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우주 Aug 10. 2021

압도적으로 기획을 잘하는 기획자란

일 잘하는 기획자의 공통점

좋은 기획자가 무엇인지 모르면,

어떻게 해야 그리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신입 기획자는 욕심이 앞선다. 마냥 좋은 기획자가 되고 싶다. 막 유명한 서비스를 뚝딱뚝딱 만들고 싶다. 내가 1년차 때 그러했다. 아마 신입 기획자라면 공감할텐데, 일단 처음엔 무작정 개발 언어 인강도 듣거나 유명한 책이나 컨퍼런스도 찾아 보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알면 알수록 더 모호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회사마다 기획자가 하는 일 자체가 제각기 달랐다. 기획을 잘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통 불분명하게만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기획을 잘할 수 있을까?


그렇게 2년차가 되고, 일을 잘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기획을 차츰차츰 배우다보니 생각에 전환이 일어났다. 작년의 내가 간과했던 것은,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기 위해선 '좋은 기획자란 무엇인지'부터 정의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 정의가 있어야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당연한 결론을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다. 


깨달은 계기는 단순하다. 일 잘하는 선배들을 보니, '아 저런게 바로 기획을 잘한다는 거구나'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 선배들은 개발자, 디자이너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입 모아 칭찬하는 에이스였다. 들 곁에서 일해보니, wow가 나올정도로 일을 잘하는 기획자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 글에선 내가 그들로부터 배우고 느낀 기획을 잘하는 기획자의 공통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서비스의 히스토리와 정책을 압도적으로 많이 아는 사람  

단순히 한 회사에 오래 다녀서 자연스럽게 히스토리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압도적으로 그 서비스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도메인만 깊고 좁게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도메인과 얽혀있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든지 간에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게 왜 일을 잘하는 사람이냐면, 자신의 도메인에 엄청난 애정을 갖고 모든 정보를 자신의 머릿속으로 소화한 사람은 그와 관련된 일이라면 다 잘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기존의 서비스가 왜 그렇게 기획되었는지 알고 있으면, 새로운 업무가 들어왔을 때 자신의 지식을 밑바탕 삼아 더 나은 기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방법은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기존 히스토리와 정책을 완벽하게 알고 있으면 어떤 일이던지 간에 능숙하게 처리 가능하다.


내가 속한 이커머스로 예를 들어보면, '상품과 관련된 건 A님이 다 알아' 혹은 '프로모션 기획과 관련된건 일단 B님한테 문의하면 돼' 이런 인식이 모두에게 통용된다고 하면 그 A와 B는 일을 잘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그 자체로 서비스의 역사이기 때문에, 대체하기 쉽지 않고 몸값도 높은 것 같다



2. 논리적이고 이해력이 좋은 사람

논리적이고 이해력 좋은 사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되게 추상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근데 실제로 이런 사람과 마주하게 되면 '와 저런 사람이 진짜 일을 잘하는 거구나'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런 사람과 회의를 할때면 진짜 감탄이 나올 정도로 똑똑하다고 느끼게 된다.


내 경험으로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상품의 구매 수량 제한이 걸려있는 프로모션에 대해 회의를 했었다. 근데 제한 조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그래서 여러 개발자랑 기획자가 모여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대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슈를 다루는 회의는 대화 내용이 산으로 가기 쉽다. 근데 그 자리에서 선배 기획자가 이슈를 듣자마자 바로 근본을 이해하고, 그 즉시 문제될만한 사항들을 리스트업했다. 이는 어중간하게 이해해서는 절대 떠올릴 수 없는 사항들이었다. 그 덕분에 그 회의 자리에서 바로 이슈를 부러뜨릴 수 있었다. 논리력과 이해력이 중요함을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논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머리만 좋아선 되지 않고, 순발력과 집중력도 받쳐줘야 논리력이 발휘되는 거 같다. 그리고 하나 팁이 있다면, 내가 봤을 때 막막하게 느껴질만한 큰 범위의 일을 하나씩 잘게 쪼개서 분석하듯 일을 하더라. 아무튼 이후엔 이 사람과 함께 회의하면, '내가 설령 논리적으로 잘못 말해도 선배가 고쳐서 말해주겠지'라는 무언의 확신이 들어서 든든했다. 


