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Sep 30. 2024

쉽게 가려고 하지 말자

기질은 참 무섭다. 솔직히 나는 내 기질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별로 바꾸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ISTP같기도 하지만 ISFJ같기도 한데 친구 말로는 P는 아니란다. 그런데 또 극 J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난 역시 P에 가까운 J같기도... 여튼 내가 삶에서 중시하는 것 중의 하나는 효율이다. 가성비를 따진다. 그래서 가급적 시간을 들였다면 뭐라도 건지길 원하는데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뭔가에 진득하게 투자하는 것이 좀이 쑤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디테일을 살리는 걸 가장 어려워 한다. 눈에 띄지도 않는 디테일에 신경 쓸 바엔 다른 걸 하는 게 더 낫다는 주의다. 하지만 디테일에 신경쓰는 사람의 경우는 그 흐트러진 작은 부분이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기에 디테일에 집착한다. 완벽주의자들이 피곤하지만 꽤 멋진 성과를 보이는 건 아마 그러한 부분에 기인하리라. 하지만 또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과 똑같이 할 수 있을까? 애시당초 뿌리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한다고 똑같은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둘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고 그렇기에 결과물도 다를 수밖에 없다. 디테일로 따라잡기는 어려우니 다른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그게 뭘까. 그건 자신에 대한 파악(케바케가 너무 강하다)을 잘 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 그것을 계속 계발하는 것. 하나를 파기 위해서는 쉽게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는 기질이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만큼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 남이 하지 않는 빈틈을 파고들면 래어템이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끌 수 있다. 하지만 그 관심이 지속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응축된' 뾰족한 완성도를 보여야 한다. 완성도에 대한 집요함은 전문성이자 자부심이 된다. 나는 지금까지 '전문성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라는 질문에 천착해왔다. 쉽게 가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

이전 10화 너무 신기하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