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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notyoon Oct 22. 2023

#10 강아지를 강아지로 대할 수 있는 곳

동물들아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경기도에 올라와 이모집에 살게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집 ’안’에 사는 강아지를 봤다. 정확히는 사람하고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보게 된 첫 번째 순간이었다. 그 강아지와는 꽤 오래 함께 살았고 1년 정도는 단 둘이 살면서 서로에게 가족이자 친구가 되었다.


도시에 살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많다. 전보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시골보다는 확실히 많은 걸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정말 다행이라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 강아지를 강아지로, 고양이를 고양이로, 동물을 나와 같은 생명체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시골에서도 개를 키웠다. 우리 집을 스쳐갔던 여러 마리의 개들. 사자, 장군이와 장금이, 밤둥이, 흰둥이 그리고 노미까지. 지금 그 이름을 불러보면 속상하고 미안하다. 왜 나는 그 아이들을 사자로, 장군이와 장금이로, 밤둥이로, 흰둥이로, 노미로 대하지 못하고 다 같은 ‘개’라고 생각했을까.


다 똑같았던 개들은 1m 정도 되는 줄에 묶여 살았다. 무관심하고 냉랭하게 개들을 키웠던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따뜻한 손길을 내어주지는 못했다. 아빠는 자기가 좋아하는 참치캔을 주는 마음은 있었지만, 개가 뭘 먹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지식은 없었다. 개집에 이불은 깔아줘도 절대 집 안에 들이지는 않았다. 내가 살던 지역에는 개소주, 보신탕 등을 써붙인 약방과 식당들이 있었다. 주말이 되면 개장수가 트럭을 몰고 나타났다. 온 마을의 개들은 무섭고 슬프게 짖고 울었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도 말이나 소 사진이 붙어있는 가축병원정도만 있었을 뿐, 동물병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금 나는 동물들이 좋다. 크기나 종류에 상관없이, 인간과 다르게 악의 없이 살아가는 동물들이 좋다. 하지만 전에는 알지 못했다. 동물도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여기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 동물이 가족도, 친구도 될 수 있다. 내가 먹는 간식보다 비싼걸 동물에게 사주는 마음도, 아메리카노와 멍푸치노를 같이 파는 카페도 허락되는 곳이다. 강아지와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고 아플 때 달려갈 병원도 있다. 동물들을 슬프게 하는 개장수는 오지 않고 따뜻한 눈길과 웃음으로 바라봐주는 이웃들이 있다. 강아지를 강아지로 대할 수 있는 곳이라서 참 다행이다.


다시 한번 우리 집에 살던 동물들의 이름을 생각해 본다.

사자, 장군이, 장금이, 밤둥이, 흰둥이, 노미.

사자, 장군이, 장금이, 밤둥이, 흰둥이, 노미.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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