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길거리의 변화를 눈여겨보렴. 서울이라면 성수동, 홍대 앞, 망원동, 익선동, 가로수길, 서래마을, 용리단길, 해방촌… 길거리가 그냥 전시장이잖아.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412쪽
서울 놈들은 이 좋은 걸 지들만 즐긴단 말이야?
이번에 수술한 어머니를 모시러 잠깐 서울을 다녀온 감상이다. 서울은 항상 축제 같은 도시다. 늘 어딘가에는 사람이 북적인다. 다른 도시에서는 축제에나 볼 수 있을 만큼 밀집한 인파를 매일 어디선가 볼 수 있다.
공연, 전시, 축제 등이 상시로 진행되고 수많은 사람의 존재 자체가 분위기를 들썩이게 만든다. 곳곳에 즐비한 개성 있고 아름다운 가게들은 어떤가.
이번에 대학로와 북촌을 걸으며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작고 큰 가게들에 유럽을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문득문득 일곤 했다.
그리고 다른 목적으로 성수에 갔다가 유럽 박물관의 미니어처 같은 외양에 반짝이는 별들을 장식해 놓은 건물 앞에서 한껏 차려입은 여성들이 거의 일렬로 줄지어 서다시피 해서 일행끼리 사진을 찍어주는 풍경에 마치 피사의 사탑 앞에 모인 관광객들을 보는 듯했다. 지나가면서 보니 디올 성수 팝업스토어라고.
내가 서울을 떠나온 지 10년이 다 되도록 여전히 서울을 못 잊는 이유다. 일상을 축제요 여행으로 만들어주는 서울 특유의 북적임과 다채로움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다.
그 북적임이 번잡함으로 느껴져 서울이 싫다는 사람도 많지만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곳이 싫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난 내가 수많은 사람이 뿜는 기운 속에서 외로울 땐 덜 외로울 수 있고 흥겨울 땐 더 흥겨울 수 있는 서울이 여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