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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지갑에서 시작된다 - 디지털 은행과 빅테크 금융

은행을 다시 쓰는 자들

by 백군


은행은 오랫동안 가장 보수적인 산업 중 하나로 불려 왔다. 전통적인 규제들을 기반으로 그 틀 속에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 기술 변화에 가장 느리게 반응하는 영역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우리의 지갑과 가계부를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금융 산업에서도 큰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균열의 한가운데에는 디지털은행 그리고 빅테크 금융이 있다. 이들은 기존 은행이 지점에서 고객들을 기다리면서 안정적으로 고객들을 만다는 방식과는 다르게, 모바일을 통하여 고객들을 유치하고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속도로 혁신을 실험하면서, 때로는 제도의 벽에 부딪히면서 금융의 미래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 중의 하나는 기술을 갖추고 있더라도 규제를 넘어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제도가 어떻게 빅테크 기업에게 우호적이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혁신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한다.


우리나라 : 은산분리 그리고 디지털 은행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에 카카오뱅크가 생긴 이후로 차례대로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등장하였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급격하게 성장하였는데, 출시 5년 만에 2천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였다. 2천만이라는 숫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로, 사실상 모든 가구마다 구성원 중 한 명 정도는 카카오뱅크 고객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송금을 하는 것도 있고, 그 과정에서 송금 수수료 무료, 비대면 계좌 개설, 카카오톡 기반 송금 등. 사용자들의 간편한 경험은 기존의 은행들이 수십 년간 제공하지 못하였던 편의성이다.


예시로 예전에는 계좌번호를 받아서 정산을 하거나 회비를 냈다면, 간단하게 카카오로 송금해도 되는지? 상대방에게 물어보고 바로 송금을 해도 될 정도로 편리함이 늘었다. 우리가 편리하게 쓰는 이면에 이들의 성장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제약 중의 하나는 바로 '은산분리 규제'이다. 은산분리라는 단어를 그대로 해석을 하자면 은행(금융자본)의 은, 산업자본(보통 기업들)을 뜻하는 산을 분리하는 제도이다.


과거 1960~70년대 우리나라가 한참 성장을 할 때 한국 대기업들이 은행을 돈줄로써 활용을 해서, 레버리지를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이 은행을 지배하게 되면 회사에 유리한 대출을 몰아주거나, 리스크 관리가 무너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은산분리 규제가 생겼다.


이 제도는 전통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제도였지만, 빅테크 기업이 은행업에 진출을 하는 데 있어서는 큰 장벽이 되었다. 이에 2017년에 들어서 카카오 뱅크가 생겨날 때는 은산분리 규제가 여전히 엄격하던 시기였다. 따라서 카카오가 단독으로 대주주를 올라설 수 없었고, 한국 투자 금융 지주 같은 금융회사가 최대 주주로 들어갔다. 또한 카카오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 미만만 보유할 수 있었기 기때문에, 사실상 실질적으로 카카오 은행을 완전히 지배를 하지는 못하였다. 그렇지만 기존의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하여서 급격하게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후 2018년도에 들어서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으로 ICT기업에 한해서는 34%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34퍼센트까지 보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실제로 카카오는 34%의 최대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고, 25년 2분기 공시 기준 최대주주로써 27.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 카카오보다는 1주가 적은 동일한 27.16%를 갖고 있다. 참고로 그다음은 6%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2018.9 시행

제5조(대주주의 범위 및 산업자본의 은행 의결권 보유 한도)
1항 산업자본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34퍼센트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다.
2항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업 또는 전기통신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기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34퍼센트까지 보유할 수 있다.

제6조(대주주 적격성 요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조세법처벌법, 금융 관련 법률을 위반하여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지 아니하여야 하며, 재무 건전성과 사회적 신뢰를 갖추어야 한다.

