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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30. 2024

껌벌받을 사람들

산책하다 마주하기 싫은 상황은 2가지다. 하나는 똥테러 하나는 껌테러. 똥은 보호자가 밟는 거지만(강아지는 절묘하게 다른 친구들의 똥을 피해 걷는다. 친구들 쉬야 냄새는 그렇게 맡으면서 똥은 피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 껌은 강아지가 밟는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곳은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흙밭으로 이루어진 그 곳은 껌뱉는 이들이 주로 쓰레기통처럼 사용하는 곳이다. 도로에 뱉지 않고 흙에 뱉으면 사람들은 껌을 밟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주로 친구들 냄새가 나는 그 곳 가까이에서 걷는 강아지들은 껌을 밟을 수밖에 없다. 강아지 발바닥의 털은 길지 않고 발바닥 사이에도 있기에 한 번의 껌테러는 강아지에게나 보호자에게나 상당히 골치아픈 일이다. 그래서 걷는 폼새?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껌을 밟은 것인데 그럴 때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처럼 하늘을 보며(앤디는 비를 맞으며 자유를 느꼈지만) 포효(Nooooooooo~~!!!!!)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런 후 검색에 돌입한다. 강아지 발에 붙은 껌 떼는 법. 올리브 오일을 발라 살살 문지르면 껌딱지가 조금씩 떨어진단다. 손에 오일을 발라 코천이의 발바닥을 문질문질했다. 으악! 껌이… 조각조각 떨어진다. 어우 더러워. 겉에 붙은 딱딱한 조각들이 떨어지자 본체?가 모습을 나타냈다. 연노란색의 형광색 껌. 누구냐 넌? 20대에 교정한 이후로 한 번도 껌을 씹지 않았기에 요즘 껌 트렌드를 알 길은 없으나 거무튀튀한 조각들 사이로 말랑말랑하게 늘어나는 촉감을 느끼자니 길에 껌뱉은 사람이 더욱 원망스럽다. 그게 끝이면 다행이지만 껌을 완벽하게 제거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혹사?당한 발은 강아지들이 자꾸 핥게 된다. 발이 습하면 좋지 않기 때문에 못 핥게 하지만 애초에 껌을 밟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는 것이다. 또 한 번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된다. 그들에게 어떤 껌벌을 내리면 좋을까. 머리카락에 껌이 붙어 삭발을 해야 하는 벌? 옷과 몸 사이에 껌을 발라 옷을 입어도 찝찝한 벌? 그런 벌을 준다한들 이미 저승에서 받는 벌이 뭐가 그리 가혹할까. 상상하다가도 시큰둥해진다. 겨울에는 똥이든 껌이든 딱딱해서 좋았는데 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껌 테러와 똥 테러를 양산한다. 하여간 길에 뭐 뱉는 사람은 진짜 비호감이다. 올리브 오일로 껌 제거를 열심히 했더니 다행히 첫날만 좀 핥고 두번째 날 부터는 괜찮아졌다. 그들은 별 생각없이 길에 껌을 뱉는 비도덕한 시민의식을 지닌 껌애호가일 수 있지만 나는 그들의 시민의식이 껌을 껌종이에 싸서 버리는 수준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그 때까지는 길에 버려진 껌을 발견할 때마다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나는 그들에게 저주를 퍼부을 것이다. 당신, 그러다 껌벌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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