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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희 Oct 26. 2020

아무것도 죽이지 않는 염색

힙한 지속가능성, 그 끊임없는 고민의 이야기. 나우(NAU)

매거진 제로에서는 지금까지 옷의 탄생부터 폐기되는 순간까지 다뤄보았다. 인간의 소비에 참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패션, 안 입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적게 사자니 내 소비습관이 따라주지 않고, 새롭고 예쁜 옷들은 시즌마다 등장한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소비를 해야 할까? 당신이 소비를 하는 순간, 가격과 품질 그 외의 선택 기준이 있는가? 우리는 당신의 선택지 중에 친환경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몇 가지 브랜드를 제안한다.



월급쟁이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동안 길거리에서, 지하상가에서 대학가에서 쇼핑하는 버릇에서 탈피하자! 였다. 한 번을 사도 좋은 것을 사고 오래오래 두고두고 입자고 다짐했다. 졸업을 하자마자 나는 취업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스태프 티셔츠로 받은 옷이 나우(NAU)와의 첫 만남이었다. 남색의 질이 아주 좋은 티셔츠. 대학생일 때는 튼튼하고 좋아 보여도 “저 돈이면... 싼 걸로 몇 벌 더 사고 말지.” 하면서 구매하지 않았을 법한 옷이었다. 그때 내 선택의 기준에는 질 좋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은 없었다. 유행과 낮은 가격만 있었을 뿐. 직장인의 세계란 이런 것이구만. 좋은 옷도 손에 다 들어오고.라고 생각한 게 다였다. 그 좋은 옷은 아무리 입고 빨아도 튼튼하게 내 곁을 지키고 있다.



옷을 고르는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이다. 연봉, 회사의 향후 미래 등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가치가 나와 맞다고 생각하여 입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의류회사만 8년, 일명 윤하 과장, 나우(NAU) 마케팅팀 이윤하 과장이 그렇다. 원래도 지속가능성, 윤리, 도덕, 진보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을,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며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PD도 지망했었고 여행 잡지 기자도 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 일도 하고... 인문학 콘텐츠 관련 회사에서도 일해봤었어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의 베이스가 된 것 같아요. 이후에 진행했던 일들도 그런 맥락 안에 있었어요.”

누가 봐도 나우 마케터인 이윤하 과장은 인터뷰 당일에도 나우 티셔츠를 입고 왔다. 담당자니까 입어야 된다고 호탕하게 웃는 그의 웃음에 얼마나 자기가 몸 담고 있는 브랜드와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패션계에 발을 들인 후 더 많이 보게 되고  자연스레 안목을 키웠다. 의류가 소비의 핵심에 있다 보니 좋은 것, 예쁜 것에 는 당연하게 눈이 간다고 말했다.



“나우는 론칭했을 때도 알았지만 이직을 준비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한국에서 인수했지만, 포틀랜드에서 태어난 브랜드인데 포틀랜드의 삶이 자연과 함께하고 다양성(인종, 젠더, 소수자)을 포용하는 도시라는 것을 알았고 환경에 대해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어요. 나이키, 파타고니아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브랜드인데 선한 영향력이라는 아이디어로 <unfuck the world>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어요. 환경에 유해함을 덜어낸 옷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아이덴티티를 정립해나갔죠.” 굉장히 진보적이며 거시적이지만 SDGs(지속가능 개발 목표)가 들어가 있는 슬로건이었다.


사람들이 제일 쉽게 생각하는 게 다음 세대, 미래를 생각하냐, 아니냐 잖아요. 다음 세대를 생각했을 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에너지원을 다 쓰지 않고 우리가 서로를 서포트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언젠가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브랜드에서 일을 하면 더 보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우는 원자재에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요. 여러 개를 좀 나열해보자면, 천연 소재는 재배과정에서 농약이나 화학적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목화, 아마 등을 사용해요. 합성소재는 얼마나 많은 폐기물을 리사이클하여 원자재로 사용했는지가 지속가능성을 대변하죠. 나우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리사이클 나일론을 사용합니다. 재생소재는 원료와 결과물 모두 친환경적이지만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용해제(솔벤트)가 독성이에요. 이 솔벤트를 회수해서 다시 생산과정에 사용하는 라이오셀 계열(대표적으로 텐셀)을 사용해요.” 동물 소재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우의 리사이클 다운은 유럽의 폐침구류를 재활용해서 만들어져요. 헝가리에서 진행하는 모든 생산공정 또한 지속 가능해요. 나우는 우리가 패션 제품을 만듦으로써 지구에 줄 수 있는 피해와 그 흔적들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지속가능성. 다양한 사업과 기획에서 지속가능성을 내세우지만 사실, 그 자체만으로 표면에 내세운다고 해서 매력적이고 힙해 보이진 않는다.


