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키캣

계절, 지역, 종자 우리도 파이를 키울 수 있을까?

by 초래
마 !! 내가 킷캣 케이크다 !!!!

배스킨라빈스 이달의 맛 먹어보셨나요? 키캣이랑 콜라보를 해서 이렇게 누가봐도 내가 키켓인 케이크도 나오고, 키캣맛도 나오고, 대왕키캣바에 블라스트까지 나왔어요. 보고서 와 신기하다! 역시 키캣이 일을 잘해 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저는 재작년-작년에 일본여행을 꽤나 많이 다녀왔는데 (8번정도 간듯요) 갈때마다 일본의 소도시를 방문해서, 소도시별 특산물로 콜라보한 키캣을 하나씩 사오는게 제 낙이었거든요. 그러면서 키캣이 정말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왜 키캣이 이렇게 다양한 상품을 안내놓을까? 생각하기도 했구요. 이번에 키캣이 한국에서 3가지 맛의 신제품을 내놓았더라구요. 아주 무난한 초코-카라멜 라인들이었는데, 뭐 그냥저냥 반가웠어요.


신슈 사과 맛, 히로시마 모미지야끼맛, 도쿄 바나나맛
왼쪽의 사케-매실주-유자주 맛 킷캣은 진짜 알콜향이 확 퍼지는 진짜 술맛, 오른쪽은 말차, 단팥+딸기, 복숭아, 유바리멜론

이제는 키캣이 왜 한국에 특산품 키캣을 안내놓는지 알고 있죠. 우선 아직까지는 특산물시장을 팬시하다고 하기엔 너무 작은시장이고, 제가 키캣 사와서 사람들에게 나눠줘보니 생각보다 예상치 못한 맛에서오는 거부감이 정말 크더라구요. 재료의 맛을 고대로 살리거나 재현하는데 집착수준을 가진 일본의 특정 요리문화나, 자기네 특산품을 가지고 온갖 MD를 만들어온 지자체의 역사나, 계절한정, 지역한정 시장이 엄청 발달한 일본 오미야게 시장에 딱 맞는 배리에이션을 해온것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좌측 하단에 있는 술맛 키캣은 가장 대표적인 특산물 산지의 양조장과 콜라보해서 패키지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그 양조장과 술의 정보까지 연결이 되는 그런 상품이었슴미다)


사실 제가 키캣이야기만 하려고 했는데, 지난 주말 다이소에 갔다가 또 완전 눈돌아가지 않았겠어요? 작년 MD랑 겹치는 것도 있고, 무려 일본 백엔샵에서 사온 아이템들이랑 겹치는 것도 있긴 하지만 계절이 바뀔때마다 다이소가 한바탕씩 이렇게 시즌 제품들을 내놓는데요. 이렇게 계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브랜드가 지금 한국에 다이소랑 스타벅스 둘밖에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둘의 차이점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다이소가 시즌제품 구성을 하는걸 보면서 아 한국도 조금씩 바뀌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시즌제품이라는 개념이 정말 최근에 생겼거든요. 왜 또 그런생각을 했냐면, 그 밀레니얼세대는 전세집도 인테리어하고 산다는 류의 기사를 봤던게 생각이 나서 그래요. 지금 당장 갖지 못하는 것들이라도, 오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을 선택하는 소비가 시작되었고 그러니 한 시즌밖에 못쓰더라도, 계절을 타는것이더라도 그렇기때문에 더욱 살만하고 더욱 사야하는 가치관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저는 집이 꽃집을 해서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기도 했고, 또 원래부터 계절감을 정말 좋아하던 편이라 한국에 이런 계절감을 강조하는 문화가 딱히 없다는게 오랫동안 속상했었거든요. 그리고 그걸 항상 한국에서 꽃의 지위와 연결지어서 생각하곤 했구요. 한국에서는 꽃은 시들기때문에 사봐야 시드는, 남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면 굳이 살 필요가 없는거였고, 그러니까 꽃을 산다는건 굉장히 사치스러운 일이었고, 부를 과시하는 문화였고, (화초가 아닌) 꽃을 일상적으로 두고 사는 문화는 비싸고 얼마안가는 소모품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그런 거잖아요. 일례로 결혼식장에 조화가 아닌 생화를 사용하는게 당연한 문화가 된게 얼마 되지 않았고,,, 등등,, 저는 꽃집 딸로 살면서 그런 소비패턴에 되게 상처를 많이 입은 편이라 ㅎㅎㅎㅎ;; 꽃을 싫어하는 사람 = 계절과 자연의 변화에 둔감한 사람 = 다싫어의 어린시절을 보냈었거든요. 계절을 챙기는 사회에 산다는 게 생각보다 귀엽고 깜찍한 삶의 변화를 가지고 올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24절기 관련해서 쓴 토막글 잠깐 보고 가실까요? →https://brunch.co.kr/@sssomina/17



