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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버리라는데

by 이문연

오랜 무명생활을 겪다가 자신의 일로 인정을 받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포기할 뻔한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마지막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선택은 수많은 선택 중 하나였을 뿐이고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나에게 온 선택이었을 뿐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70번을 해서 안된다고 느꼈고 이제 한 번만 더 해보고 접자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 71번의 기회가 와서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 이미 67번즈음부터 '그만할까' '그만해야하지 않을까'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을테고 그런 마음으로 68번부터 70번까지를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정말 포기할 뻔한 순간에 '기적적'으로 운빨이 트여 잘 된 것이 아닌 뭔가를 막 하려고 할 때의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약간의 회의감으로 고민에 휩싸여 갈팡질팡할 때 관성적으로 하던 그 일이 쌓이고 쌓여 빛을 보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삐딱한 시선으로 부러움을 표현해본다. 어찌 되었든 포기할 즈음이 되면 사람이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면 몸에 힘도 빠지고 의지도 사라지고 관성에 의해 일단 하긴 하지만 내가 일을 하는 건지 일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 건지 모를 수준이 된다고 느끼므로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 마치 밀당을 하는 것처럼 쓰러져 죽을똥 말똥할 시점에 '내 너의 마음을 시험해 본 결과, 진실함이 보이니 좋은 결과를 하사하노라' 같은 레퍼토리는 결말이 해피엔딩(물론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함)이라는 점에서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욕심에서 자유롭지 않고 손해를 본다 싶으면 조금이라도 손해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욕심을 내려놓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전력질주하게 되는데 대체 욕심은 어떻게 버릴 수 있는 건지 너무 궁금하다. 진정 욕심에서 자유로울 때 일에서의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친구는 나보고 욕심이 없어서 돈을 못 버는 거라고 타박하고 사주에는 물욕이 많다고 써있고 나는 욕심을 버리는 방법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으니 아리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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