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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우주 May 23. 2022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무능력하다고 하는 것과 다르다

말이나 표현도 안 하고 내 노력을 알아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3월에 퇴사한 동료의 빈자리를 두 달 정도 동안 나 혼자서 메우고  있다. 보통 다른 일이라면 업무마다 쪼개서 각 다른 사람에게 분담했겠지만, 이분 업무는 SQL로 데이터를 추출하는 운영성 업무라서 팀 내에서 유일하게 SQL을 할 줄 아는 내 업무가 되어버렸다. 


이 비어버린 포지션을 채우기 위해 우리 팀에서는 두 달 동안 계속 채용 공고를 열어놨고, 종종 면접도 봐왔지만 여러 이유로 계속 안 뽑혔다. 이 업무를 하는 것과 무관하게 내 원래 업무들은 계속 추가되었다. 내 리소스는 한정적인데 일이 1.5배가 되어버렸다. 기다림이 길어지니까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서 좀 빨라지기도 했고, 그냥 해탈해버려 그 업무를 묵묵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팀에서 이 업무에 대해서 좀 섭섭한 말을 듣게 되었다. (무슨 문장이었는지 쓰기엔 뒷담화가 되어버리는 거 같아서 자제... 그런 목적은 없음.) 아무튼 이 말을 들으니까 정신이 들었다. 이러다가 이 업무가 영원히 내 업무로 굳혀질 거 같은 위기감이 그제서야 들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내 노력을 너무 피력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던 것 같다. 은연중에 나는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들다'고 말하면, 내가 무능력하다고 비춰질까봐 그런 표현을 자제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마음을 버려야 한다. 너무 모든 것을 잘 해내는 슈퍼맨처럼 보이려는 마음은 버려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도 내가 번아웃되서 이직하는 것보다 차라리 업무 분담을 시켜주는 게 이득이다. 그리고 설령 무능력하다고 여겨지면 뭐 어쩌랴. 그게 진실인 것을.. 아닌 척하는 것에도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현재 너무 무리하고 있다면, 이 상태를 팀 리더에게 알려야 한다. 한번 말해서 바뀐 게 없다면 계속 말해야 한다. 말해도 안 먹혀서 그냥 묵묵히 일을 계속해나가면, 그대로도 괜찮은 줄 알고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이번 일로 아무 말하지 않아 놓고 '다들 내 상태를 알고 있겠지'라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배웠다. 지속적으로 어필하지 않으면 심각성은 묻히기 마련이다. 말도 안 하고 내 노력과 노고를 다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다.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kim_mi_m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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