이러한 논리력은 얕고 좁은 기획을 할 때는 그닥 필요 없을 수 있는데, 위 예시처럼 복잡한 로직 설계 같은 백엔드 기획을 할 때는 논리력이 필수로 필요한 것 같다. 왜냐면 논리적이지 않고 빈틈 많은 기획서를 서버 개발자들한테 가져가면 제대로 읽지도 않는다... (서버 개발자는 수많은 엣지 케이스를 고려해서 개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빈틈 많은 기획서를 견디지 못함;) 서버 개발자들이 한번에 고개를 끄떡이며 기획서를 받아 들인다면? 매우 잘하는 기획자의 기획서일 것이다. 



3. 듣는 사람이 누구던, 자신의 기획서를 완벽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사람

기획자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근데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역시 앞서 설명했듯 압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을 경험하면 그게 어떤 건지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는 것은, '듣는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자신의 기획서를 완벽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기획자가 아무리 기획서를 잘 쓴다고 해도, 혹은 아무리 프레젠테이션을 잘 한다고 해도, 듣는 사람이 그걸 이해하지 못했으면 꽝이다. 그렇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이해도에 따라서, 그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걸 해낼 줄 아는게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잘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내 경험상 '이 사람은 진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구나'를 느꼈던 포인트가 있었다. 그게 뭐냐면, 듣는 사람의 반응이나 질문을 듣고선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단번에 파한다는 점이다. 청자가 어느 부분을 오해하고 있는지 혹은 어디서부터는 이해를 못했는지를 빠르게 캐치해서, 그 부분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서 쉽고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이게 말은 쉬운데 실제론 진짜 어렵다. 왜냐면 보통 듣는 사람은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오해하고 있어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상대방이 '다 이해했어요'라고 했다고 넘어가지 않고, 그 사람의 말이나 질문을 듣고 '아 어디까지 이해했구나' 혹은 '아 이 부분은 잘 못 이해하고 있구나'를 캐치해서 다시 다른 말로 정정해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다고 가능하지 않고, 기획서를 만들 때 깊이있게 고민하고 작성해야만 가능하다. 다른 말로 설명하려면 완벽하게 이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 자신의 기획서를 완벽하게 소화 못하는 케이스도 종종 있음). 


4. 통찰력 있는 사람

어떤 기능을 앱에 추가할 때 단순히 현재 상황만 보는게 아니라 향후까지 고려하며 기획을 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인 것 같다. 단순히 배포하고 오픈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금 고려해서 기획을 하거나 혹은 '기능의 확장성'을 고려해서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은 정말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잘하는 기획자의 깊이이자 내공인 것 같다


사실 통찰력은 일을 잘하는 기획자의 요건이라기 보단,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기획팀 직책자한테 느꼈던 포인트이다.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담당님한테 '셀러가 프로모션 타이틀을 번역 안해서 주면 어떻게 해야할지' 의사결정을 구한 적이 있었다. 이 프로모션에 대한 정보는 구체적으로 설명 안 드렸고, 딱 내가 필요한 부분만 간단히 설명해드렸다. 근데 담당님은 나의 간단한 설명만 듣고서는, 번역할 필요 없이 특정 로직으로 생성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주셨다. 이게 진짜 대단한 통찰력인게, 팀장님은 극소의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도 가능한 가장 최적의 방안을 제안하신거다. 나는 실무 담당자라 이미 배경 지식을 알고 있었지만, 담당님은 그런 정보 없이도 거기까지 생각하신 거다. 통찰력 리스펙트.


이처럼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획자란 순간만 생각하지 않고, 멀리 볼 줄 알아야 하고 신중하면서 통찰력이 갖춰진 사람인 것 같다.  근데 내 생각엔 이 점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다양한 의사결정을 보고 느끼고, 그리고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를 해야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훈련 과정이 있어야 나만의 주관이 생기고, 그 안에서 통찰력이 길러질 것 같다. 




내가 위에서 말한 요소는 단순히 일을 열심히 한다고 길러지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해나가며 다양한 교훈을 얻어야 갖출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날 배운 점들이나 아쉬운 것들을 모아 Lesson-Learned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암묵지들이 쌓여서 나중에 나에게 큰 자산이 되도록 오늘도 차곡차곡 쌓아 올려본다. 


https://every-lesson-i-learn-today.tistory.com/


이전 05화 신입의 조급함과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 5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