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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22. 2024

플랜C, 생각보다 괜찮네?

인간은 익숙함에 지배?당한다. 한 번 꽂힌 무언가가 있으면 다른 선택은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 역시 좋아하는 커피(숍)가 있으면 특별히 도전정신이 생기지 않는 이상 다른 커피(숍)에 눈길을 돌리지 않으며, 오뎅바에 가서는 오로지 곤약만 먹고, 좋아하는 핸드크림이나 수분크림을 발견하면 단종(하지만 단종된다는 게 반전;;)될 때까지 주구장창 그것만 쓴다. 그러니 마케팅 측면에서 꼬시기 굉장히 어려운 부류가 나같은 사람이다. 니가 뭐래도 내가 좋은 게 최고. 그래서 잘 가던 곳이, 쓰던 것이, 먹던 것이 갑자기 없어지면 그것만큼 허탈한 게 없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출근하는 스터디 카페의 고정석(당일 지정제)도 비슷하다. 내가 좋아하는 좌석은 비즈니스 룸(학생들 공부하는 룸과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룸이 나뉘어져 있다)의 벽 쪽 코너인 15번 좌석이다. 문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지만 또 너무 구석은 아니므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면서 또 문 가까이의 소음에서 안전하다. 그런데 갑자기 비즈니스 룸의 좌석이 인기가 많아졌다. 시험 기간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보니 15번 좌석을 누가 선점한 것이다. 아쉽지만 플랜B로 가자. 16번이 적당할 것 같다. 15번의 바로 뒷 좌석이다. 그렇게 15번을 누가 찜하면 난 16번을, 16번을 누가 찜하면 난 15번에 앉았더랬다. 그런데 어느 날, 15번 좌석과 16번 좌석 두개가 모두 나간? 것이다. 이런… 플랜C는 내 계획에 없었는데… 비즈니스 룸의 벽쪽 좌석이 아닌 곳은 모두 창가 자리로 고개를 들면 바로 앞 공원을 볼 수 있다. 카페라면 단연 공원뷰를 택하겠지만 난 작업을 하러 스터디카페에 온 것이므로 공원뷰같은 부질없는 사양에 혹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선택권이 없으니 공원뷰 자리 중 문에서는 적당히 떨어졌지만 완전 구석은 아닌 곳을 찜했다. 오… 공원뷰로 인해 자꾸 창밖을 보고 싶어질까 걱정했는데 창이 더러워 뷰가 아닌 쀼(뿌연 뷰)가 되었기에 괜한 걱정이었다. 앞이 막혀 있지 않고 창으로 되어 있으니 작업을 하다 가끔 하늘을 보고 싶을 땐 쀼만으로도 꽤 괜찮았다. 그래서 50시간의 정기권 중 30시간을 15번 좌석에서 보내고 8시간 정도를 16번 좌석에서 보냈는데 2시간의 공원쀼 맛으로 나머지 10시간은 누가 미리 선점하지 않는 이상 공원쀼 좌석에 앉을 예정이다. 역시 사람은 좀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 내 사전에 플랜A와 플랜B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다 플랜C를 경험하니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플랜C의 쀼맛! 그래서 나같은 사람은 옆에 약간 새로운 걸 떠먹여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거 해볼래? 저거 해볼래?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고집은 있지만 생각보다 같이 하자는 것엔 다소 열려 있는, 스판(신축성 있는 소재)이 들어간 청바지같은 사람. 그래도 오뎅바에선 온리 곤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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