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000만원 모았으면 잘한 것 아닌가요?

by Sunday



벌써 일한 지 5년 차에 들어간다. 나이는 어느새 삼십 줄에 다가섰다. 자연스럽게 술자리의 주제도 바뀌었다. 20대의 혈기왕성한 시절에는 주로 ‘이성 이야기, 대학 이야기, 친구들 첫 직장 이야기’ 를 주로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결혼하더라, 누구는 얼마 모았다더라’ 같은 조금 더 어른(?)스러운 주제로 대화가 흘러간다.


주변에는 결혼 소식이 줄기차게 들려오고, 코찔찔이 시절이 엊그제 같은 친구가 벌써 아이의 아빠가 되기도 한다. 주위 분위기 따라 시집가고 장가간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다. ‘나만 뒤쳐지는 것 아닌가?, 이러다 평생 혼자사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역시 험한 이 세상에서 중심 잡고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마침 김수현 작가님의 책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음에도 가만히 서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살아간다는 건 파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김수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일한 지 4년 정도 되었는데 그 사이 많은 것을 샀다. 내 인생 처음으로 자동차도 사고, 취직과 동시에 산 '아이패드 프로'는 지금도 할부를 갚고 있다. 많이 아낀다고 해도 남들 하는 만큼은 다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 결과 1년에 1000만 원 정도 모은 것 같다. (참고로 월급은 이것저것 붙이면 250 정도 받는다)


그런데 어제 계산을 잘못했다. 자동차를 내 돈으로 산 것을 까먹고 계산하다 보니 1년에 약 500만 원 정도 모은 것으로 계산을 한 것이다. 어안이 벙벙했다. 남들처럼 시원하게 살 것 다 샀으면 억울하지도 않다. 사고 싶은 옷도 안사고, 야식 먹을 것 좀 참고 모은다고 모았는데 시원하게 소비하는 친구보다 못 모은 나를 보고 극도의 현자 타임이 찾아왔었다. 갑자기 일하는 것조차 의욕이 떨어졌다. 돈을 번대로 족족쓰는데 열심히 모으면 뭐하나.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합계는 0인데... 이날 다시 한 번 깨달았는데,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꽤 되었다. 자동차 보험비와 월세까지 합치면 100만 원 가까운 금액이었다.




직장인의 서러움을 나누기 위하여 '사업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월급쟁이의 삶을 비관하며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100만 원이 넘고, 데이트 비용과 식비 그리고 책 몇 권 사면 남는 돈이 30,40만 원 남짓이라고.. 너는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고..


사업 10년 차인 그 친구는 사업가답게 현실적이지만 날카로운 조언을 해주었다.

첫 번째, 직업을 바꾸기는 이제 힘들다. 바꿀 수도 있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러므로 패스!


두 번째,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부업을 해라. 그림을 잘 그리니 이모티콘을 도전해보던가, 일러스트를 그려주고 그림을 받는 사람이 돈을 주는 만큼 받는 알바라도 해라. 욕심부리지 말고,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라.


세 번째, 재테크 공부하고 하루라도 빨리 투자해라. 하루아침에 되는 건 없다. 하지만, 지금 준비하면 분명 5년 후는 달라질 것이다. 지금 공부해라..


머리를 도끼로 내리친 것 같았다. 평소에 세상을 냉소적으로만 바라보는 친구인 줄 알았는데, 역시 사업가라 그런지 냉철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덕분에 나도 금방 정신 차리게 되었다.



이런 사태(?)를 겪고 나서 길을 걷다 생각이 들었다. '1년에 1000만 원도 많이 모은 것 아니야? 지금 학자금 대출 갚느라 이제부터 모으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 친구와 비교는 왜 안 하지? 그 친구와 비교하면 그래도 감사한 것 아닌가? 그래도 자동차고 있도, 패드로 내가 그리고 싶은 것도 그리는데'


금세 생각을 고쳐먹었다. 1년에 500만 원을 모으든 1000만 원을 모으든 그래도 플러스 아닌가. 최소한 비트코인 같은 것에 고점에 물려 돈을 날리지는 않았으니 아직 희망은 있다. 빚에 허덕이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앞으로 연봉은 더 오를 것이고, 사치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비싼 음식점에 들어가서 가격 안 보고 메뉴 시킬 날이 올 테니까!

keyword
이전 11화20대 때 알면 좋았을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