었다고 한다.


아드벡은 풍부하고 달콤한 물과 기름진 토양, 값비싼 이탄으로 싱글 몰트 위스키의 성지 순례지로 불리는 아일라에 위치한 여덟 개의 증류소 중 한 곳으로 가장 큰 증류소는 1814년에 설치, 스코틀랜드 아일라의 헤브리디언에 위치해 있.


아드벡은 가장 균형 있는 맛을 자랑하는 아일라 위스키로 두터운 매니아층을 갖고 있으며, 다른 아일라 위스키들이 벤치마킹을 할 만큼 그 명성이 자자하다.



@달리레코드 dali.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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