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지 Mar 03. 2016

15. 본격적 비시즌

시즌 VS 계절

1.

한 번의 세탁기와

한 번의 조난.

그리고 무수했던 실패들.


이틀간의 서핑 연습으로 건진 건 없었다.


하지만 뭔가 바다에게 호되게 당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욕심을  내려놓게 된 것 같았다.


'언제까지 무얼 해내야지!'

자꾸만 드는 이런 생각, 욕심들.


서핑 연습을 하면서

나는 바다에게

욕심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었던 것 같다.


다음 연습에선
그저 바다만 보고  뛰어들어야지.




2.

샤워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에

서핑에서의 고단함이 모두 녹아내렸다.

샤워 후 입은 뽀송한 옷은

포근한 침대처럼 부드러웠다.

마음 같아선

서핑의 고단함과 샤워의 편안함에

한 숨 자고 싶었지만

귀가를 위해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귀가를 위해 차에 짐들을 정리해 넣고 있었다.

이때 먼 곳에 보이는 사람들. 

서핑대회의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각 부분 우승자들에게 트로피 등이 수여되는 모습도 보였다.


우승자를 가리고 실력을 기록하기보다는

서핑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 자체를 축하하는 것처럼 보였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3.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겸

귀갓길은 조금 돌아 가보기로 했다.


하조대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설악해맞이공원'으로 향했다.

이곳부터 시작되는

'설악동 입구 삼거리'- '목우재 터널'의 코스를 통과해

속초시 '관광로'- '미시령로'를 통해 귀가하기로 했다.

아니,  드라이브하기로 했다.


'설악동 입구 삼거리'라고 하지만

설악산을  드라이브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입구부터 보이는 곳들은 설악산의 끝자락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나무로 풍성한 산자락의 모습과 운무 낀 모습은

충분히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대변해준다.


게다가 왕복 2~3차선 도로 양 옆에 줄 서있는 가로수들은

낮이던 밤*이던 드라이브 여행자들이 아늑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이미지 사진: 설악동 야경 관련 최근 보도자료가 없다. 현재는 사진과 좀 다르다)/ 속초시 2006년 4월/ 출처: 속초시청(아래 각주2 참조)


'목우재 터널'을 나오면 시작되는

'관광로' 코스는 숲 속을 드라이브하는 기분이 든다.

높은 산은 보이지 않고

작은 나무들이 양 옆에 줄지어 있어

터널을 통과하기 전의 도로 분위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설악동 입구 삼거리'- '설악산 소공원' 구간 도로: 밤에는 조명이  설치되어있어 무섭지 않게  드라이브할 수 있다. 각종 시즌(개화기,  여름휴가철, 단풍철)엔 차가 막히니 '설악파크호텔' 근방까지만 가는 걸 추천한다.



4.

'지난 서핑에서 파도 욕심 버렸으니

이번 주말엔 순수하게 서핑을 즐길 수 있으리.'란 생각에

설레는 기분으로 주말을 기다렸다.


이번 서핑은 쇼핑멘토셨던 동생과 함께 가기로 했다.

워터파크의 파도풀을 유난히 좋아하던 동생이라면

서핑 역시 좋아하리란 생각이 들어

동생에게 동행을 제안했었던 것이었다.          



5.

동도 트기 전에 시작된 여정.


서울을 벗어나자마자 맑은 하늘과 함께 나타난 풍경은

가을로 가기 위해 이제 막 가을 옷을 집어 든 모양새였다.          


가을맞이를 끝낸 자연이

아직도 여름인 서울더러

게으름뱅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1차 목적지는 가평의 빠지.

근처의 다른 빠지는  개점휴업 상태.

9월보다도 더 적은 수의 사람만이 북한강에 온 것이었다.


소수의 사람만 남은 강은 잔잔했다.

무차별적으로 띄워진 모터보트가 일으키는 파도는 더 이상 없었다.


쌀쌀한 바람과 전보다 차가워진 강물이

더욱 가을을 실감하게 했다.


비시즌이라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없는 북한강. 이런 조건에선 물결이 잔잔해 수상레저를 배우기가 좋다/ 가평 2015년 10월/ 출처: 김은지


6.

일정이 밀려 오후 서핑은 영 곤란해졌다.

오후 서핑은 포기하고 일단 배를 채우기로 했다.

점심으로 돈까스와 비빔국수를 배불리 먹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조대로 향했다. 


식당 이름 그대로 음식을 시켰다/ 가평 마루 돈까스 & 비빔국수 2015년 10월/ 출처: 김은지



7.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한계령, 동해고속도로.

이번 여름에만 몇 번을 지난 도로들이었다.


완전히 단풍이 뒤덮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높은 하늘, 소양강의 코스모스...

바뀐 자연 풍경에

마음이 뒤숭숭했다.


이제 가을 서핑이 시작되나 보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바라본 풍경. 휴게소에선 한계령-오색약수 방면만 보인다./ 한계령 휴게소 2015년 10월/ 출처: 김은지




1. 다음 글, 2016년 3월 9일(수) 발행 예정

2. 속초시 도로 야경 출처 클릭/ 2015년 설악동 야경이 비교적 잘 나온 '라벤다'님 포스트 클릭

이전 15화 14. 구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