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지 Mar 10. 2016

16. 아직 테이크 오프도 못했는데!

마지막 서핑 여행

1.

나와 동생은 팔도 유람하는 기분이었다.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마치고 도착한 서피비치.

노을도 저물어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조대였다.


동생과 묵을 캐러반 체크인을 하려는데

왜 이제야 오냐는 직원분.

그리곤 저녁 식사는 어쩔 거냐 물으시길래

나와 동생은 회 먹을 생각이라고 했다.

친절히 모 항구에서 회 사는 게 좋을 거라며

회부터 떠오라 하시는 직원분.


체크인부터 하고 싶었던 동생과 나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회부터 사 오지 뭐.'

사무실 닫는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체크인하는 것도 죄송하고 하여

직원 분이 알려주신 항구로 가 회와 홍게를 사 왔다.


몇 달간 출입한 속초.

그 날 만큼 막힌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조대에 도착할 때 즈음 온 문자.

'물고기 잡으러 가셨어요?ㅎㅎㅎ'

직원분의 연락 이었다.


↑회는 '후진항(실제 항구 명칭)', 홍게찜은 '다대포항'에서 구입/ 2015년 10월/ 출처: 김은지



2.

팔도 유람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하조대 도착 이후 자꾸 뭐가 자꾸 늦어졌다.


괜히 나와 동생을 쫓아낸 직원분에게

원망이 생기려 하는데

"저희 내일 폐장이에요."라는 직원 분.

나와 동생은 눈이 똥그래졌다.

난 머릿속도 하얘졌다.


10월 23일 폐장 예정 이래서

그때까지의 스케줄을 다 짜 놨었던 차였다.

그때까진 테이크 오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였다.

근데... 근데!

난 아직 테이크 오프도 못했는데 페장이라니!!



3.

직원분은 멘붕에 빠진 나와 동생에게

추가사항을 하나 더 말씀을 해주셨다.

"오늘은 중형 캐러반 쓰세요!"


내가 예약했던 건 소형 캐러반이었다.

비시즌이기도 하지만

이 날 빈 중형 캐러반 하나 있다며

중형 캐러반 쪽으로 안내해 주셨다.

시즌 마지막 손님이자 단골손님에게

기념 선물을 주신 것이었다.


중형 캐러반을 내주시려고

회부터 사오라 하신 거였구나 싶어 감사했다.

거 참.

이럴 줄 알았으면 원망 안 했을 텐데...



4.

새벽 출발,

아침 빠지,

오후 운전.


저녁에 듣게 된 폐장 소식까지 겹치자

회고 뭐고 빨리 쉬고 싶어 졌다.

'캐러반에 들어가 빨리 저녁 먹고 자야지.'


중형 캐러반이 좀 큰 캐러반이려니 생각하고 문을 열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시설이 좋았다.

다시 마음이 반전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올 걸...'


직원분에게 백번 감사를 드리며

캐러반에 짐을 풀었다.


중형 캐러반 내부/ 하조대 서피비치 2015년 10월/ 출처: 김은지



5.

동생과 원 없이 먹고 잔 다음 날.

난 짠 음식 먹고 자 퉁퉁 부은 얼굴로

새벽 알람을 껐다.


동생과 일출을 보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동생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나는 동생을 두고 캐러반을 나왔다.

올해 하조대에서의 마지막 새벽이라 생각하니

혼자서라도 나가 일출을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서피비치에서 본 일출/ 하조대 서피비치 2015년 10월/ 출처: 김은지


새벽의 파도는 지나번보다 더욱 거칠어 보였다.

새벽엔 결이 보통 좋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차갑고 거센 바람,

거친 파도...

처음 서핑을 경험할 동생이 바다에 들어갈 땐

이 모든 게 누그러지길 바랐다.


파도가 '따가와 보인다.'/ 하조대 해수욕장 2015년 10월/ 출처: 김은지




다음 글, 2016년 3월 16일(수) 발행 예정

이전 16화 15. 본격적 비시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