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다. 어떤 일을 할 때 '기대가 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을. 뭔가를 하는 것이 급급하다보니 그냥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건 '기대가 되는지'였다.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 잘 가고 있는지의 여부를 따지기 위해 아주 중요한 기준. 그것은 바로 그 일을 하게 될 나의 모습이나, 그 일이 가져올 파급이 '기대가 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여행을 가거나 맛집을 찾아 갈 때 우리는 기대감을 갖는다. 어떤 경험을 줄까, 어떤 맛일까. 여행이나 맛집의 경우는 내가 만들어낸 기대감이 아닌, 장소 또는 타인의 노력이 제공하는 기대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곳을 혹은 그 맛을 먼저 경험 한 타인의 소감에 빗댄 기대감이다. 소감이 좋을 수록 기대감은 높아지고 소감이 별로일 수록 기대감은 낮아진다. 기대감을 '설렘'으로 바꿔도 좋다. 타인의 소감을 발판 삼아 실패하지 않는 선택만 하고 싶은 것이 요즘의 시류다. 고로 차근차근 누적된 기대감은 깊어지고 넓어진다. (검색과 웨이팅 시스템으로 더욱 공고해진 맛집 선점은 마치 식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같다) 하지만 그 시작은 요리사 자신이 만들어낸 맛에 대한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내가 만든 음식에 대한 기대가 타인에게 전달되고 그 기대감이 일치(혹은 그 이상)될 때 만족도는 높아진다. 그래서 결국 자기가 먼저 기대감을 가져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만들어낼 무언가가 기대가 되는가. 그렇다면 과정보다 결과물이 중요해야 한다. 과정은 나만 알 뿐, 사람들이 보는 건 결과물일테니 내가 아무리 쌩고생을 해서 만들어낸 무엇이라 해도 내가 그 결과물에 기대가 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기대감을 갖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또 세상 일이란 것이 쉽게 만들어낸 무엇이라고 무조건 외면받는 것도 아니다.(물론 세상 쉽게 만들어낸 무엇에 사람들이 열광한다면 '쉽게'에 담긴 타인이 알지 못하는 '깊음'이 있을 것이다 - 이렇게 생각해야 속편함) 그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기대감을 주는 퀄리티를 얻을 수 있다. 퀄리티와 기대감은 비례한다. 고양된 기대감. 나는 그걸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