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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n 06. 2024

비혼을 위한 나라는 없다.

결혼 10년차 딩크족 친구가 물어본 적 있다. "우리나라 청약 혜택이 신혼부부랑 고령자, 39세 이하 청년에게 몰려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40대의 싱글이라 여러모로 정책의 혜택에서 비껴가 있는 나의 심정에 대해 물어본 것이리라. 그 친구도 신혼부부 청약으로 혜택을 받았고 여러모로 필요한 제도라 생각해서 '괜찮다'고 답했'었'다. 하지만 뭐든 피부에 와 닿으면 생각이 달라지는 법. 아직 부모님께 빌붙어 살고 있는 40대라 나이브하게 '괜찮다'는 소리나 지껄였던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창조적 자영업자로 내 일을 좋아하고 죽을 때까지 내 밥벌이를 자가생산 시스템으로 돌리고 싶지만 이런 날에는 '왜 이렇게 살았지?' 싶기도 하다. 청년에 속하지도 못하고, 벌어놓은 돈도 없으며, 무주택자(세대주가 있는 집에 살고 있으므로)도 아니다. 40대 싱글이자 빈곤한 자영업자는 국가의 지원을 받을만큼 사회적 약자도 아니고, 미래의 희망?(출산 가능성 0%)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어찌보면 적은 자원으로 효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출산의 가능성을 높여줄 청년과 신혼 부부에게 지원을 몰아주는 것이 국가적 이득일 것이다.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비혼으로 살고 있는 싱글이라 청약제도로 살림살이 나아질 것 없나 찾아봤더니 이래저래 자격미달이네. 쳇- 결국 국가의 시스템에 의지하지 말고 혼자서 굳세게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독립했을 때 이런 것 좀 잘 찾아보고 지원했어야 하는 건데 말이지. 하지만 늘 그렇듯 난 이런 것에 너무 뒷북이다. 그리고 누가 그러더라. 아무리 청년 무주택자로 오래 살았어도 아이가 있는 신혼부부를 이기기란 무척 어렵다고. 역시 결혼이 답인건가. 갑작스런 출가 욕구로 인해 청약 공고를 보면서 연애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두 가지 다 내가 잘 못하는 분야다. 연애와 경제력. 여러모로 생존 스킬이 마이너스에 수렴하여 슬픈 밤이다. 그럼에도 실버미스 아니구요, 골드미스는 더더욱 아닌 그냥 미스는 외로워도(사실 외롭진 않다) 슬퍼도 울지 않고 살아가리라. 그래서 청약을 언제 쓸 수 있을지 요원하지만 두번째 출가는 수도권 아닌 곳으로 가고 싶은데 그 때까지 돈 좀 열심히 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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