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희 Oct 16. 2020

중고 좋아하세요?

쇼핑 인생은 여기를 알게 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마켓인유

매거진 제로에서는 지금까지 옷의 탄생부터 폐기되는 순간까지 다뤄보았다. 인간의 소비에 참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패션, 안입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적게 사자니 내 소비습관이 따라주지 않고, 새롭고 예쁜 옷들은 시즌마다 등장한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소비를 해야할까? 당신이 소비를 하는 순간, 가격과 품질 그 이외의 선택기준이 있는가? 우리는 당신의 선택지 중에 친환경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몇가지 브랜드를 제안한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빈티지 마켓 계정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름도 모르고 처음 보는 사람이 판매하는, 그것도 중고 제품을 어떻게 믿고 사나 싶었는데. 이 마켓을 알고 난 이후로 쇼핑 인생이 달라졌다. 


마켓인유는 개인에게 중고 의류를 받아 재판매하는 프로세스로 운영되었다. 요즘은 매입서비스를 중단하고 일본, 미국 등 각지에서 중고의류를 매입해 철저한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거친 후 판매한다. 중고라기엔 이 옷들, 품질과 가격이 너무 사랑스럽다.


좋은 옷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게 매력이에요. 그 이상이 필요할까요?
가끔 매장에서 얻을 수 있는 한정판 스티커가 귀엽다는 점?


마켓인유의 마케팅과 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김성규씨는 매장도 보고 가끔 창고 정리도 한다고 했다. "평소 패션 산업의 환경적인 책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방향으로 접근하는 국내 기업이 많지 않더라구요." 그러던 중 마켓인유를 알게 된 성규씨는 본인의 관심사와 가치관에 맞는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입사를 했다.


"대학교 재학중이던 때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접했죠." 그는 우선 옷 소비를 대하는 마음을 달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유행에 따르는 것보다 10년 이상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가끔씩 사서 40대쯤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 뒤로 로고에 혹하지 않고 옷의 품질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로고의 유혹에서 벗어나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실제로 우리는 로고의 유혹에 쉽게 빠지곤 한다. 흔한 쇼핑백도 로고가 있는 쇼핑백은 중고마켓에서 팔리기까지 한다고 하니, 옷은 얼마나 더할까! 그런데 마켓인유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로고도 로고지만 성규씨처럼 옷의 품질과 디자인을 더 많이 신경쓰는 것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원피스 마켓이에요. 자원 재순환이나, 중고에 대한 인식변화는 결국 마켓인유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부가가치에요."


우리의 옷들이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게 고객에게 전해야하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죠.



잔뜩 쌓여있는 빈티지들을 보면 묘한 기분 좋음이 일렁인다. REAH


마켓인유는 폴로셔츠 마켓, 바람막이 마켓, 하와이안셔츠 마켓 등등 시즌에 맞는 마켓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여러 변화를 꾀하는 것도 고객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노력이 빛을 발한게 바로 원피스 마켓이었어요. 뉴욕에서 온 빈티지 원피스, 블라우스, 스커트를 모두 드라이클리닝은 마치고 7,900원~9,900원에 팔았어요. 2주 정도 연속으로 밤낮없이 일하고 행사 전날 새벽까지 준비했는데, 조마조마하게 오픈했던 첫날 매장 가득 줄 서 있는 손님들을 봤던 순간이 아직도 그림처럼 그려져요. 우리의 옷이 줄 서서 살 만큼 매력적이었던거죠."




중고 의류는 부담스럽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와보라고 하는 것이 마켓인유의 가장 큰 설득방법이다. 매장에 와서 옷과 가격을 보고나면, 부담스럽다는 인식은 양손 가득 담긴 옷으로 바뀌곤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치는 것처럼, 오늘은 어떤 옷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주 들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성규씨는 조만간 온라인 쇼핑몰을 리뉴얼해서 매장을 찾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전했다. 배송판매가 본격화되면 사용할 친환경 패키지를 고르고 있다고."중고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건 MZ세대에요. 중고 의류도 저렴하고 좋은 품질의 옷으로 생각하죠. 저희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봐도 같은 결과가 나왔어요. 그래서 마케팅 방향도 좀 더 젊은 감성에 맞는 변화를 갖춰가는 중이에요."



지속가능한 순환을 다루는 과정에서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매 순간 한계를 느끼죠. 이윤을 추구한다면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몫을 고객님께 나누면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다져야 의미가 있잖아요. 딱 그만큼 더 고생하고 부지런해지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구구절절 말해 뭐하나. 마켓인유는 가봐야 한다. 가서 친절한 직원들과 잘 정리되어있는 옷들,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가격까지 확인하면 튼튼하고 몇년은 더 입을 수 있는 옷들 사이에서 지갑을 꺼내게 될테니 큰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꼭 필참하시길.




MAGAZINE ZERO: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통해 발생하는 쓰레기가 ZERO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메거진 제로는 GS칼텍스와 기후변화센터의 클리마투스 공모전에 수상한 EOTD팀의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일요일에 연재됩니다.

이전 10화 당신에게 추천하는 아주 멋진 계획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