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연재내용 이전작업
대한민국 20대에게 있어 군생활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누군가는 부모님 덕을 보며 편한 군생활을 하기도, 누군가는 애국심과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한 도전으로 해병대나 특수부대와 같은 어려운 군생활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특수한 능력을 인정받아 사회에서도 경력이 될만한 부대에 복무하기도, 누군가는 하고 싶어도 군 생활에 적합하지 않아 입대를 못하기도 합니다. 유형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결국 대한민국 20대 남자들에게 있어 군생활이란 ‘RESET’을 의미합니다.
저 역시 이왕 해야 하는 군생활이라면 카투사에 지원하여 부족한 영어실력도 늘리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운이 없었는지 결국 카투사는 저와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또 여러 가지 일을 하며 군 복무를 마치는 것보다는 20대의 주어진 일들을 경험하는 것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미 나이는 26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라 일반 병사로 가는 것은 군 생활에 많이 어려울 것 같았고, 그 때부터 학사장교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육군과 해군을 같이 준비했고 다행히 모두 합격하였습니다. 이왕이면 육군보다는 경험하기 힘든 해군을 가기로 결심하였고, 시기도 적절하여 졸업과 동시에 1개월만에 입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일반 병사는 입대와 동시에 훈련 기간도 복무기간으로 인정되지만 부사관 이상의 간부는 그 자질이 인정되어야만 ‘임관’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훈련 기간은 복무 기간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군 당국에서 부족한 중/소위를 모집하기 위해 군복무 3년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3년 3~4개월의 군생활을 하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사실 주변에서는 많이 만류했습니다. 입대하면 27살, 제대하면 30살, 그 나이에 제대하면 취업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며, 차라리 일반 병사로 최대한 군복무를 마치고 나와서 무엇 하나라도 더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저 역시 서른 살에 사회에 나온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결정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주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결국 장교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1. 20대의 나이로 기업에서 과장급 이상의 리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20대 시절 공적인 조직에서 일정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판단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기업에서도 스스로 업무에 주인의식을 가질 수는 있지만 공적으로 아랫사람을 통솔하고 책임을 지게 되는 시기는 최소한 과장급 이상입니다. 그 얘기는 30대 중반 이후에나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군 생활을 하면서 위로는 상관을 모시고, 아래로는 부하들을 통솔하며 주어진 역할을 하나하나씩 수행해면서 배우게 되는 많은 것들은 결코 병사 생활을 하면서는 느낄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군생활을 하던 기간 동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모두 일어났는데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군인으로서의 책임감은 물론 한 명의 국민으로서 올바른 상식과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참수리 331호정 기관장으로서 1함대 최전방 지역에 순환 출동을 나가며 실제로 북한 함정과 교전 직전 상황까지 상황을 겪으며 평소에 준비를 철저히 하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는 것을 배웠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의 바다를 항해하고 때때로 말썽을 일으키는 순간 노력과 더불어 순발력 역시 임무를 완수하는데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 마지막 보직이었던 1함대 기지전대 군수참모를 하며 제설통제관 역할을 겸임하게 되는데 29살의 중위가 전대장님을 보좌하여 전체 제설 계획을 수립하고 함대와 협조하여 예하부대에 지시를 하며 작업을 수행했던 경험은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데 큰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2. 선택하는 가치의 상대성에 대하여 계산해보았습니다.
-체육교육이라는 전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군생활 동안 사이버대학에 입학하여 경영학사를 취득해야겠다는 작은 목표를 수립하게 되면서 가치의 상대성을 고려하게 됩니다.
- 일반 병사 = 1년 10개월, 전역증
- 해군 장교 = 3년 4개월, 전역증 + 사이버대학 경영학사 학위 + 해군이자 장교로서의 특별한 경험 + 멋진 제복 + 장교 타이틀 + 종잣돈 마련
- 이렇게 두 가지를 등식에 올려놓고 비교를 하니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그 선택은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먼저 병사로 전역한 친구들의 다음과 같은 조언도 한 몫 했습니다.
만약에 안 갈 수 있다면 절대 가지마라! 군대가서 정신차릴 수준이면 사회에서도 충분히 정신차릴 수 있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요^^)
거창한 듯 하지만 특별할 것 없었던 제 군생활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시작됩니다. 1화에 잠깐 언급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군 생활을 하던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부인이 저에게 써준 글이 있습니다.
“This too will pass away.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글은 다윗 왕이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나를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크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는 명령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아름다운 반지는 만들었지만 글귀를 떠올리지 못한 그는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지혜를 구합니다. 그 때 솔로몬 왕자가 가르쳐준 글귀가 바로 “This too will pass away.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입니다.
삶에는 환희의 순간도 있고, 절망의 순간도 있습니다. 사실 대다수의 남자들에게 군대는 ‘절망의 순간’ 이겠지요. 사회로부터의 단절,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 막연한 두려움들.
하지만 그 순간은 곧 지나갑니다. 지금 여기서 잠시 여러분의 시계를 보세요.
몇 시 몇 분인가요? 그리고 그 시계를 정확히 1년 전으로 돌려봅시다.
그 시간에 여러분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세요?
걱정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 만들어 낸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득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손실 회피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성’ 이라는 정말 멋진 선물이 있기 때문에 걱정을 ‘비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싫어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해치울 수 있는지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Just do it. 그럼 그것 또한 곧 지나가게 될 것입니다. 혹시 모르죠? 저처럼 기대하는 것 이상의 멋진 수확들을 많이 하게 될지도 말입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기업일수록 조직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그냥 떠날 건가요?
이런 선택은 어떨까요?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가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느 누구보다 잘해서 인정받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인재로 인정받겠다.
이걸 지금 당장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보세요. 어느새 여러분은 최종합격증을 수없이 들게 되는 준비된 인재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