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던 입학식
올해 도토리마을방과 후 @dotori1996 운영위를 맡게 됐다. 날날이가 1학년 때부터 다니고 있는 도토리마을방과후는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운영하는 초등 방과후 돌봄기관으로, 학교 하교 후부터 저녁까지 함께 생활하며 놀고, 읽고, 공동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살림을 배운다.
신입생 입학식 날, 하굣길에 홍보 리플릿을 나눠주기로 했는데 눈이 왔다. 그냥 눈도 아니고 펑펑 눈이. 가는 길에 급히 우산을 사서 갔는데 아뿔싸.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입학식이 빨리 끝났는지 신입생들이 우르르 내려오기 시작했다. 함께하기로 한 동료들은 아직 오지 않았고 내 손에는 리플릿이 없고 눈은 쏟아지고… 근데 꼬까옷 입은 1학년들 넘 귀엽자나. 오늘 안 되면 다음을 노리면 되자나. 그나저나 눈이 예쁘게 오네.
내리는 눈 사이로 신입생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다행히 금세 리플릿이 도착했다. 이미 놓친 학부모도 있고 나머지 학부모 가운데 절반 정도는 도토리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리플릿 덕분에 도토리를 알게 된 이들도 있었다. 해산하면서 새나, 과메기와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잖아요.””그럼요. 당연히 낫죠.” “다음에는 다른 학교도 가봐요!“ 홍보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홍보를 핑계 삼아 신입생들에게 입학 축하한다고 말해줄 수 있어서 기분 좋은 날이었다.
30대까지의 나는 망하는 게 두려워서 아등바등 아득바득 살았다면 40대부터는 “망했지만… 조금이니까 괜찮겠지요…”(김지연 <조금 망한 사랑> 작가의 말 중에)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그 마음이 체념이나 냉소가 아니라, 망함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며 때로는 뻔뻔하게 눙치며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는 마음이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다정함과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 그렇게 생각하면 딱히 망할 일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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