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떨어진 친구(기혼-딩크: Double Income, No Kids)와 술을 푸는 중이었다. 서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 역시 취업을 위해 지원서를 넣고 있는데 나이 때문에 다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더니 친구가 나의 현실을 알려줬다. "우리가 나이도 있지만, 너가 빵빵한 경력직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딱봐도 출산 후 육아하다가 취업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니?" 헐... 난 내가 기혼여성이란 정체성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기에 '나이'만 생각했지 결혼 후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는 커리어의 공백('커리어의 공백'이라고 표현했지만 출산 후 육아의 시간을 저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게 우리 사회가 여성을 보는 시선인 듯하여 갑자기 울컥하네. 취소취소 퉤퉤퉤! 더 좋은 표현 없을까?)을 가진 여성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누가 지원서에 결혼 유무를 적나? 일반적인 시각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출산을 해도 충분할 나이이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기혼 & 엄마'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역시 사회 구성원으로서 현실 감각이 충만한 친구는 같이 술을 마실만 하다. 그래...그랬구나. 내가 경력단절 여성이었구나. 그래서 연락이 안 온(물론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 거구나.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해온 일들은 주류 사회에서 그다지 쓸모가 없는 일들이다. 그래서 경력을 살릴만한 것이 별로 없고 그나마 다리를 걸칠만한 업무가 있어도 신입 포지션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갑자기 이 시대의 (취업을 원하는) 경력단절 여성의 고충이 막 느껴지는 듯. 그래서 난 나를 새로보게 되었다. 주류 사회에서 난 경력단절 여성일 뿐이니, 그런 특성을 갖고 있다는 가정하에 지원을 해야한다. 흠... 40대도 이런데 50대는 오죽하겠어. 어찌됐든 친구덕분에 현실감각을 +10정도 장착했으니 감안해서 물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