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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Mar 14. 2024

"저... 이 회사에 지원해도 될까요?"

외국 채용공고를 보고 너무 기죽지 말아요.

‘회계/결산 업무, 기타 제반 업무, 4년제 졸 등 ’ 

 만약 한국에서 회계팀 직원을 뽑는다면? 공고는 이와 같이 단순하다. 단 세 줄로 직무소개와 지원자격을 소개한다 회계 업무를 해 본 경력자라면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게 될지 알지만, 신입이라면 사실 난감하기 그지없는 이 문장도 아닌 단어의 나열. 사실 경력자라고 해도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초반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공고를 읽는 구직자의 머릿속엔 온갖 상상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외국의 채용공고Job Posting는 어떤 식일까? 우선 구구절절 말이 많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열 명을 뽑는다고 해도 모든 내용을 A4 용지 한 장에 다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간략한 한국의 채용공고와 달리 여기 채용공고는 단 한 명을 뽑더라도 정말 길고 자세하다. 공고만 읽어도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비교적 명확하게 그려진다. 

  

한국과 외국의 공고가 이렇게 확연히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모르긴 몰라도 한국에서는 회사에 맞는 사람, 회사의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지시한 사항을 잘 수행할 사람을 뽑는 것이 목적이라면, 외국에서는 당장 실무에 투입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우리 사람’이 될 사람을 뽑는다면, 외국에서는 ‘이 일을 바로 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는 말이다. 신입과 경력자가 함께 있다면 경력자를 선호하는 건 이 세상 어디나 똑같지만, 한국은 그래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신입에게 비교적 관대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싱가포르 회사에 입사한 지 3개월 후 나와 같은 날 입사한 사람들이 해고되는 걸 보고(다시 말해 일정 기간 동안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고해 버리는 그들을 보고), 구인공고가 왜 그렇게 디테일한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근데 바로 여기서 해외취업을 원하는 한국인들이 겁먹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

업무를 너무 자세하게 써 놨다 -> 내가 못하는 게 분명히 보인다. (자세하게 써놨으니 없을 수가 없다.) -> 자신감, 의욕 상실 -> 아몰랑 지원 안 해!

내가 하는 일을 정확히 모를 때는 오히려 지원할 수가 있는데, 자세하게 써놓은 걸 보니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사라진다. 그래서 경력이 없는 나 자신과 경력자만 좋아하는 이 사회가 더욱더 원망스럽다. 게다가 나는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하지도 못하는데?

    


지금 보고 있는 채용공고의 모든 항목에 자신이 해당된다면,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당신은 여기서 일하기엔 넘칩니다.” 


사실상 채용공고는 이상형을 써 논 거나 마찬가지다. 채용 담당자들은 직무 소개 Job description란에 현재 필요한 역량 + 미래에 하게 될 프로젝트에 필요한 역량 + 이 정도는 했으면 좋겠다는 것까지 다 쓴다고 한다.


(출처: https://qz.com/255565/job-requirements-are-mostly-fiction-and-you-should-ignore-them/ )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박사학위와 10년 경력을 가진 스물다섯 살이지!”  


외국인들이 하는 농담이다.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존재는 아무도 본 적 없는 전설 속에만 나오는 존재라는 걸. 그런 존재는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 인가보다. 아무튼 대학교 졸업할 때부터 이런 말도 안 되는(?) 공고를 봐온 아이들이라 그런지 외국인들은 공고를 보고 겁내거나 기죽는 일이 드물다.

  

그럼 어떤 곳에 도전해 볼까요?

관심 있는 공고에서 70% 이상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지원해봐도 된다. 앞에서 말했듯 공고는 회사의 이상형일 뿐이다. 중요한 건 회사에서도 이렇게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이 직군에 지원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사람이 지원한다면 땡큐지만, 그렇다고 해도 면접에 가서 이 사람이 또 뽑힌다는 보장은 없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지원자가 관련 경력도 있고 더 액티브해 보였어요. 하지만 우리는 사라 씨를 뽑았어요. 우리 회사와 고객들의 성향에 더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입사하고 몇 달 후, 매니저가 내게 한 말이었다. 내가 뽑힌 건 다른 경쟁자들보다 경력과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었다.

