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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Aug 01. 2018

이제야 조금은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상처받지 않을 용기

나는 그게 두려웠던 것 같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지만 결국 나는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 자체. 그것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서 피해왔던 거 같다.


예를 들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쩌지? 란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일부러 딴짓을 했다. 만약 무언가를 최선을 다해서 쫓는다면, 그건 뭔가 아예 이루기 힘든 것들을 쫓았던 것 같다. 어차피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결론이 지어져 있기 때문에 설사 실패한더라도 그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핑계를 마련해 두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비겁하다.


지금까지 1도 노력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500%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열심히 노력하는 때도 있었지만, 분명 그렇지 않았던 때가 더 많았다.

문득 요즘의 나를 돌아보면서 이제 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초연해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했을 때 그 과정에서 내가 얻는 것들, 나에게 남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있는 거 같고. 굳이 피하려고 하지 않아도 내가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란 걸, 어쩌면 평범하기 조차 힘든 사람이란 걸 알아버려서 인 거 같기도 하다.


어쩌면 너무 늦은 주제 파악일 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그런 용기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했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하거나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생각보다 다른 사람은 나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무엇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냥 그 크기의 그릇인 나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노력하면 될 일이다. 그냥 그거면 될 일이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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