지속가능 패션만 내세우면 진부하고 지루한 느낌을 줄 수 있죠. 나우는 그래서 더 패셔너블하고 힙한 방향을 추구해요. 단순히 착한 브랜드가 되기보다는 ‘옷이 예뻐서 샀는데 소재나 공정까지 지속 가능하더라’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지 않는 내구성 덕분에 우리의 생활 전면에 다양하게 쓰이는 소재이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나우가 사용하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는 쓰고 버려진 투명 PET 들을 리사이클 한 것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냥 버려졌다면 땅이나 바다에서 500년 가까이 썩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켰을 PET병이 의류제품으로 보다 가치 있게 재활용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제품 구성에 반드시 필요한 폴리에스터 소재의 제품에 새 폴리에스터(VIRGIN POLYESTER)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원자재 생산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거와 재활용 과정의 비용으로 새 폴리에스터(VIRGIN POLYESTER) 보다 생산비용을 상승하지만 폐기물을 줄이고, 화석연료를 덜 쓰고, 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어요.”


이윤하 과장은 소재도 중요하지만 공정의 중요함도 강조했다.


지구의 수질오염의 20%를 차지하는 게 패션산업에서의 염색이에요.

“물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해도 덜 사용하고, 사용한 물도 깨끗이 정화하는 그런 염색을 고민하다가 나우의 ‘DYEING WITHOUT DYING’을 떠올리게 됐어요. 아무것도 죽이지 않는 염색. 천연염색과 친환경 가먼트 다잉이 핵심적인 요소예요. 천연염색을 염색 폐수가 흘러간 바다 바닥에 쌓여있는 화학염료들과 달리 염료가 자연에서 분해돼요. 가먼트 다잉은 조금 생소하실 텐데, 봉제가 완료된 옷을 염색하는 방식으로 염색된 원단으로 같은 옷을 만들 때 보다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염료, 물, 에너지의 양을 절약할 수 있어요. 자투리 원단은 염색을 안 하게 되니까요.”


DYEING WITHOUT DYING, 아무것도 죽이지 않고 염색하는 일REAH



아무것도 죽이지 않는 염색. 이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이고 내게 왔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해본다. 작은 기업도 공정이나, 원자재를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이 어려울 텐데, 나우는 친환경적인 면에서 꽤나 앞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친환경이 연일 화두에 오르며 우리 눈 앞에는 점점 다양한, 친환경적인 선택지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선두에 서있는 것이 나우가 아닐까.


쌀쌀하니 가을도 겨울도 아닌 것 같을 때, 현대인의 필수품 플리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찬바람 불면 실시간 검색어에 플리스가 뜨기도 한다. 나우의 플리스는 어떨까.


O AFRO FLEECE HOODY JACKET_IV(공용) 출처: 무신사



나우 제품의 특징 중 하나는 활동하기 편하고 언제 어디서나 툭툭 걸쳐도 다 괜찮을 디자인이라는 거다. 이 플리스를 받고도 그런 생각을 했다. 원피스에 입어도 예쁘겠잖아. 주머니가 많고 넉넉하다. 공용으로 나왔지만 넉넉하게 입고 싶어서 M 사이즈로 주문했는데, L사이즈를 사도 됐었나 싶었다. 사고 보니 택에 US S / ASIA M이라고 적혀있었다. 리사이클 PET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기존에 샀던 제품과 전혀 차이가 없고 오히려 남들과 달리 착한 옷을 구매한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진다. 널찍한 모자가 있어 다른 플리스보다 더 따듯하게 입을 수 있는데 모자까지 쓰면, 뒤에서 다들 혹시 곰이냐고 물어보는 에피소드는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필요한 건 더하고, 불필요한 것은 빠진 디자인이다. 근래 가장 잘한 소비 TOP 5안에 들었다.



예쁘고 착한 브랜드를 찾아보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은 의류일까 고민되는 이들에게, 스포티하고 편안한 매력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나우는 강력 추천할만하다. 꾸준히 고민하는 브랜드. 직접 실천하고 계속 발전하는 브랜드는 많이 없다. 심지어 최근엔 도산에 위치한 나우 하우스를 리모델링하여 <노마드 바이브>라는 더욱 힙하고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나우가 발간하는 나우 매거진과 다양한 소품들, 다시없을 인생샷을 만날 수 있으니 꼭 가보시길. 이번 주말엔 <노마드 바이브>에서 커피 한잔을 주문해 초록 초록한 루프탑으로 가서 멋진 시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이처럼 의류뿐만 아니라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이 힙하고 멋진 일이라는 경험을 선사하는 포틀랜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우.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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