카카오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과정에서 과거 카카오 그룹 계열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문제가 되어서 수차례 발목이 잡혔지만, 어찌 되었든 무사히 운영을 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에도 대주주 문제 때문에 증자가 지연이 되면서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설립 초기 우리은행 주도의 이미지에서, 현재는 KT의 자회사인 BC카드가 거의 34%에 근접한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로 자리를 잡았고, 우리은행은 12%가 조금 되지 않는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은산분리 규제가 얼마나 강력하게 혁신을 막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물론 소비자 즉 국민을 보호하는 게 제일 의무인 정부의 입장에서 기술의 혁신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 - 폭발적 성장 그리고 강력한 제동

중국은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바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QR코드 모바일 결제로 넘어섰다. 이렇듯 중국은 2010년대 후반까지 디지털 금융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알리페이 그리고 위챗페이는 단순한 간편 결제를 넘어서 사실상 전자지갑, 소액대출, 보험, 자산관리 등 슈퍼앱으로 성장을 하였다. 두 기업의 서비스는 중국 시장의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며 현금을 대체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을 하였다.


그중에서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현 앤트그룹)은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성장하여 2020년에 IPO를 추진하였을 때 기업 가치가 당시 가격으로 약 370조 원으로 평가가 되기도 하였다. 이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상장 규모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장 직전에 중국의 금융당국이 돌연히 IPO를 중단시켜 버렸다. 그러면서 금융지주사로 전환을 강제로 당하고 대출 서비스도 규제 강화로 축소가 되었다.


중국 정부는 금융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 규제를 강화하였다. 빅테크가 신용평가 그리고 대출을 장악하면 시스템 리스크가 커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당의 통제를 위해서라는 정치적인 이슈도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분석을 하고는 한다. 중국의 사례 또한 기술이 앞서있다고 해도, 제도로 인해서 혁신은 단순히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미국 - 보수적인 라이선스, 그리고 제휴 전략

미국은 은행 라이선스 관련돼서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꼽힌다. 은행업은 연방 또는 주 단위의 규제 아래 있으며, 빅테크가 직업 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구글은 2021년 자체 계좌 서비스를 추진하였으나 규제 부담과 파트너 은행들의 반발로 서비스를 철회한 바 있다.


그렇지만 빅테크들은 전통 금융기관과 제휴모델을 도입을 하면서 조금씩 기술혁신을 추진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애플의 사례이다. 애플은 골드만삭스와 협력하여 애플카드를 출시하였다. 최근에는 애플페이 계좌 기능까지 확장을 하면서 파트너십을 통해서 범위를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페이팔은 단순 결제 플랫폼이었지만, 점차 대출, 송금, 암호화폐 거래까지 사업의 영역을 높여나가고 있다.


미국은 규제를 직접 돌파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빅테크는 고객경험 그리고 플랫폼 파워를 활용하고, 은행은 규제와 자본 건전성을 담당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금융안정성 vs 혁신

금융은 정통적으로 안정성을 핵심적인 가치로 삼는다. 은행은 저마다의 자본비율, 리스크관리 등 안전장치를 요구받는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된다면, 새로운 금융 실험은 제도권에 진입을 할 수 조차 없다. 물론 이러한 실험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도 안 되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


플랫폼 독점 그리고 공공성

빅테크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knock-in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사례처럼 결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을 하게 되면, 금융 접근성은 좋아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줄어들 수 있고, 지금에서의 빅테크 기업이지만 수십 년 후에는 또 다른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독점 플랫폼이 금융 데이터까지 장악을 하게 될 경우에는, 공공성 그리고 사적인 이익의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또한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들은 여전히 지점을 가야 업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지점을 줄리로 모바일 편의성을 높이는 것. 그것도 꼭 올바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사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디지털 은행 그리고 빅테크 금융은 단순한 앱. 또는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것이라고 인식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단순한 그런 편의성의 문제는 아니라 금융 근본 구조와 권력 지형을 뒤흔들 수도 있는 거대한 변화 중 하나이다. 때로는 중국처럼 급격하게 크다가 제도로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고, 미국처럼 제휴를 통해서 우회로 성장을 할 수도 있다.


결국 금융 혁신은 거창한 것으로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지갑이 모바일화 되었고, 은행이나 atm기에서 송금하던 보안카드를 활용하던 송금 버튼이 편리해지는 등. 가장 일상적인 순간부터 출발하였다. 디지털은행 그리고 빅테크 금융은 돈을 다루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면서, 제도의 문턱에서 속도를 조절해나가고 있다. 이렇듯 혁신은 지갑에서 시작이 되지만, 그 길을 얼마나 넓히는지는 제도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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