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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 거북이 Sep 27. 2024

몸치는 왜 생존형 운동을 시작했는가 - 2

사설 체육 수업은 다른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몸을 움직이라는 엄마의 뜻인지, 시에서 운영하는 인라인 스케이트 수업을 다닌 적이 있다. 준비물에 보호장구가 있어서 부모님과 동네 아웃렛에서 헬멧과 무릎보호대를 샀다. 손목 보호대와 팔꿈치 보호대도 있지만 그 당시 부모님을 생각해서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던 나는 헬멧과 무릎보호대만 사도 된다고 했고 수업 당일에 구입한 장비들을 착용하고 수업에 갔다. 스케이트는 집에 예전에 받아둔 롤러브레이드가 있어서 따로 사지는 않았다.

  첫 수업에 나는 롤레블레이드를 신고 갔는데 내가 신고 간 신발은 바퀴 4개가 1자가 아니라 ㅁ 형태로 뭉쳐있는 형태였다(이런 형태는 롤러'스케이트’라고 하더라). 다른 사람들의 것은 1자로 바퀴가 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집에서부터 장비를 신고 힘들게 수업장소에 간 건 나뿐이었고 모두 운동화를 신고 오고 장비를 가져왔더라. 처음에는 스트레칭을 했고 당연히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있는 나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보호 장비를 다 착용했는지 확인한답시고 마지막에 손목 보호대를 찬 상태로 박수를 쳐보라고 했다(손목 보호대의 손바닥 부분에 플라스틱이 붙어있어서 플라스틱이 부딪히는 딱딱 소리가 났다). 손목 보호대가 없었던 나는 딱딱 소리가 나는 박수를 칠 수가 없었다.

  손목 보호대는 꼭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스케이트는 잘못 신고 간 것이므로 새로 샀다. 다음 날에 자랑스럽게 선생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렸다.


 저 새 인라인 샀어요!

선생님 (놀라며) 오~


   그 뒤에 내 별명은 ‘새 인라인’이 되었다.

  뭐 하면 강사('선생’이라고 부르기도 싫으니 이제 강사라고 하겠다)는 이름 대신 나를 ‘새 인라인’이라고 불렀다. ‘새 인라인 잘해봐!’, ‘야 새 인라인~’이런 식으로.

  손목 보호대는 끝까지 사지 않았고(꼭 필요한 수준이 아니었다) 여전히 나를 빼고 나보다 어린애들까지 다 차고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박수를 못 치니 강사에게 들은 한마디.


너는 박수 못 치지?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나만 손바닥 플라스틱 박수를 못 친다는 농담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나름 친근하게 대하고 싶으셨던 것 같지만 약 20년은 지난 지금까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이 완전히 실패했다.

  인라인 수업에서는 여러 동작을 배웠고 운동 신경이 거의 없었던 나는 수강생 중 가장 못했다. 제일 어려웠던 건 ‘모래시계’ 동작이었다. 도무지 제대로 되지 않고 나를 계속 강사가 봐주지 않아서 잘하고 있는지 한 번 물어봤다. 그에 대해 건성으로 말한 대답은 가관이었다.


넌 포기했고.


   어쩐지 나 말고 다른 애들만 관심을 가지더라. 그때 그 동작을 잘하고 싶어서 저녁에 일부러 인라인장에서 연습을 했다. 그러나 끝까지 그 강사는 나를 봐주지도, 칭찬을 해주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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