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은 참 무섭다. 솔직히 나는 내 기질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별로 바꾸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ISTP같기도 하지만 ISFJ같기도 한데 친구 말로는 P는 아니란다. 그런데 또 극 J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난 역시 P에 가까운 J같기도... 여튼 내가 삶에서 중시하는 것 중의 하나는 효율이다. 가성비를 따진다. 그래서 가급적 시간을 들였다면 뭐라도 건지길 원하는데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뭔가에 진득하게 투자하는 것이 좀이 쑤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디테일을 살리는 걸 가장 어려워 한다. 눈에 띄지도 않는 디테일에 신경 쓸 바엔 다른 걸 하는 게 더 낫다는 주의다. 하지만 디테일에 신경쓰는 사람의 경우는 그 흐트러진 작은 부분이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기에 디테일에 집착한다. 완벽주의자들이 피곤하지만 꽤 멋진 성과를 보이는 건 아마 그러한 부분에 기인하리라. 하지만 또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과 똑같이 할 수 있을까? 애시당초 뿌리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한다고 똑같은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둘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고 그렇기에 결과물도 다를 수밖에 없다. 디테일로 따라잡기는 어려우니 다른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그게 뭘까. 그건 자신에 대한 파악(케바케가 너무 강하다)을 잘 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 그것을 계속 계발하는 것. 하나를 파기 위해서는 쉽게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는 기질이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만큼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 남이 하지 않는 빈틈을 파고들면 래어템이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끌 수 있다. 하지만 그 관심이 지속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응축된' 뾰족한 완성도를 보여야 한다. 완성도에 대한 집요함은 전문성이자 자부심이 된다. 나는 지금까지 '전문성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라는 질문에 천착해왔다. 쉽게 가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