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우 Apr 27. 2024

딩크족은 아닙니다만...

Entj 결혼생활

내 얼굴에 '나는 애가 없습니다'라고 쓰여있기라도 한 듯, 직장에서나 우연한 만남에서나 "딩크족이시죠?"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흠, 그렇게 티가 나나?


난 딩크족은 아니지만 결혼 9년 차에도 애가 없다. 내게 문제가 있냐고 한다면 있긴 있다. '예민병' 남편에게도 문제가 있냐고 묻는다면 있긴 있다. '비만병'(라임 맞추기 위한 것일 뿐, 농담입니다 :))


결혼 3년까지는 남편이 집에 일주일에 하루 정도밖에 쉬지 않는 회사를 다녀 아이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고, 그 후로는 나 혼자 벌어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또 1년이 흘러가고, 그 이후로는 남편이 새 직장에 적응한다고, 머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아이 갖는 것을 뒤로 미뤘던 거 같다.


그렇게 결혼 5년 차가 됐을 때, 내가 너무 간절하게 원하게 됐고, 원하는 게 너무 간절하다 보니... 극도로 예민해졌다. 실제로 화학적 유산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됐는데, 내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찬 것을 먹어서, 장이 약해서, 잠을 못 자서, 나이가 많아서 등등 온갖 이유를 찾으며 나 자신을 탓했고, 1년을 보냈다.


주위에서는 그렇게 아이를 원하면 시험관을 해보라고 하지만, 직장인이라 그런지 그것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시험관을 하게 되면 업무시간을 계속 빼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서 편안한 맘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예민보스인데...


그렇게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난 조금씩 간절했던 맘도 놓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를 준비하던 3년간은 새치염색을 하는 것도 신경 쓰이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혹여 취소할까 싶어 예약하기도 주저하고, 좋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카페인 때문에 착상이 안되나 싶어 매 순간, 사소한 선택지마다 망설이며 살았다.


Entj인 나에게 망설임, 주저함, 머뭇거림은 사실상 가장 먼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아이를 원하냐고.. 하면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 원하다 보니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뭘 해야 행복한지 등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다.


3년의 시간 동안 내가 느낀 건 그 시간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는 거.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실패하고 나니 주변을 더 돌아보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포용하는 맘이 커졌다는 거.


한편, 애가 없는 나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마냥 따듯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내 상황을 얘기할 수 없기에 딩크족이란 누명(?)을 쓰고 살지만.

아이가 있는 직원보다 너그럽지 않고, 나 자신만 알고, 혼자 편하게 살고 싶어 아이를 갖지 않는다는 그런 막연한 시선들. 생각들. 그래서 일복도 많다. 팀원들은 케어할 아이가 있지만 내가 아이를 원하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케어할 사람이 없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딩크족은 아니지만, 딩크족이라 할지라도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는데...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결혼하고도 오래도록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도 따듯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그래도 난 아직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Entj라 아이의 입장을 공감해 주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서 나도 아이도 성장하지 않을까?

한약도 먹고 있고, 이제는 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계속 시도할 거다. 그래도 아이가 없다면 그것도 하늘의 뜻이 있겠지~ 사회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두라는.. 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