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청탁, 강의의뢰 대환영!!!
사람들이 묻는다.
“무슨 일 하세요?”
내가 대답한다.
“글을 씁니다.”
사람들이 부러운 눈빛을 하고 나에게 말한다.
“와, 그럼 시간도 자유롭고 카페 같은 곳에서 글도 쓰시고 그러겠네요.”
이것은 완벽한 타인과 만나 이어지는 십중팔구의 대화 흐름이다. 물론 내가 뒤 이어 들려줄 이야기는 그들의 기대에 완벽하게 반한다는 건 조금 씁쓸한 일이기는 하다. 컨디션에 따라 내용이 추가되거나 줄어들거나 하겠지만 내가 그들에게 해줄 다음 멘트는 대개 이런 식이다.
“시간을 조정해서 쓸 수는 있겠지만 만약 일이 들어오면 휴일이 없을 때도 많아요. 게다가 그 시간을 조정한다는 자유는 불규칙한 수입이라는 말과 거의 동일하고요. 많이 놀수록 입금되는 돈은 없어지거든요.”
내가 책을 썼다는 사실을 언급했다거나 이미 정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다.
“책 썼으면 인세가 들어오는 거 아니에요?”
나의 깊은 한숨과 질문으로 이어지는 대답.
“일 년에 책 몇 권이나 읽으세요?”
많은 사람들의 경우 이 질문에 굉장히 당황한다. 사실 그럴 필요가 하나도 없다. 작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평균 1년 독서량이 8.3권이고 1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59.9%라고 한다. 그러니까 10명 중 4명은 아예 1년 동안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당황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1년에 한 권이라도 읽으면 다행이다.
어쨌든 저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을 쓴다고 해서 매월 인세가 들어오리라 예측하는 건 큰 오류다. 물론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작가라면 그나마 상황이 좀 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오직 인세로만 먹고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딘가에서 강의를 하고, 어느 매체엔가 원고를 기고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들은 그나마 그렇게 원고청탁이나 강의요청이 있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만 딱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경우 인세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고 그나마 글을 쓰는 행위로 수입이 생긴다는 건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일이다.
나를 오래도록 봐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난 네가 성공할(돈 많이 벌) 줄 알았어.”
나도 내가 이렇게 가난하게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글로만 승부하고 싶었고 그렇게 살고자 했다. 꿈 하나만은 확실했고 그게 나의 블리스이자 나의 길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열심히 글을 썼고 발표했다. 지금 와서 뒤돌아 보면 몇 가지 내가 차라리 꾸준하게 했다면 그쪽으로 나름 실적과 커리어를 쌓아 인정 받으며 살지 않았을까 싶은 영역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작가라는 내 꿈을 선택했고, 그 결과 가난하게 살고 있다.
그게 부끄럽지는 않은데 상당히 불편하다.
특히 마흔이라는 나이를 넘긴 상태에서의 가난은 재난에 가깝다.
다시 취업이라도 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써봤지만 요즘 갓 대학 졸업한 팔팔한 아이들도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데 걸리는 준비기간이 10년 정도라는데. 맙소사……
이제 취업은 포기했다. 하늘의 도움으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금액은 벌어 살게 됐다. 하지만 먹고 싶은 것 먹고, 보고 싶은 것 보고, 필요한 것을 소비할 수준은 전혀 못 된다. 사람이 숨만 쉬고 살아도 돈이 든다는 사실이 이렇게 뼈저리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만약 현재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삼십 대라면 부디, 심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말이나 인생은 단 한 번이라는 그 말들에 현혹되지 말기 바란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그 인생이 아주 오래도록 지속될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둬야 한다. 당연히 너무 하기 싫은 일이라면 계속 할 수 없을 테니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일 것이다. 버티기 위해서 들어가는 시발비용을 아까워 말고 쓰시라. 하지만 사표는 아껴두도록 하자.
사십 대 동지라면 우선 반갑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일단 나 같은 상황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혹시 비슷한 처지라면 그렇다고 우리 너무 절망하진 말자. 아무튼 여태 살아온 동안 인생이 건네온 교훈들을 잘 그러모아보자. 그리고 하나씩 곱씹으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자. 노력을 아무리 해도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는 있지만 노력이 없이는 성공에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 인생지사세옹지마.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행복으로 어떻게 탈바꿈할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란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아울러 글 쓰는 무명의 작가를 만나게 된다면 부디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시길. 그리고 책 좀 읽읍시다. 올해 100권 이상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운 나는 4월 말 현재 52권의 책을 읽었지만(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애 = 지적으로 풍요로워졌으나 입금액수 매우 적음) 그중 40권 이상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므로 심지어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정신적으로 견딜 수 있게 해준 것 또한 독서의 힘이기도 하다. 직접 못 산다면 도서관에 사달라고 조르면 되니 얼마나 좋은가.
끝으로, 신변잡기 글쓰기 요령, 책 많이 읽는 비법, 차Tea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하여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강의 신청해주세요~ 원고 청탁도 좋고요, 원고 청탁이라면 앞의 것들 말고도 제가 여행에도 좀 일가견이 있다고들 합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책 편집, 영어 번역 일도 하고 있답니다. 입금 되는 일은 환영합니다.
아, 봄바람이 유혹한다.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