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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Jul 28. 2020

회사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란 무엇인가

두괄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원래 회사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회사 사람과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을 바꾸어 회사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할 것이다. 꼭 그래야 하는 것도,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일단 친구란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회사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지를 논하는 것이 가능한데, 친구의 정의는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온 사람'이다.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왔다면 친구가 된다. 그런데 이것은 사전적인 정의이고, 내가 정의하는 친구는 마음을 터놓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이다. 여전히 모호한가. 그렇다면 한 껍질 더 벗겨내서 말해보자면 회사 돈으로 먹는 식사나 술자리가 아니어도 개인적인 돈과 시간을 내어 만나고 싶고 실제로 만나는 사이가 친구다.


회사 사람들이랑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회사 사람들이랑 친구가 되어야지'라고 마음먹고 친구가 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미 친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직장 사람들과는 연수원 동기라는 개념 때문에 비슷한 또래끼리 사회인이 된 기쁨을 만끽하며 한 달 가까이 같이 먹고 자고 놀고 배우면서 정이 들어서 친구의 선으로 쉽게 옮겨 탈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사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동기들은 구분되는 지점이 분명 있는 것 같다. (현재까지 이어진 인연은 많지 않다. 너무 빨리 그만두어서 그런 것 같기도.)


두 번째 직장 사람들과는 나이대도 비슷하고 '스타트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똘똘 뭉쳐서 불타오르게 일하는- 일할 때부터 이미 친구 같은, 학교 선후배 같은 분위기가 서려있었다. 지금은 회사에 남은 사람보다 떠난 사람들이 더 많지만 동종 업계에서 일하면서 더 끈끈한 유대감 같은 게 생겼다.


 번째 직장 사람들 역시 공통의 관심사와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이라 지내는 동안도, 각자의 길을 찾아간 뒤에도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 직원들이 한국에 여행 오면 같이 놀고, 우리나라 직원들이  나라가면  같이 만나는 위아더월드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회사라는 연결고리가 끊어졌어도 따로 연락해서 만나고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묻고 기뻐할 일을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을 함께 위로하는 그런 사이가 된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같은 회사를 다녔다는 건 일정 시간과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이고 어쩌면 학창 시절 친구와는 공유하지 못할 것들을 - 업계 동향, 취업 기회 등- 공유할 수 있는 사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 생각을 떠올리게 된 데는 얼마 전 읽었던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는 소설이 한몫했다. 심너울 작가님의 소설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의 표제작 이기도 한 이 작품에는 내가 나이 먹어 시니어가 되었을 때쯤을 상정한 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의 친구도 함께 등장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친구란 생각보다 오래가는 존재고 훗날 내 인생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80년으로만 잡고 봐도 아직 절반도 안 왔는데, 벌써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란 이유로 선 그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다가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친구를 만들러 가는 건 아니지만,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진 않고 싶다.



Photo by Sean Polloc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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