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만드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 오픈플랜
매거진 제로에서는 지금까지 옷의 탄생부터 폐기되는 순간까지 다뤄보았다. 인간의 소비에 참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패션, 안 입을 수도 그렇다고 적게 사자니 내 소비습관이 따라주지 않고, 새롭고 예쁜 옷들은 시즌마다 등장한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소비를 해야 할까? 당신이 소비를 하는 순간, 가격과 품질 그 이외의 선택 기준이 있는가? 우리는 당신의 선택지에 친환경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몇 가지 브랜드를 제안한다.
오픈플랜이라는 브랜드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오픈플랜은 2017년 이옥선 디자이너가 만든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이다. 올해 겨울이 되면 만 3년이 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이옥선 디자이너와 옷을 만드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옥선 디자이너는 구매 대상인 사람들을 향해 소비자라고 부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을 소비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살면서 물도 마시고 음식도 먹고 옷으로 몸을 가리며 살 곳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집도 지어야 한다. 그런 우리가 소비하는 행위를 두고 그는 투표와 비슷하다고 했다. 자기가 어떤 산업, 어떤 제품, 어떤 디자이너의 생각에 내 돈을 가지고 투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돈을 벌기가 정말 힘들잖아요. 피땀 흘려 번 돈을 1+1에, 지구를 망치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그 에너지가 계속 그 사이클을 유지하게 만드는 기업에게 지불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소비를 하는 우리에겐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버는 돈으로 어떤 산업을 지원할지 결정하는 것이죠.
“처음부터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이 어렵다면 그 소비의 방향을 조금 바꿔서 유기농 농산물을 사기 시작하고 그게 어렵다면 무농약부터 시작해보는 거죠.” 우리의 선택과 지지가 산업을 바꿀 수 있다고 하는 그는 우리가 소비하며 가지고 있는 힘을 너무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 가치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곳에 소비를 계속하시면 디자이너나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이 더 신경을 쓰고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
무언가를 만든다는 마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가 만든 것이 세상에 선보여지는 그 두근거림과 두려움. 그는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가지고 점점 더 좋은 옷을 만들고 그 마음을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SS시즌을 위해 디자인했던, 헬싱키에서 선보였던 컬렉션이 생각나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플라스틱과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데 지난 SS시즌에는 더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할 정도, 그 이전에 우리가 꿈꾸던 단계, 예를 들면 면 사용 중에 오가닉 코튼의 사용 비중을 점차 늘리는 것, 염색을 할 때 화학염색으로 발생하는 폐수 문제들을 식물성 염료로 대체하여 줄이는 것 등을 실현시켰어요. 지난 SS시즌의 컬렉션은 곤충 등의 동물성 염료를 사용하는 천연염색도 아닌, 오직 식물만 가지고 염색하는 식물성 염료로 화학염료가 전혀 없이 디자인했어요.” 차근차근 그가 가지고 있는 목표를 시도하고 실현시키는 모습은 어느 누가 봐도 멋지다. “이런 소재만으로 컬렉션을 보여주는 게 가능하구나, 확신할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는 오픈플랜의 옷 중 <세계 립 드레스>를 구매하였다. 우연히도 우리가 선택하고 오픈플랜의 팬이 되게 만들어준 제품과 이옥선 디자이너가 특별히 애정하는 옷이 같은 옷이었는데, 덕분에 <세계 립 드레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스스로 싸울 때가 많아요. 많은 디자인 중 빼고 싶은 것은 다 빼고 남기고 싶은 것만 남긴 옷이 이 옷이에요. 디자인을 하면서, 뭔가를 뺀다는 것이 어렵거나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그는 독특하게 옷을 음식에 비유했는데, 귀에 아주 쏙 들어왔다. “건강하게 만든 음식이 덜 자극적이고 간을 많이 하지 않아 심심하죠. 판매하기 위한 음식에는 자기가 직접 만들어 먹는 것에 비해 향신료를 추가하기 쉽잖아요. 그 사이를 조율하는 것이 참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 옷을 만들어 내놓으면서 그런 심심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만 남긴 것들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다시 한번 ‘아,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동의해주는 분들이 있구나.’ 싶어 좋았습니다”
지속가능성 수치를 점점 늘리고 싶다고 말하며 멋지게 웃던 이옥선 디자이너의 모습이 생각난다. 우리가 구매한 그녀의 옷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입는 사람을 위해 만들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디자이너가 만든 옷은 이런 것이구나. 옷을 구매할 기회가 생긴다면, 오픈플랜도 한번 쯤 들러주시길.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픈플랜의 옷에는 사람과 지구를 위해 만드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으니까.
MAGAZINE ZERO: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통해 발생하는 쓰레기가 ZERO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메거진 제로는 GS칼텍스와 기후변화센터의 클리마투스 공모전에 수상한 EOTD팀의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일요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