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운동이 너무 재미있어!”
운동하기 싫다는 말에 엄마가 답했다. 속으로 ’제대로 된 근력운동을 안하시니 운동이 재미있는 거 아닐까요.’라고 생각했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등산을 하는 엄마가 대단한 건 맞으니까 걍 침묵을 지켰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운동이 즐거우니까 하는 사람이 대단한 걸까? 운동을 싫어함에도 하는 사람이 대단한 걸까? 대단하다고 인정받고 싶어서는 아니지만 내 생각엔 후자가 아닐까 한다. ‘저항력’이 클수록 써야 하는 에너지가 커지므로 저항력을 누가 더 많이 쓰느냐가 완승의 기준이 된다. 운동에 대한 저항력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내가 쓰고 있는 전략?은 5:2:1 비율이다. 5의 비율로 유산소(힘들지 않게)를, 2의 비율로 무산소(무겁지 않게)를, 1의 비율로 복근 운동(아프지 않게)을 하는 것이다. 그래봤자 45분의 루틴이지만 이것이 그래도 매일(이라고 쓰고 주4일이면 선방) 헬스장을 가게 하는 나만의 원칙이다. 여기엔 또 하나의 윤활유가 있는데 러닝 머신을 할 때 꼭 TV를 보는 것이다. 원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땡큐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거울로 내 얼굴만 보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러닝머신이 지겨워져서 사이클을 타기로 했다. 사이클은 더 지루한데…란 생각이 들자 며칠전 읽기 시작한 박상영 작가의 단편집(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덕분에 읽기 시작함)이 떠올랐다. 그래 박상영 작가 소설 재밌던데 읽으면서 운동해야겠다. 그렇게 타기 시작한 사이클과 읽기 시작한 단편 소설. 박상영 작가의 글이 나랑 잘 맞기(내가 좋아하는 글빨)도 했지만 글도 워낙 재미있어서 15분만 읽으면서 타기로 했다. 그런데! 소설이 재미있으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갔다. 그렇게 20분, 25분, 30분. 원래 유산소는 25분만 하는 건데 소설이 재미있으니까 운동을 더 하게 되네. 소설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넘겨봤는데 분량이 좀 남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읽기로 했다. 이 날은 왠지 아아를 마시고 싶어서 아아를 준비(원래는 물 마심)해왔는데 사이클 옆에 텀블러를 거치해두고 핸드폰으로 소설을 읽으니까 왠 걸, 운동하는 북카페에 온 거 같잖아?!! 운동도 하고 책(집에선 오히려 안 읽음;;)도 읽고 이거 완전 럭키비키쟈나?!! 그렇게 뿌듯하게 유산소를 마치고 나머지 운동을 하고 왔다. TV보면서 러닝머신을 할 게 아니라 사이클을 타면서 책을 읽어야겠네. 이렇게 좋은 상호작용을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이제라도 발견했으니 밀리의 서재를 잘 이용해서 몸과 마음의 근육을 쌍으로 잘 키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