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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31. 2024

그 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다.

요즘 다시 보는 미드가 있는데 무려 22년 전의 미드인 MONK이다. 천재적인 감각으로 범인을 추리해내는(마치 소년탐정 김전일같은) 前형사 現자문 컨설턴트인 몽크를 중심으로 범죄를 해결해가는 수사물이다. 천재급 감각을 타고났지만 불행히도 온갖 강박과 불안증을 갖고 있어 흐트러지거나 비대칭인 걸 보지 못하고 더러운 물건을 혐오하고 세균 공포증이 있어 사람들과의 악수 후에는 항상 물티슈로 손을 닦는다. 더럽고 불규칙하고 타인과 끊임없이 접촉해야 하는 세상에서 그런 그를 보좌하는(취직이라는 미명하에) 이가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前간호사였던 싱글맘 셰로나이다. 몽크를 처음 본 건 아마 20대 후반이지 않았을까 싶다. 매 에피소드가 범죄가 발생하고 몽크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CSI(그러고보니 초기의 미드는 대부분 범죄 수사물에서 시작한 듯)와 비슷한 흐름으로 가지만 몽크의 천재적인 감각과 함께 코믹함을 유발하는 각종 포비아적 특성을 보는 것이 이 미드의 재미다. 분명 처음 봤을 때는 그런 부분만 보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새로운 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특히 주인공인 몽크 외에 셰로나가 다시 보였다. 그녀는 싱글맘으로 아들 벤지를 키우면서 몽크의 조수로 일한다. 걸크러시같은 성격으로 그녀의 태도는 상당히 진보적으로 느껴지는데(2002년도 작인 것을 보면 미국은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는 선진국이다) 오늘 본 에피도 그랬다. 일찍 결혼한 셰로나가 남편과 이혼하고 1살인 벤지를 키우기 위해 (아마도)선정적인 사진을 찍게 됐는데 그게 유출될 위기를 맞는다. 범인이 그 사진과 파일을 갖고 있었고 몽크가 사건을 파헤치면 그 사진을 공개해버리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그 사진을 보게 되는 날엔 당신(범인) 제삿날이라고 경고하고 아들에게 가서 솔직히 이야기(한국이라면 불행한 결말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한다. 엄마가 어린 시절 잘못된 선택을 했고 지금의 상황에서 그 사진이 유출되면 너가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할 거라고. 하지만 그 땐 살아보려고 발버둥친 거였고, 엄마는 너를 사랑한다고. 드라마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벤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담담하게 답한다. 친구들에게 놀림받지 않으려고 범인을 놓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기특한 자식) 셰로나는 눈물을 닦고 몽크와 함께 범인을 잡는다. 미드 속 셰로나의 나이는 분명 나보다 어리겠지만 20대엔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강단, 패기, 용기 등이 눈에 띈다. 그래서 몽크를 다시 보는 재미가 있다. 셰로나는 참 멋진 여성이었구나. 몽크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면서 옷도 멋지게(타이트한 탑과 미니스커트는 그녀가 자주 입는 패션 중 하나) 입고 아들도 잘 키우는(한국에서 말하는 ‘잘 키우는’과는 다른 개념으로) 그녀가 웬지 모르게 이 미드를 보는 싱글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해본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될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파격?적인 대화와 장면이 심의에 걸리지 않고 댓글로 욕먹지 않고 조금 더 유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엄마가 살기 위해 찍어선 안되는 사진을 찍었다면 한국에선 아마 엄마 자격박탈이지 않을까 싶은...참으로 엄마하기 힘든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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