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문득 마흔 07화

사랑하는 봄 꽃에게…

꽃보다 보약

by Snoopy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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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지내?
차를 타고 무심히 지나치던 창밖의 풍경에서 너희들이 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사실 며칠 전부터 뒷산에 오를 때마다 점점 부풀어 오르던 꽃봉오리들을 바라보며 언제고 터질 때가 됐다고 생각했더랬지.
극성맞은 SNS 친구들이 ‘탐라’에 올려대는 남쪽나라의 사진으로부터 소식은 진작에 보기 시작했지만 말이야.
사실 나도 원래대로라면 그 대열에 합류해서 벌써 3월부터 차례로 동백꽃과 유채꽃과 산수유와 목련과 진달래, 개나리, 벚꽃, 철쭉의 흐름을 따라 극성 떨며 꽃 유랑을 했어야 했겠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된 기침이 두 달 넘게 나를 괴롭히고 담에 걸려 병원을 들락거리느라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어.
아마도 넌 꽃놀이의 절정은 아무래도 벚꽃이 담당하고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뛰어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앞 다투어 피어나는 중인 꽃들을 바라보느라 들어가게 되는 시간과 비용을 몸 보신을 위해 투자하고 있어.
지난 2년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기억하니?
이 봄에 몸을 잘 다스려두지 않으면 그 뜨겁고 또 뜨거운 여름을 나는 것이 고통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는 마음을 꺾고야 말았지.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수고도 아끼지 않으며 가장 이상적으로 너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팔았던 발품을 내 몸에 맞는 보약을 잘 찾기 위해 애썼어. 그리고 냉장고와 찬장에 고이 모셔뒀던 홍삼을 만났단다. 수많은 인생선배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홍삼 복용 권유가 주마등 스치듯 지나가더구나.
어렸을 땐 뭔 소리냐 무시마저 했던 선배들의 말들이 허투루 들을 것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절절한 마음으로 깨닫고 있어.
어쨌든 그렇게 극렬하게 맛 없다며 거부했던 녀석인데 막상 맛 보니 나쁘지 않았어. 나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더라구.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마……..
예전엔 네가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그늘 아래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너를 감상하며 달달한 매실주를 마셨다면 이젠 보약 먹고 힘 내서 너를 찾아갈게.
어쩌면 앞으론 봄, 하면 너를 떠올리기에 앞서 보약부터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단 슬픈 예감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그 덕분에 너를 보러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니 너무 슬퍼하진 말아줘.
잘 지내고 있어.
이 봄이 다 가기 전엔 너를 만나러 갈 테니.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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