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Oct 08. 2024

그건 자존감이 아니에요.

최근 모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출연자를 봤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머리도 좋은데, 인기도 좋다며 스스로를 평가?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라는 생각보다는 굳이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애정? 자기 긍정? 물론 좋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해서도 잘 인정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나를 사랑하려면 나의 좋은 모습만 사랑하는 게 아니다. 내가 잘난 인간이라서 자신감이 뿜뿜하는 게 아니다. 나의 못난 점과 잘난 점을 잘 알고 그걸 받아들이면서 더 나은 내가 되고자 노력하는 마음이 자존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디테일은 상대방을 볼 때도 적용이 된다. 내가 나에게 가졌던 관심과 이해, 포용의 마음 등을 상대에게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멘탈이 건강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멘탈의 건강함은 나의 찌질한 점도 인정하고 수긍할 때 단단한 흙을 뚫고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 대해 과시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그 출연자가 왜 그렇게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지는 알겠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말에 의존해 사람을 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과시하고 자랑하는 게 마치 자존감인양 우러러본다. 어쩌면 자신에게 부족한 자존감을 투영해 반하게 되는 과정일지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찌질한데 저 사람 옆에 있으면 그 찌질함이 희석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그 옆에 가보면 안다. 그 사람은 그냥 자기 과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남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경쟁 사회에서 적당한 자기 과시와 자기 표현은 필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로 표현하는 건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잘 알게끔 하는 소통의 제스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기 표현과 자기 과시는 다르다. 자기 표현은 절제를 바탕으로 하지만 자기 과시에는 절제가 없다. 그래서 나는 과하게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을 보면 동물의 세계가 떠오른다. 개를 산책시키다 보면 자기보다 약한(크기가 작은) 개에게는 절대 짖지 않는다. 코천이(코카 스파니엘)도 꼭 시바나 진돗개, 사모예드(왕 순한데)를 보며 짖는다. 연륜이 있는 사람은 안다. 자기 과시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은 생각보다 멘탈의 밀도가 낮다는 걸. 글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고민하다보니 '자기 과시'를 귀엽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허 거참...귀여운 토끼 나부랭이가 발악을 하는 것이 아주 귀엽구나.' 동물의 세계도, 인간의 세계도 그렇게 돌아가는구나.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도 나는 사자나 코끼리가 되고 싶다. 존재만으로도 개쩌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