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책을 빌리면 잘 안 읽게 된다. 하지만 쓴 약일수록 몸에 좋은 법. 반납 기한이 되었다는 카톡 문자를 확인한 뒤 일주일 더 연장을 해본다. 어제 읽은 에세이를 마지막으로 6월 한달은 에세이 금독 기간으로 정했다. 에세이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고 글 취향이 있다보니 마음에 드는 필력이 아니면 눈에 잘 들어오지를 않는다. 에세이를 읽고자 하는 이유는 3가지로 첫번째는 수업에 도움이 되고자이다. 가급적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읽는다. 두번째는 궁금해서다. 나도 에세이라 우기는 일기를 많이 쓰지만 남들은 에세이를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서다. 특히 이름난 작가들(나의 선택 미스)의 에세이를 주로 읽게 되는데 생각보다 특별히 재미있는 내용은 없고 사유를 위한 사유의 글이 많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는 '특별한 경험'이나 '유머가 있는 글'이나 '남다른 통찰'이 있는 글이다. 이 세 가지를 다 담고 있기란 어려우니 한 가지만 있어도 마음에 드는 작가로 찜하게 되는 것인데 에세이 범람 시대의 에세이란 주먹만한 찹쌀을 주우욱 당겨 어떤 토핑도 들어있지 않은 패밀리 사이즈의 피자 도우를 만드는 격이랄까. 물론 그렇게 만든 빵이 겁나 맛있을 순 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꽤나 많다.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한 글. 하지만 나에겐 그닥 재미도 감흥도 없는 책이라 이제 에세이를 좀 멀리해야겠다 다짐했다. 참, 세번째 이유를 빠뜨렸군. 세번째 이유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글쓰기도 콘텐츠 생산의 일환이므로 어떤 글을 어떻게 쓰는지 보면 컨셉이나 기획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역시 글이 재미있어야 책을 읽게 되므로 표지나 제목을 위트있게 디자인하고 지었다고 해도 알맹이가 지루하면 읽지 않게 된다. 어쩌면 내 나이때문인지도 모른다. 20대엔 유의미했던 이야기도 30대엔 뻔하게 느껴지기도 40대엔 코웃음(물론 대놓고 치진 않지만)을 치게 되기도 하니까. 고로 이러한 이유로 나만의 기준과 안목을 갖고 좀 더 철저히 책을 고르지 않은 나의 잘못이기도 하다. 편한 책만 읽고자 했던 나의 안일함과 게으름으로 인한 결과임을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 어리석은 중생이여! 자, 이제 책상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벽돌책을 정복? 아니 정독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