지역색 관련해서도 요새는 좀 달라지고 있어요. 얼마전에 콜렉티브-장 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요. 전국의 간장 명인들의 간장들을 쫙 모아서 블라인드테스트를 하고, 점수가 높은 순으로 8개의 간장을 뽑았던거죠. 이런 경우에는 콩의 종류라던지 발효의 위치나 기간, 방식, 온도, 지역같은 것들이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있는데(실제로 어떨진 모르지만) 저도 이 8개의 간장세트를 샀어요. 사고서 정말 스포이드로 찍어서 먹어보니까 간장 맛이 다 다르더라구요.... 그런데 이 간장들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는데 글쎄 곧 유현수 셰프 등 스타셰프들이 콜라보해서 참간장 레시피를 개발하고 공개한다지 않겠어요? 정말 기대가 돼요.


로컬스티치 소공점 지하에서 진행했던 콜렉티브-장 전시에요


8개 간장들의 정보가 나와있던 리플렛, 전시에서 가져왔는데 전시만큼 내용이 풍부하지는 않았어요.
이게 제가 가지고 있는 테이스팅 세트!

이런건 또 토종 종자나 종 다양성이랑도 연결이 되는데요. 제가 작년에 시코쿠라는 섬에 3번정도 다녀왔는데, 이 시코쿠는 한국의 제주도처럼 감귤류 특산품이 있는 곳이에요. 제주도보다는 훨씬 크지만요. 그런데 이 섬에 감귤류 특산품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우리나라로 치면 한라봉캐릭터 + 한라봉 관련 굿즈 100개, 천혜향 캐릭터 + 천혜향 관련 굿즈 100개, 레드향 캐릭터 + 레드향 관련 굿즈 100개 막 이런 식인데, 종류가 훨씬 많더라구요. 낑깡부터 오렌지까지.... ㅋㅋㅋ 품종의 개성을 살리고 차별화하고 요리에도 다르게 사용하는 그런 것들도 좀 부러운데, 사실 2-3년전부터 토종종자 관련 활동하시는 한국의 비영리단체나 샘표같은 기업이 함께 감자, 버섯, 당근 등 채소들의 종자별 테이스팅 같은 워크숍을 스타셰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새로운 종자와 재료를 발견하고 완전 신난 셰프들이 직접 농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소농과 직거래 계약을 맺기도 하면서 또 그런 ~~ 그런게 또 활발해지고 있기도 하구요.


얼마전엔 여러 품종을 마구 섞어 만든 그냥 사과즙이 아니라 품종별로 골라만든 사과즙 프로젝트가 있어서 사먹어봤는데 홍옥즙, 로까즙, 양광즙, 부사즙 맛이 모두모두 달랐거든요. 정말 신기했어요. 당연한건데 새삼 신기하고 제 취향은 홍옥과 양광이었어요 ㅋㅌ


좌) 샘표가 진행했던 우리맛위크 때, 우) 슬로푸드네트워크에서 하고 있는 참간장 레시피 개발 프로젝트 (정확한 사업명 모름)


이런 지역색이나 종자와 관련해서도 한국에서 움직임이 있다는 건, 특히 메인스트림이 움직이고 있다는건 저에게 어떤 기대와 희망을 주냐면 '그게 그거지'가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걸 너무 피부에 와닿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편리함과 효율이라는 목표 아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개성들이나 다양성이 많이 상실되었고, 결과적으로 기성세대는 왜 다 똑같이 사나! (마치 나는 아닌 것처럼) 하는 한국사회가 되었는데 남과 다르고 싶은 그리고 뭐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세대가 등장하고 성장하면서 굳이 유명브랜드의 굳이 어떤 유명한 것, 유명회사, 자본과 권력을 가진 단 하나의 무엇이 아니어도 생존할 수 있는, 그러니까 내 나 자신으로도 어떻게든 서사를 만들고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게 저는 이런데서 느껴져요. 이런 종자 하나가 발견되고 사랑받을때 제가 꼭 종자처럼 느껴지는거죠. 벌써 10년도 넘었지만 유투브 등의 SNS가 생기고, 메이커스무브먼트, 오픈소스 운동 등을 통해 개인들이 생산의 도구를 가지게 되면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변화들은 사실 지금도 저랑은 좀 멀게 느껴졌는데 이런 토종종자 운동, 계절, 자연, 식재료와 관련된 것들이 새롭게 조명받는걸 보면서 와 이게 진짜 일어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역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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