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문득 마흔 05화

痰의 뜻

그들의 이야기가 몸으로 다가올 때

by Snoopyholic
IMG_4551.jpg


아침에 낯선 고통에 의해 눈이 떠졌다.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목과 어깨에서 전해오는 커다란 고통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악!’ 소리를 지르는 것뿐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혹시 이것이 가위 눌리는 게 아닐까 희망을 걸어봤지만 만약 그랬다면 아까 소리 지르면서 깨어났어야 했다. 이건 현재 내 몸에서 생생하게 일어나는 현실이었다.


그러잖아도 목으로 들었던 감기 때문에 아침이면 기침과 가래(痰)로 힘들었는데 증상이 추가된 것이다. 기침을 하니 몸을 관통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아픔이 나를 옭아맸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디며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나오는데 몸 속의 고통 때문에 기이한 신음이 비집고 나왔다. 정말 좀비가 따로 없었다. 겨우 옷을 꿰어 입고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한의원으로 향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목과 어깨가 통증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나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올 것이 온 거라고.


어렸을 때에는 어른들로부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선배들, 언니들로부터 꽤 자주 들어온 증상이었다. 그들은 이런 증상을 ‘담(痰) 걸린다’고 표현했다. 목의 통증 때문에 머리만 돌릴 수 없어 몸통으로 움직인다든지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팔을 쓰지 못하는 걸 보며 안쓰러웠는데 그런 일이 내 몸에도 일어나기 시작한 거다. 한의원을 택한 이유도 치료에 있어 그쪽이 일반 병원보다 조금 더 효과가 좋다는 평판을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한의원에 내 신상정보를 얌전히 내어주고 차례를 기다렸다. 이름이 호명되고 선생님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능청스럽게 목에 든 담도 같이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다. 난생 처음으로 부황을 뜨느라 엎드려 있는데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여기까지 온 내 모습이 낯설었다. 엄마랑 병원에 가면 있는 증상 없는 증상 다 털어서 내 대신 미주알 고주알 말하고 다양한 처방전을 타내는 것이 그렇게 싫었는데 이제 내가 그러고 있었다. 마치 매뉴얼에 따르는 듯 착착.


침도 맞고 물리치료까지 받은 뒤 탕약 몇 봉을 탔다. 병아리 눈물만큼만 덜어진 듯한 고통을 다시 느끼며, 담 걸린다는 말을 몸으로 알게 되다니 조금은 서글프단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내 사전에 있는 담(痰)이란 말의 뜻에 가래 말고도 격렬한 통증으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증상까지 추가됐다.

keyword
이전 04화차를 하도 많이 마셨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