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you make her stop...
치명적 복실이
'Aww.. so cute!'
복실이와 거리를 거닐거나 조깅맛 산책을 할 때면 사람들은 복실이를 쉬이 지나칠 수 없다.
풍성한 털에 매력이 배가 되는 마법, 라면처럼 곱슬거리는 털을 갖은 그녀를 맞은편에서 본다면 누구라도 미소 짓게 된다.
이곳에 온 후로 복실이와 동네를 가볍게 산책할 때도 있지만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대형 쇼핑몰이나 해변을 놀러 갈 때 함께 다니곤 한다. 그러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복실이를 보며 귀엽다 말 하곤 하는데 정작 복실이는 그들에게 관심 갖지 않기 때문에 웃으며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건 나나 R의 몫이다.
가장 무난한 칭찬인 '너무 귀여워!'부터 사랑스러워, 에너지가 넘친다 등등 복실이 덕분에 낯선 이들이 말을 걸어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이런 일도 있었다. R과 복실이와 함께 산책 겸 알라 모아나 쇼핑몰을 걸었던 날이다. 주말 낮시간이었던 터라 꽤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복실이는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그중 굉장히 쾌활한 노년의 커플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쇼핑몰 1층에는 매달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베이커리가 있다. 11월 달에는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구경하던 차에 쾌활한 노년의 커플이 우리와 조금 거리가 있는 지점부터 복실이를 발견했던 것 같다. 그들이 우리와 가까워지기 전부터 신나는 목소리 톤으로 대화하기에 '신나는 일이 있는 사람들인 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웃는 얼굴로 우리 앞에 멈춰 서더니 복실이가 너~무 귀엽다며 연신 들뜬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고, 여성은 심지어 손으로 사진기 모양을 만들며 '너희들을 사진 찍어주고 싶을 정도야!'라고 말했다. 여성 옆에 배우자로 보이는 남성도 그녀를 따라 손모양 사진기를 만들며 추임새 같은 걸 넣었다.
이런 격한 반응은 또 처음이네!
그들의 기분 좋은 기운에 우리도 함께 웃으며 고맙다 말하고 서로의 갈길을 갔다.
올해 복실이에게 반한 낯선 이들을 수상한다면 대상을 거머쥘 만한 이가 있다.
'오? 하와이는 프라이드 축제를 10월에 하는구나?'
하와이의 축제를 찾다가 10월에 있는 퀸 엠마 축제와 프라이드 축제를 다녀왔다. 한국에 있을 때도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열리는 프라이드 축제를 몇 번 간 적이 있어서 하와이에서는 어떻게 축제를 하는지 궁금했다.
프라이드 축제 장소는 와이키키 해변보다 먼 곳에 있어서 오고 가는 길에 와이키키 해변과 번화가를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 날은 한 낮 동안 한참을 걸어 다녔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천근만근 다리가 너무 무거웠다.
'Excuse me?'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와이키키 번화가 어딘가에 있는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도중 낯선 이가 말을 건다.
그리곤 낯선 이의 얼굴을 쳐다보니 장발이라 묶음 머리를 한 젊은 서양인이 더 말을 걸어온다.
'Can you make her stop being so cute? She's cute too much.'
이게 무슨 말이지? 너무 뜬금없는 낯선 이의 말에 어리둥절하던 찰나 옆에 있던 R이 고맙다고 말했다.
산책을 좋아하는 복실이이지만 산책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신나서 뛰어가는 복실이는 아무래도 집순이 기질도 있는 듯하다. 나는 녹초가 돼서 겨우 걷고 있는데 집으로 가는 길인 걸 아는 복실이는 신나서 와이키키 거리를 종횡무진 걸어 다녔고, 묶음 머리를 한 젊은 서양인이 이런 복실이를 보고 참을 수 없는 귀여움에 말을 걸어왔던 거다.
'그녀는 산책할 때면 언제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니?'
'맞아. 그녀는 산책할 때 항상 신나고 에너지가 넘쳐.'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뀐 후 그가 웃으며 뭔가를 더 말했는데 사람들이 많고 주변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로 소란스러웠기 때문에 잘 듣지 못했다. 복실이의 귀여움에 대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다니 괜히 뿌듯.
그런데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다. 복실이가 어렸을 때 미용샵을 단 한 번 갔던 것 이후로 늘 셀프 미용을 하고 있어서 흡사 블루클럽 컷만 하고 있는 복실인데도 사람들이 귀엽다고 하는 걸 보니.. 복실이는 치명적인 게 분명하다. 물론 복실이가 복실거리던 셀프 미용 후 홀쭉이가 되던 내게는 늘 사랑스럽다.
복실이에게 반하는 건 비단 사람뿐만이 아닌데.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복실이와 산책 중에 만났던, 가출을 감행한 이웃집 강아지 후니도 복실이에게도 곧장 뛰어와 복실이 냄새 맡기에 여념이 없었고, 이웃의 또 다른 어떤 강아지는 집 울타리 틈으로 나와 산책하고 있는 복실이에게 달려와 냄새를 맡기도 했다. 이 두 번의 경우는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급하게 복실이를 안아야 했다. 다행히도 이들은 순수 복실이의 냄새를 맡고 싶은 거였다.
'에잉? 저 강아지 우리 쪽으로 헤엄쳐 오는 거야?'
알라 모아나 해변에서 만난 강아지는 보호자와 함께 수영을 즐기던 도중 보호자를 뒤로하고 우리 쪽으로 천천히 수영해서 오는 게 아닌가.
해변가를 걷고 있는 풍성하고 라면처럼 곱슬거리는 털을 가진 매력적인 복실이를 발견한 거다.
그 강아지가 정말로 우리를 향해 오고 있던 걸 알게 된 건 해변에 닿자마자 바닷물을 시원하게 털어 재낀 뒤 바로 복실이에게 다가와 냄새를 맡는 게 아닌가.
저 뒤에서 수영 중인 보호자가 강아지 이름을 연신 불러도 강아지는 냄새 맡기에 열중할 뿐 보호자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결국 보호자는 해변가로 나와야 했고, 그녀가 강아지를 들어 안으면서 강아지들의 만남은 종료 됐다.
R과 나는 요즘도 가끔 알라 모아나 해변에서 만났던 강아지를 얘기하며 웃곤 한다. 말 그대로 바다를 건너올 만큼 적극적이었던 그 녀석이 너무 귀여워서.
내년이면 7살이 되는 복실이. 중년을 접어든 나이에도 이렇게나 변함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