  

 “어느 연구자료에 따르면 성별에 따라 채용공고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차이 난다고 해요. 같은 학력과 경력을 가진 남성과 여성이 같은 공고를 보고 있다고 칩시다. 공고에는 자신들이 잘 못하는/모르는 부분이 (당연히) 몇 개 있어요. 여기서 남성과 여성의 선택이 달라집니다. 남성은 지원자격에 적힌 항목 중 자신이 60% 정도를 할 수 있다면 일단 지원하고 봅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100% 일치해야 지원한다고 해요. 남성들은 자신들이 부족하단 걸 알지만 관심이 있다면 일단 지원해 봅니다. 그렇게 많은 기회에 문을 두드리니 얻을 가능성도 훨씬 높지요. 여성분들! 관심 있는 일이 있다면, 거기에 우선 지원해 보세요!”


 몇 년 전에 읽었던 <Lean In>(셰릴 샌드버그(전 페이스북 COO) 지음)이라는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셰릴은 미국인 여성이고 이 책은 여성들의 직장생활에 대해서 쓴 책이다. 그녀는 미국 사회의 남성과 여성을 염두하고 이런 글을 썼지만, 나는 그녀의 이 말이 해외취업에 도전하는 한국인에게 필요한 글 같았다. 


한국에서 회사에 지원할 때 우리는 어떤가? 내가 토익 점수가 900점이 되지 않으면 당연히 '토익 점수 900점 이상'이라고 적힌 곳에는 지원하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그건 한국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나도 싱가포르에서 구직을 시작하고 나선 많이 바뀌었다. 아마도 돈이 떨어져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비자까지 만료되어 더 절박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ㅜㅠ 만약 공고에서 5년 경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데, 나는 1년 여의 경력밖에 없다? 지원했다. 회사에서는 A, B, C란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지만 나는 A밖에 써본 적 없다면? 내가 관심이 있으니 일단 지원한다. 실제로 그런 곳에 지원해서 면접 본 적도 많았다.


 "영주권자를 찾길래 지원 안 했어요."

 “그런 거 상관없어. 네가 관심 있으면 우선 지원하고 봐. 네가 정말 실력이 있고, 그 회사와 잘 맞는 사람들이 너라면 비자를 줘서라도 너를 뽑겠지. 왜 널 뽑을지 말지를 네가 결정하니? 그건 회사가 알아서 해.” 

한창 구직에 열 올릴 때, 싱가포르에서 외국계 회사의 인사팀에서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셨던 분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객관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내가 뽑힐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거절하든 말든 그건 회사의 몫일뿐, 나는 지금 내가 관심 있는 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본다. 그분뿐만이 아니라 많은 외국인 친구들도 이와 같은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채용 공고에 skilled, superb, excellent 같은 단어를 많이 쓴다.(이상형을 적은 거니까!) 이런 단어를 보고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할 줄 안다면 그냥 할 줄 안다고 쓰면 된다. 이런 단어 하나하나에 다 신경 쓴다면 솔직히 내가 지원할 곳은 몇 군데 안 된다. 어차피 직무소개와 지원자격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거기 쓰인 ‘형용사’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들어서 많이 하는 생각인데 나의 실패와 모자란 것에 집중해서 의기소침하고 우울해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나 자신을 사용하는 것이 내 생활과 인생을 바꾸는 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말하건대, 너무 겁먹지 마시고 내가 관심 있고 잘 할 자신이 있는 곳이라면 지원하셨으면 좋겠다. 

  

*Job descriptions을 보고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는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기사를 참고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https://qz.com/255565/job-requirements-are-mostly-fiction-and-you-should-ignore-them/




https://linktr.ee/wonders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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