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스터디 카페로 출근 중이다. 돈을 안 쓰고도 생산성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돈을 써야 뭐라도 하는 사람. 그렇게 스터디 카페에서 돈을 쓰며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집에서 영상 하나를 봤는데 ‘버드맨’이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자기를 혹사(자기 파괴)시키면서까지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표현하거나, 성취하려고 하는 이유는 결국 사랑(인정욕 포함)받고 싶어서라는 결론을 담은 영상이었다. 한 문장으로 감흥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꽤 인상적인 내용이라 영화 ‘버드맨’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이냐리투 감독의 인터뷰가 살짝 언급되었는데 실패의 과정에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다는 말이었다. 원문을 찾아 읽고 싶었는데 못 찾았다. 그렇게 영상을 보고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디지털 모니터에서 고 김미현 평론가의 추모 비평선집 ‘더 나은 실패’가 나오고 있었다. 오잉? 일단 저장. 영화 ‘버드맨’에 나오는 연극은 레이먼드 카버 소설 ‘우리가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인데 찾다보니 편집자가 초고를 엄청나게 수정해 작가의 초판본이 ‘풋내기들’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또 출간되었다. ‘고든 리시’라는 편집자도 유명하다는데 처음 들어봄. 그래서 일단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해보니 2권 모두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읽기 어려워하는 소설이지만 일단 캡쳐해두고. 털레털레 스터디 카페에 도착해 지금 읽고 있는 장강명 소설가의 에세이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읽는데 소설가와 편집자와의 관계를 이야기한 챕터에서 ‘레이먼드 카버와 고든 리시’를 또 발견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너무 신기하잖아! 돈을 써야 생산성있는 일을 하는 나는 또 이런 기막힌? 우연엔 과한 의미 부여를 한다. 실패해도 괜찮으니 뭐라도 하라는 계시인가? 레이먼드 카버는 고든 리시를 만나기 전엔 별 볼일 없는(알아주는 이 없는) 소설가였단다. 애석하게도 장강명 소설가도 고든 리시가 가차없이 편집한 편집본이 더 낫다는 말을 붙였다. 역시 사람에겐 재능?보다 그 재능을 세상에 알려줄 귀인이 더 중요한 건가. ‘버드맨’부터 시작해 ‘더 나은 실패’를 거쳐 ‘레이먼드 카버와 고든 리시’ 그리고 ‘장강명 소설가의 에세이’까지.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우연이다. 일단은 영화 버드맨부터 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